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경계다. 공부할 때가 돌아왔다.'
원불교의 대표적인 마음공부 방법입니다.

얼마 전 정기훈련을 오신 교도 한분은 제발 경계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합니다. 한꺼번에 닥친 여러 경계가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 분에게 경계는 화, 괴로움, 짜증, 귀찮음 등의 역경(逆境)입니다. 이 분 뿐 만이 아니라 다수의 교도들과 회화를 하면 경계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경계는 나쁜 건가요?

일상수행의 요법 1·2·3조에 '심지는 원래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라는 문구를 보니 이 경계가 나쁜 것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문구를 보면 '그 요란함, 어리석음, 그름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혜·계를 세우자'고 합니다. 경계가 나쁜 것이라면 경계를 없애야 하는데, 경계를 없게 하는 것이 아니네요.

경계는 도대체 무엇이며, 또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경계(境界)는 사물(事物)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나누어지는 한계를 말합니다.

일(事)은 우리의 일상생활속에서 부딪치는 모든 상황을 말합니다. 물(物)은 일체의 대상, 존재, 물질입니다. 경도 위도, 국경, 전라도, 경상도, 네땅 내땅, 네방 내방 등 공간의 경계, 시간의 경계, 계절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음과 양의 경계, 옳고 그름의 경계, 어른과 아이의 경계등 수많은 경계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원불교에서 마음공부를 할 때에는 육근이라는 통로를 통해 내 마음에 부딪쳐 오는 일체의 상황과 대상을 경계로 보고 있습니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깊게 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으신 후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에게 옳고 그름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에게 이로움과 해로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나에게 기쁨과 괴로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경계는 우주만유입니다. 세상입니다. 삶입니다.

내가 어떻게 한다고 없어지거나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세상이든 무엇이든 그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괴롭습니다.

판단의 기준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밖으로 향하는 눈을 안으로 돌려 생각에 의한 판단을 멈추고 깊이 느껴보세요.

내가 경계라고 생각하며 저항했던 내 생각을 놓는 순간 경계가 사라지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자유를 얻는 공부는 경계가 올 때마다 일어나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삼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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