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여성의 건강, 의료적 접근을 넘어서

▲ 갱년기 증상.
▲ 폐경은 질병이 아니며 자연스런 과정이다. 여성들 스스로도 '갱년기는 여성으로서 끝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인간의 생로병사의 한 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여성의 평균수명은 2000년 78.6세에서 2012년 84세로 증가해, 여성은 삶의 1/3 이상을 갱년기 이후로 살아가게 되었다. 한국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세로 폐경 나이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이는 초경나이가 점점 빨라지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폐경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가 많아 월경을 완료한다는 의미에서 '완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여성계에서 있어 왔다.

여성의 건강은 생애주기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임신출산, 폐경, 노년기 건강의 주요 세 단계로 이루어져, 갱년기 전후의 건강관리가 건강한 노년기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그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 나아가 갱년기는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애주기에서 삶의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기므로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한 이슈이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갱년기를 경험하면서 갱년기에 대한 정보와 교육도 받지 못하고, 가족이나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이해와 적절한 지지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데 있다. 이로 인해 '혼자만의 전쟁'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갱년기가 남성에게도 있지만 여성에게 더 중요한 이유는 완경이라는 가시적인 변화와 이에 따른 신체적·심리적 변화, 그리고 삶의 변화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갱년기에 대한 여성 스스로와 사회구성원의 관심은 단지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시작되어야한다.

많은 여성이 갱년기 이후 다양한 신체적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2013)에 따르면 '피부가 건조해진다'(84.7%), '자주 피곤하고 쉽게 지친다'(84.1%), '외모, 피부결 또는 피부의 탄력이 변한다'(82.6%), '기억력이 떨어진다'(82.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조사는 서울의 중상층 여성을 중심으로 조사한 것으로 샘플에 있어 대표성을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많은 여성이 갱년기 이후 다양한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더 나아가 한국여성은 갱년기 이후에 여성의 건강수준이 매우 낮아져 당뇨병, 콜레스테롤, 협심증 등의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조기 폐경이 되는 여성도 증가하고 있는데 40세 이전의 조기폐경을 경험한 여성은 50세에 폐경된 여성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위험 1.25배 증가하고, 나이와 흡연 여부를 보정하면 그 위험은 1.38배로 증가한다.

양측 난소 절제술로 인해 폐경된 경우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4.55배 증가(Atsma, 2006) 한다고 하여, 완경기가 여성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폐경 후기로 갈수록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나빠지고, 성적 삶의 질(sex life)이 떨어지므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폐경은 질병이 아니며 자연스런 과정이다. 여성들 스스로도 '갱년기는 여성으로서 끝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인간의 생로병사의 한 과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갱년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중요한 사회건강문제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현실이므로 무엇보다 먼저 갱년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

갱년기는 모든 여성에게 유사한 양상으로 다가오지 않으며, 신체적 여건, 가족구조 및 상황, 건강상태, 삶의 부담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상황과 상태에 맞는 갱년기에 맞는 지원이 절실하다.

갱년기 이후 여성은 생애주기단계별로 볼 때 가족 내 돌봄 역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며 '제 2의 인생'을 맞이하는 전환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갱년기를 숨기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활기차고, 당당하게 보내는 시기로 바꿀 필요가 있다.

물론 갱년기를 어렵게 경험하는 여성들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갱년기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와 정책적 지원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노년기를 잘 대비하는 방안이 된다.

자신의 이야기 풀어가며

당당한 갱년기를


이는 갱년기 여성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감소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필자는 모 기업의 후원으로 2년전 전국 7곳을 갱년기에 대한 순회교육을 한 적이 있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여성들이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했고, 호르몬제의 무분별한 사용문제, 한 가족 내에서 여성은 갱년기, 청소년 자녀는 사춘기인 경우 경험하는 어려움, 일만 하다 친구네트워킹이 없어 일을 마감하고 갱년기를 맞이하여 허무하다는 의견, '이제부터는 내 인생 챙기겠다'는 다짐 등 참으로 다양한 반응과 이야기를 풀어내주었다.

여성들이 원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갱년기에 대한 정보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 이해하고, 지지를 얻는 것이었다.

또한 의사들이 권하는 다양한 의료적 처치가 과연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갱년기에 대한 통합적 건강관점에서의 정보, 교육훈련은 물론이고, 여성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과 증상을 이야기하고, 풀어낼 수 있는 모임을 확대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여성만이 아니라 여성과 함께 생활하는 남성 및 가족을 위한 모임을 통해 갱년기에 대한 이해를 확산할 필요도 있다.

지역사회의 여성, 보건소, 민간단체, 보건의료인 등의 연계를 통해 갱년기와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와 준비를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볼 수 있다.

갱년기를 의료적 차원만이 아닌 '제 2의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여성과 국민을 대상으로 캠페인 등을 통한 사회적 공론화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 보스톤 여성건강책자 협동조합에서 출간한 폐경여성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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