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화순으로 넘어가는 너릿재 옛길에 자리 잡은 소아르 갤러리. '소아르(SOAR)'는 영문 'space of art research(예술을 탐구하는 공간)' 자의 첫 글자를 조합한 이름이다. 이곳 소아르는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과 경제적 부담으로 개인전을 열지 못하는 작가를 위한 초대전을 열고 있다. 다양한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이 특정한 분야나 내용에 치우치지 않고 역동적인 다양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예술 공간인 것이다.

작가들의 평소 관심이 잘 반영된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오늘을 살아나가는 젊은 작가들의 시대의식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작가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각기 다른 촉수로 감지하여 작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때로 그것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인식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신진작가들의 소통 공간

지난해 5월 갤러리 개관 기념으로 열린 '자기 유사성과 회귀성'전에는 20명의 30대 젊은 작가들이 참여해 작가들의 내면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한 회화, 조각 등을 선보였다. 이어 열린 '호기심'전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호기심이 깃든 작품들이 소개됐다. 세 번째 기획전은 '유희'를 단순한 놀이의 개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으로 이끄는 개념으로 '유희'전이 기획됐다.

올해 4월에는 지구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전을 마련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예술적 언어로 해석한 작품들이 선보여졌다. 지구와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예술작품을 소개하며 편의주의, 개인주의로 만연한 현대인의 삶에 녹색의식을 공유하는 일종의 아트 캠페인이었다.

소아르는 조의현 조선대 미술학부 교수가 사재를 들여 만들었다. 조 교수는 5여 년 동안 직접 땅을 사고 건물을 설계하고 디자인했을 뿐만 아니라 건축과 조경까지 인부를 사 감독하며 시공했다고 한다.

갤러리는 40대 미만의 젊은 작가들을 주로 소개하며 대관료는 무료다. 거액의 사비를 들여 문화공간을 만들어낸 데에는 기반이 열악한 청년작가들의 보금자리를 선사하고 싶다는 조 교수의 바람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

소아르 큐레이터는 "소아르는 미술을 사랑하고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열려있는 공간이다"며 "젊은 작가들을 중심의 창작활동에 적극 지원을 하고 있다. 현대미술과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전통문화를 깊이 연구하고 이를 재해석해 현실에 적극 반영하고자 한다. 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풍성하게 만드는데 갤러리의 목표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연면적 8250㎡규모로 4개의 건물로 이루어져있는 소아르는 갤러리, 커피샵, 아트샵,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테리어, 가구, 장식품 하나하나가 작품이다. 야외는 조 교수의 작품 20여점이 설치돼 있어 대형 미술관을 연상시키고, 주변의 푸른 숲은 멋과 운치를 더해 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입구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커피숍 'BOXCOFFEE'도 있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공간 중 하나이다. 갤러리 전시를 보러온 사람들이 차도 마시고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곳곳의 예술작품들이 카페를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다. 커피 볶는 고소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 짓던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옆 건물로 향한다. 그곳에는 실력 있는 작가들의 미술작품들이 전시된 아트숍이 있다. 아트숍은 지역작가들의 예술을 다양한 아트상품으로 개발해 창작활동과 판매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자 만들어졌다. 어렵게 느껴지는 갤러리의 문턱이 낮춰지면 이렇게 서로를 향한 배려와 휴식, 편안함이 전해지는 공간이 된다.

길따라 끝까지 가면 '푸드팩토리' 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 음식 또한 주인장의 세심한 정성이 그대로 담겨진다. 최상의 재료가 주는 퀼리티 높은 음식은 메인 요리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힐링이 된다.

"감성을 돋우는 가을의 문턱에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감춰둔 감정의 잔상을 어루만지며 자아를 되돌아보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소아르를 이렇게 소개했다. 미술을 사랑하는 공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 소아르가 있어 화순 너릿재 옛길이 더욱 멋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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