▲ 원광여자중학교/정상설 교사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습관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매일 오후 세 시에 라면을 끓여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분명히 살이 찔 것이다

반대로 매일 정해진 시간 달리기를 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건강해질 것이다.

우리가 나쁜 습관을 몰아내고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좋아질 것이 아닌가? 이런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사소한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종종이야기 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루 15분의 햇볕 쬐기, 30분의 걷기, 한두 사람과의 끈끈한 인간관계, 소소한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필수 항목이라고 한다.

과거에 나의 습관 때문에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다.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고, 늘 보관하는 사소한 습관이다.

학교에 입학 때부터 지영이는 외가집에서 학교를 다녔다. 부모가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생과 함께 외가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아주 티 없이 맑고 순수했던 지영이는 1학년을 다니다가 결국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이민을 떠났다.
학년을 마치고 갔으면 했으나 그곳 학교의 일정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눈물로 작별 인사를 하며 떠났다.

학년말이 되니 지영이의 건강기록부와 상장이 몇 개 남아 있었다.
이민을 가고 없는 학생의 것이지만 소중하게 사물함에 넣어두었고, 세월이 흘렀다. 또 다시 새로운 아이들의 담임이 되어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보내며 이름마저 잊어버릴 만한 시간이 지났다.

얼마 후 학부모 한 분이 서류를 들고 찾아와서 무언가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자세히 읽어보니 외국 유학 학생이 서울의 명문 대학에 입학을 하고자 하는데 본교 1학년의 과정을 이수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요즘 같으면 인터넷으로 간단히 될 일이지만 그때는 사람의 손으로 하던 시절이라 학교까지 찾아 왔던 것이다.

나는 "어! 지영이네"하며 반가워하며 인사를 했다. 어머니는 "오래 됐는데 기억하세요?"라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당연히 기억하지요!"하며 확인과 함께 잠깐 기다리라고 한 후, 사물함에 있던 몇 가지의 상장과 건강기록부 등을 드렸더니 아직까지 버리지 않고 이런 걸 보관하셨냐며 인사를 하고 떠났다.

얼마 뒤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지영이 엄마는 '보내준 상장과 서류를 받고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며 '며칠 후에 한국에 들어오는데 선생님을 꼭 대접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약속대로 지영이와 함께 고국에 들른 어머니께 귀한 것을 버리지 않고 보관해 두었다가 전달해 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 '참 별것도 아닌데 그걸 이렇게 고마워하는구나!'생각하니, 나의 보관하는 습관이 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받았던 편지를 비롯하여 수첩 등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가끔씩 그것들을 보노라면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교사로서의 삶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보관 습관은 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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