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교역자 1학년 시절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하던 도중 천지의 은혜에 대한 설명에 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건 자연현상이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사실 이 때는 저도 관념적으로 은혜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사람에게 확신을 줄 정도로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에도 '그래 무위자연이니 그냥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대종사께서는 "우리가 천지에서 입은 은혜를 가장 쉽게 알고자 할진대 먼저 마땅히 천지가 없어도 이 존재를 보전하여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 그런다면 아무리 천치요 하우자라도 천지 없어서는 살지 못할 것을 다 인증할 것이다.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가 있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하십니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에 대해서는 스스로 생각해보고, 느껴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학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가게 되어 유격훈련 중 화생방 훈련을 받았습니다. 밀폐된 공간에 훈련병들을 가두고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그 속에서 체력단련도 시키고, 노래도 시킵니다. 정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맛본 후에 한줌의 공기를 찾아 바람처럼 뛰어나가 외부의 공기를 마실 때 심경은 체험해 본 사람은 다 알 것입니다.

눈물, 콧물, 침을 잔뜩 흘리면서도 그 부끄러움, 체면은 아무것도 없이 오직 두 팔을 벌리고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의 원천을 마시며 공기의 소중함에 감사하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아! 살아있다는 이 자체가 엄청난 은혜이구나! 너무나 감사하구나!'
그 때의 그 체험은 생명과 은혜에 대한 저의 관점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면 은혜도 느낄 수 없음을 깨달았고, 천지는 스스로 떳떳하고 자연스럽게 그 도를 다 하고 있지만 그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은혜로 나타남을 알게 되었고, 은혜를 갚는 것 또한 천지의 그 도를 체 받아 실행하는 것이 순서임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느껴보세요.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감사한지.

이 공기가 없이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음을 알고, 지금 앉아있는 땅의 바탕을 믿기에 언제 어디서나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땅이 무너지고, 건물이 무너진다는 생각이라면 우리는 노심초사로 불안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 주시면서도 바라지 않는 부모님 마음처럼 늘 베풀기만 하는 이 엄청난 은혜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경건하고 절실한 은혜를 느끼지 못한다면 참으로 철없는 사람입니다.

너무 당연하게 주고 있지만 너무 큰 은혜! 천지님 은혜를 느끼고 보면 감사하며 살기에도 바쁜 인생입니다. 다시금 마음 챙겨 보은행을 다짐해봅니다.

<삼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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