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종교인 생명평화순례
원불교환경연대 진행

▲ 생명평화순례에 참가한 5개 종단 이웃종교인들이 내성천 모래톱에서 기도식을 진행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자연 훼손의 현장을 둘러보며 생명평화를 기원하는 행사가 개최됐다.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도교, 천주교 5개 종단 이웃종교인들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가 주관한 생명평화순례가 그것이다.

22~24일 60여 명의 종교인들은 경상북도 영주 댐을 포함한 내성천, 영양을 순례하며 기도식을 한 뒤 환경파괴에 의한 인간과 자연의 생명체에 미치는 재앙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간사단체인 원불교 환경연대의 준비와 진행 아래 시행된 이번 행사는 생태작가 박용훈의 '내성천 이야기'와 영화 '모래가 흐르는 강'을 상영하는 등 자연 생태계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생명 근원의 강을 있는 그대로 흐르게 하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자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것이다.

이들은 영주댐 건설현장을 찾아 강해윤 교무의 주관으로 기도식을 거행하고 댐 건설로 수몰되는 영주시 금강마을을 방문해 지역민의 실정을 살폈다.

다음 날에는 전형적인 '모래가 흐르는 아름다운 강' 내성천을 찾아 3시간 동안 물 안을 걸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맞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체험한 것이다. 오후에는 내성천 우래교에서 종단별로 생명평화음악회를 열며 친목을 다졌다. 이어 참가자 전원이 내성천 복원을 기원하는 기도식을 진행, 생명평화 순례의 의미를 되새겼다.

순례 마지막날에는 무리한 댐 건설 추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영양군청에서 종교환경회의의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항의서를 전달했다.

성명서에는 "영주댐은 건설 목적이 없이 생겨난 토목공사일 뿐이고 지금이라도 당장 공사를 포기하고 담수를 포기하는 것만이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내성천의 모래밭에는 고라니 등 여러 동물의 발자국이 새겨져 있어 강과 들, 산을 이어주고 순환시키는 연천이다. 댐의 건설로 인해 강은 육지화되고 생태계는 바뀌고 있다. 강에 물이 흐르지 않아 모래만 남게 된다면 죽음의 그림자가 인간에게까지 미칠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흐르는 강물을 인간의 탐욕으로 더 이상 막아서는 안된다"고 제시했다.

이들은 "영양댐 건설계획은 그 목적마저 부재한 사업이었음이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통해서 드러났고 권력층의 결탁에서 생겨난 것이었는데도 아직도 이를 백지화하지 않고 주민들에게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으니 하루속히 영양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여 주민들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순례에 참가한 천도교 천은당 정미라 씨는 "무생물이라고 여겼던 모래가 생명체라는 강사의 말에 새삼 놀랐다"며 "물과 모래 위를 맨발로 걸으면서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것을 체감했고 제 후손들이 아름다운 강과 모래를 밟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태은 사무처장은 "내성천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인데 많은 사람이 몰라서 아쉽고 지금이라도 댐 개발이 중단되어 강이 스스로 복원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좋겠다"며 "5개 종단 종교인이 순례를 계기로 친목과 협력의 기회를 가져서 보람이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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