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방향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 하상의 교무/미주선학대학원 원불교학과 교수
한국에서는 100주년을 400~500년 결복기를 향한 큰 준비로 진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본다. 어떤 이유에서 시작됐건 교단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개혁의 바람을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아니 그렇게 되도록 재가 출가들이 마음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해외에서 근무하며 특히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에 속하는 미주선학대학원에 근무하며 경험하고 생각한 교단을 위한 방안도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 필자가 처한 현실에서 필자의 관점으로 교단이 변화를 하고자 한다면 깊이 고려해야 할 과제를 몇 가지 적어 본다.

1. 교역자 선발과 양성 방법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선 선발규정에 심신이 건강한 남자, 여자라는 조건과 나이제한 그리고 여자는 정녀지원서를 반드시 내야하고 동성애자는 안 되는 등 여러 규제도 문제거니와 4~6년 공부하여 1·2차 고시 치르고 큰 문제가 없으면 출가식을 하고 교무자격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방식의 교무 선발과 양성은 현대사회에서 볼 때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교역자 자질을 갖추는데도 많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선수행을 가르치는데 있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존 카밧진이다. 그 분에 의해서 만들어진 선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가장 유행하고 선센터도 제일 많다.

그리고 이제는 미국을 넘어 한국을 비롯해 과거 불교 수출국에도 역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그룹에서 선수행 과정은 잘 진행되고 있는데 지도사 자격을 주는 출가식 같은 것은 없고, 대신에 전문과정 프로그램을 통해 저절로 잘하는 사람이 드러나고 주위에서 인정을 받게 되고 여러 지역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능한 교사로 초빙되고 책도 출판하며 저절로 완숙해지는 것이다.

원불교 교무 선발과 양성과정은 완전한 탈바꿈이 필요하다. 규제는 완전 폐지 혹은 대폭 줄이고 교무의 자질향상을 위한 방안은 기존의 모든 틀을 놓고 새롭게 탈바꿈해야 한다.

2. 원불교의 중심경전인 〈원불교교전〉과 〈정산종사법어〉는 그 동안 논란이 많았던 부분에 대해 철저하고 정밀한 연마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내용에는 사소한 자구 수정에서부터 중요한 과제도 있다고 본다. 〈정산종사법어〉 또한 현재본이 완성된 이후에 누락된 기본 자료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서 새로운 편집에 대한 논의가 부분적으로 있어 왔다. 이 문제는 이미 교단에서 제기된 문제라 간단히 언급만 한다.

3. 원불교학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새로운 정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배학자들의 노력으로 한국사회에서는 원불교학의 토대가 어느 정도 세워졌다고 본다. 그러나 원불교학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은 많이 부족했다고 본다.

불교의 역사를 보더라도 초기 근본불교가 형성되는 과정에도 몇차례의 결집이 있었고, 그 이후에 새로운 불사상과 중요 사상을 불교의 삼장(경장·율장·논장)에 첨가하는 결집들이 이어져 왔다. 그런 덕분에 수많은 불교계 스승들과 학자들이 남긴 중요한 논·소를 오늘날 우리가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4. 교화방법이 새로워져야 한다. 교당 중심의 교화에 주로 의존하는 방식에서 농촌과 어촌 혹은 도시 등 다양한 현장에서 요구되는 프로젝트 중심의 교화로 더 전문화가 되어야 한다. 복지기관운영 등 다양한 기관 운영도 교무님들의 착실함과 정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원불교 나름의 전문성을 개발하도록 전문연구가들이 현장에서 함께 해야 할 것이다.

5. 교무들의 제복이나 특별한 양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전문성과 내용중심의 실력을 배양하여 교무가 되고 교육 교화 자선의 교역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6. 요컨대 전반적인 개혁의 방향은 하드웨어 방식에서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완전히 탈바꿈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기관이나 시설부터 만들어 놓고 사람 찾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양성부터 먼저 해야 한다.

미국에도 한국에도 사람은 부족한데 교당수는 늘려가고 근사한 타이틀을 가진 새로운 기관을 만들고 시설을 만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는 그런 기관을 잘 운영하고 발전시킬 인재양성은 해 놓지 못했다. 지면상 제안할 안들이 더 있지만 다른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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