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100년 판화 100여 점 목표
원문화 발전 새 가능성 제시

▲ 이철수 판화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판화가 이철수 씨가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의 제안으로 〈대종경〉 판화작업에 들어갔다. 간결하고 단아한 그림과 선가의 언어방식, 시대정신을 담아내면서도 시정이 넘치는 판화작품으로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기에 그의 판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

"30년 전 '영효'라는 원불교 법명을 받았던 인연이 있습니다. 벌써 100년 전에 물질개벽의 시대를 예견하시고, 삶과 존재를 통째로 바꾸려고 하셨던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에서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구해볼 작정입니다."

요즘 그의 일과는 개교100년까지 대종경 판화 100여 점을 목표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원기95년 8월 익산 성지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그는 영산과 익산, 변산 성지들을 직접 돌아보고 원불교 교전과 초기교서들을 읽어나가면서 작품구상을 하고 있다.

책상 위에 놓인 〈원불교전서〉는 흰 여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기저기 메모로 빽빽하고 전서를 거듭해 읽고 적어둔 작품구상 노트도 여러 권이다.

"〈대종경〉을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곳곳에서 새롭게 배우는 바가 참 많습니다. 신앙고백으로서의 그림이기보다는 원불교의 면목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원불교를 모르는 사람들, 더욱이 등신불을 내려놓고 일원상을 선택한 소태산 대종사의 정신을 보편적인 진리로써 사회화하고 보편화하는 데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원불교에서 '이철수'를 부른 이유도 분명할 테니까요."

종교의 유무를 떠나 사람들에게 〈대종경〉이라는 아주 친절하고 좋은 문헌이 우리 시대에 있음을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일관되게 흐르고 있었다. 작업실 벽면 가득 이미 밑그림을 마친 작품에 담긴 원불교 진리의 모습은 등신불로서의 의미를 과감하게 지우고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 처처불상 사사불공'과 같은 대목들이 분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과거불교를 개혁하고 혁신해서 온전하게 사용하겠다는 대종사의 이야기, 흰콩 검은콩으로 표현한 태조사법 등 회자될 기회가 없었던 대종경 속의 일화들을 이번 기회에 현대적 언어로 재미있게 되살려서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자꾸 보게 하고 싶습니다."
▲ 〈대종경〉 판화 시안.

그의 바람처럼 〈대종경〉 판화는 원불교 교리가 교단의 울을 넘어 문화의 옷을 입고 대중과 세상 속으로 전해질 기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동서양의 미학을 고루 갖춘 그의 탁월한 감성이 대종경을 우리시대 문화작품으로 재탄생시킬 것이며, 향후 원불교의 문화상품을 새롭게 구상하는데도 큰 몫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정상덕 사무총장은 "원기 100년을 기점으로 〈대종경〉 판화가 완성되면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전국 순회 전시 및 더 나아가 각종 출판물과 다양한 문화상품을 기획, 대중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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