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정기훈련을 하면서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회화를 하다보면 이런 표현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특별한 경계가 없어서 공부할 거리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주로 일이 없으시고 한가하신 분들이나 마음이 편안하신 분들의 말씀입니다.

물론 경계가 없을 때는 염불, 좌선, 경전 등으로 수양과 연구공부를 함께 하시는 공부인들이 많이 계십니다만, 그렇지 못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허송하는 분들도 계시는 듯 합니다.

경계란 육근을 통해 내 마음을 일으키는 일체의 상황과 대상 곧 우주만유입니다. 경계 자체는 옳고 그름도 없고, 이로움과 해로움도 없지만 내 마음의 기준(과거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의식의 틀)에 따라 시비이해가 나누어집니다.

정산종사께서는 경계를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십니다. 순경(順境)은 내 마음을 유혹하는 경계, 역경(逆境)은 내 마음에 거슬리는 경계, 공경(空境)은 내 마음이 게을러진 경계로 항마할 때까지는 방어에 주로 주력하고 항마 후에는 이 모든 경계를 노복처럼 부려 쓴다고 하십니다.

일반적으로는 역경일 때 경계임을 인식하고 극복하려고 애를 씁니다만 순경일 때에는 경계인 줄도 모르고 끌려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마음에 좋고, 편안한 경계가 오면 간사하고 망녕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기도를 하고, 마음이 끌리고 탐심이 나면 염불로 안정을 얻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 순경만 해도 끌리는 줄 모르고 끌려가는 무서운 경계이니 공부인은 늘 마음을 챙기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특별히 좋을 것도 끌릴 것도 없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때가 공경(空境)상태입니다. 이미 눈을 뜨고 깨어있는 동안은 한 순간도 경계 아님이 없습니다. 깨어있는 공부인들은 이 때에도 마음에 방심이 되지 않도록 일이 없을 때에는 좌선,염불등 수양공부와 경전, 의두 등 연구공부를 통해 미리 일 있을 때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대종사께서는 사람은 세상에 나면 싫어하는 고와 좋아하는 낙이 있는데, 우리는 정당한 고락으로 영원한 행복을 위하여 행·주·좌·와·어·묵·동·정간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하라고 하십니다.

경계가 없을 때일수록 더욱 충전하고 미리 연마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결국 실제 경계를 당해서 나의 육근을 사용할 때 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국가대표가 올림픽 경기를 위해 몇 년간을 땀을 흘리며 준비하듯이 말입니다.

잠깐 멈추어 지금 이 순간 내가 호흡을 하며 살아가고 밝은 태양아래 만물을 보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사은의 은혜를 생각해 봅니다. 부처님의 정법을 만나 참 자유와 행복의 길을 찾은 은혜도 생각해봅니다. 지금 여기의 경계가 은혜임을 확인하였다면 일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끊임없는 경계(사은)속에서 한결같이 감사하고 은혜를 갚기 위한 보은의 실행을 해야 할 것입니다.

<삼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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