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법회를 마치고 교무님에게 일요일 예회에 나올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왜 요즘 결석이 많으냐고 나무라시는 듯 말씀하신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난달에도 한번 그랬다. 그때는 2년 전에 작고한 매제의 기제사였다. 회갑도 못 넘기고 애절한 정을 남기고간 매제라서 더욱 안타깝다.

홀로되어 먼 타향에서 외롭게 지내는 동생이 애처롭고 안쓰럽다. 올해는 기일이 토요일에 걸렸다. 망설였지만 참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리가 워낙 멀어서 일요예회에는 참석하기 어려웠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는 1년에 3번 반 정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법회에 결석을 한다. 아버지 생신 즈음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거쳐 형제자매들이 홀로되신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겸해 우의를 다진다.

가끔은 외삼촌 등 다른 친척들도 합세한다. 아흔 중반이 되신 아버님이신지라 앞으로 몇 해나 넘기실지….

7월 첫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졸업생이 40명 남짓 밖에 안 되는 산골 작은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연례 모임이 있는데, 향수와 어릴 적 추억이 베어있어 나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정감이 가므로 같이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모임에서 이제 나이가 들어 현직에서 물러나있는 친구가 많으니 번잡한 주말을 피하자는 취지로 내가 제안하여 내년부터는 주중에 모이기로 했으므로 앞으로는 이로 인해 법회를 빠질 일은 없게 됐다.

여름휴가 때에는 아내와 나 모두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일요일이 끼이게 된다.
그러나 아내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고, 변화가 있게 되면 일요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4월 둘째 일요일은 조상들의 얼을 기리는 시제다. 이날은 법회에 나가지만 폐회하기 전에 가야하니 조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2부 법회라 할 수 있는 수요법회에 거의 거르지 않고 참여를 하니, 주당 법회 참석 횟수는 1.8회 정도는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예회에 참석할 수 없는 이유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들의 고집 때문이다. 아내와 나의 예복을 굳이 맞추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냥 여기에서 하나 고르자했으나 서운하게 여기는지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식사 문제가 걸려, 내가 먼저 토요일에 아들이 거주하고 있는 분당으로 올라가 일요일 오전에 일을 보고 내려오면 아내는 일요일 오전에 올라가 오후에 일을 보고 내려오기로 했다.

법회에 빠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토요일에 교도 자녀의 결혼식에만 참석한 다음 올라가 미리 일을 마쳤다.

그래서 일요일 오전에는 가까운 분당교당에서 법회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주저하는 아들까지 동반하고 말이다. 어릴 적에는 교당에 잘 따라다녔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멀리하고 있는 아들이 이를 계기로 교당에 나가기를 염원하며, 다른 교당에서 법회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한 것이다.
신혼살림 할 집으로 이사를 한 아들의 집들이 겸 오찬을 우리 내외와 아들 둘 그리고 예비 며느리까지 다섯이서 함께하고 전주로 내려왔다.

일을 보고 밤늦게야 집에 돌아온 아내는 예비 며느리한테 '입교원서'까지 받아왔단다.

며느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종교가 없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결혼하게 되면 입교하라는 언질을 주기는 했지만, 기대보다 빨리 그리고 선뜻 받아들인 것이다.

좋은 인연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예스럽지 않았던 일요일, 우리 교당에서 예회는 못 보았지만 나름대로 알찬 하루였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