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만큼 수확의 기쁨 있는 주말농장

방학을 맞아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마음을 챙기며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그대로가 치유며 힐링이 된다. 이번 기획은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가활동을 통해 화합과 소통, 가족애(愛)를 다시 되새겨 본다. 1주 가족과 함께한 캠핑, 2주 가족과 함께한 등산, 3주 가족과 함께한 성지순례, 4주 가족과 함께한 주말농장 순이다.
▲ 왼쪽부터 김성진(외할머니) 윤도정 교도, 현희 현아 자매, 박세영 교도.

아파트 베란다와 주택 옥상,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길러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중 가족농장은 도심지에서 가까운 텃밭에 채소를 가꾸며 가족 간 소통은 물론 신선한 채소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해국제공항이 가까운 부산 강서구의 주말농장. 토요일 오전7시 몇 명의 사람들이 도착해 밭을 일구고 있다. 면적 1,320㎡ 텃밭에 20여 명의 회원이 가족들과 농작물을 기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천지은 농장'을 가꾸는 서면교당 박세영·윤도정 교도 부부와 중학교에 다니는 그의 두딸인 현아, 현희 양이 함께 참여한다. 편안한 복장을 갖춘 이들은 텃밭에 도착하자 농작물을 살폈다. 불과 일주일 전 이곳을 찾아 풀을 뽑고 물을 주고 수확물을 거뒀지만 다시 찾은 농장에는 채소들이 또 쑥쑥 자라서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농장에는 상추와 깻잎, 부추, 방울토마토, 옥수수, 고추 등이 탐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이웃과 나누는 삶

주말농장은 이들에게 있어서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대화의 장소이기도 하다.

사상구청 공무원인 박 교도는 "하늘과 땅의 은혜로 작물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지은 농장으로 이름 지었다"며 "올해 3년째 가족들과 주말 농장에 참여하고 있다. 첫해부터 올해까지 대체로 농작물의 성과가 좋았다"고 전했다.

박 교도는 "농장에서 수확한 깻잎으로 담근 깻잎김치는 가족은 물론 친척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반찬인데 그것은 내가 직접 손질해서 담는다"고 강조했다.

익숙한 솜씨로 상추를 따는 윤 교도는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틈틈이 농장을 찾는다. 이곳에서 수확되는 채소의 양이 많아 지인이랑 놀러 갈 때마다 채소는 우리가 준비한다. 교당에서 점심 공양할 때도 농장에서 키운 채소를 반찬으로 제공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주말농장에 참여하면서 이들 부부는 직접 기른 채소를 이웃과 나누는 삶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주말농장 전체에는 무려 22종류의 채소나 과일이 자라고 있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들 부부지만 딸들에게도 자연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고 있다. 부부는 상추 딸 때 나오는 하얀 액체가 몸에 좋은 성분이라는 것과 채소에 여치, 사마귀, 잠자리가 많다는 것이 바로 무농약 채소라는 증거라는 말을 건넸다. 이에 대해 딸들은 부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또 다른 대화를 이어갔다.

뜨거운 햇볕아래 작물을 가꾸던 이들은 작업을 잠시 멈추고 준비해 온 음료와 미숫가루를 먹으며 기운을 보충했다. 땀 흘리다 먹는 미숫가루는 달콤하고도 시원했다. 2시간30분의 작업 후 이들이 가지고 온 플라스틱 통과 비닐봉지는 각종 야채로 수북이 채워졌다.

박 교도는 "장모님은 물론 집안의 친척들도 텃밭에 같이 와 농작물을 가꾸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며 "올해는 비가 적게 내려 채소 물주는 것에 비중을 많이 두었는데 비가 10분 내리는 것이 30분간 물주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농작물에게 소중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다.

텃밭관리인 하치윤(51)씨는 "올해는 가뭄으로 채소와 과일 작황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식물도 사랑을 주고 가꾸면 잘 자라듯 이들 가족들이 천지은 농장에 매주 나와서 정성을 들이니 농작물의 결과가 좋을 수 밖에 없다"고 칭찬했다.
▲ 깻잎에 앉은 사마귀.

자연과 먹거리의 소중함 인식

부산 시내에 집을 둔 이들 가족들은 매주 왕복 40㎞의 거리를 아침 일찍부터 달려와 농작물을 돌본다. 시기별로 제철 채소의 씨를 뿌려 모종을 다시 옮겨 심는 방법으로 채소를 기르고 있다. 여름에는 아침 일찍 농장을 찾는다. 가을에는 주로 밤에 주말농장에 와서 배춧 잎에 붙은 달팽이를 잡는다. 딸들은 부모로 부터 달팽이를 잡을 때마다 마리당 용돈 100원을 받는다. 이같은 일련의 일들은 농작물에 대한 애정과 부지런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윤 교도는 "처음 씨 뿌리고 작물이 빽빽하게 자랄 때 솎아주는 작업에 비하면 오늘처럼 잎을 따주거나 정리하는 작업은 쉽다"며 "나의 안내로 입교한 신랑이 교당의 주인 역할은 물론 주말농장 일도 열심히 해줘 고맙다"고 전했다.

외할머니와 정담을 나누며 깻잎을 따던 현아 양은 "주말농장에서 작업하는 것이 때로 힘들기도 하지만 가족과 이렇게 바람도 쐬고, 제대로 된 먹거리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주말농장에 대해 "일주일에 하루, 두 시간 이상은 꼭 밭에 와서 잡초 제거와, 가지치기, 솎아주는 작업을 해야 작물이 잘 자란다"며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수확물도 많고 농사를 지어보니 땅은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속적인 땀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 주말농장이라는 것이다. 옆을 쳐다보니 텃밭 주인의 손길이 자주 가지 않은 채소는 시들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그에 비해 이들 가족들은 보통 회원들의 두 배의 땅을 신청해 풍성한 수확물을 거두고 있다.

작업을 마친 부부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남에게 도움 되는 일,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는 소망과 "다가오는 가을이면 무, 배추를 심고, 겨울에는 시금치와 쪽파를 심을 것이다"고 전했다. 가족들이 흘린 땀만큼 이들의 농장은 또 다시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 작업 중인 박 교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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