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명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동아리 수업시간을 이용해 요가에 열중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대하니 마음의 문 열어

 

가을이 왔음에도 햇살이 뜨거운 날, 부산 금정산 자락에 있는 금명여자고등학교를 찾았다. 낙동강과 화명 신도시가 가까운 이곳은 2008년에 개교한 이후 북구 지역 유일한 공립여자 고등학교로 교육적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며 지역사회에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밝은 미색으로 예쁘게 꾸며진 건물로 들어서자 쉬는 시간을 알리는 벨 소리가 울렸다. 여학교라 조용할 것 같은 분위기는 잠깐, 큰 소리로 친구를 부르는 학생과 바쁘게 어디론가 뛰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자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여학교였지만 그 시절 우리는 남학생 못지않게 씩씩하게 행동하고 거칠게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마음과 몸 자각하기
금명여자고등학교는 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 6,7교시에 창의적 체험 활동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중 동아리 수업의 하나로 진행되는 명상 요가반은 서면교당 김형원 교무가 2년째 이끌고 있다.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10명의 학생이 명상요가반이 진행되는 3층 수학교실로 들어왔다. 체육복 바지를 입고 편한 차림을 한 학생들은 인사를 건넨 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책상과 의자를 옆으로 치우고 자신의 매트를 깔고 단정히 앉아서 수업을 기다렸다.

수업은 미니강의-척추교정 명상-몸 풀기-요가-명상-송장자세로 진행된다. 김 교무는 지난 시간에 이어 인체 내에 축적된 독소를 뺀다는 개념의 디톡스(Detox) 즉 해독(解毒)에 관한 설명을 했다. 그는 "먹는 습관과 생활 습관으로 현대인들은 몸에 많은 독소를 안고 살아가는데 바른 먹거리와 바른 생활 습관을 갖추고 요가 시간에 배운 동작 한 가지라도 마음을 챙겨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균형 있는 삶이 되고 정돈된 삶을 살 수 있다"며 "되도록 유기농산물, 제철음식을 주로 섭취하고 합성 첨가료가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분노, 짜증 등을 다스리는 명상을 실천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디톡스 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은 학생에게 요가와 명상을 통해 척추와 자세를 바르게 함으로써 만성피로가 사라지고 면역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어 음악을 들으며 바른 자세로 서서 등 뒤로 손을 깍지 낀 상태로 제자리에서 걷는 '척추교정 명상'이 10분간 진행됐다. 이후 경직된 어깨나 목을 풀어주는 몸풀기 운동 후 적당한 난이도를 갖춘 요가동작이 시행됐다. 학생들은 김 교무의 지도로 호흡과 동작에 집중하며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로 수업에 임했다. 김 교무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통증을 느끼는 자극 점에 집중하고 내쉬는 숨에 최대한 몸을 이완시켜 통증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데 까지만, 동작을 하고 무리하게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마음, 행복한 삶에 대한 관심 유도
학생들은 요가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몸을 돌아보는 명상도 함께했다. 학생들이 요가자세를 집중해 바른 자세를 취하면 그 동작이 끝난 뒤 잠깐씩 명상을 체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평소 익숙하지 않았던 명상을 학생들이 처음부터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들은 자연스럽게 명상을 하고 있었다. 김 교무는 명상 후 느낀 점에 대해 묻기도 했다. 이런 시도를 통해 학생들은 각자의 마음과 몸의 상태에 관심을 두고 자각해가고 있었다. 이것이 반복될수록 학생들은 흩어진 정신을 모으는 일심을 자연스레 경험하는 것이다.

2학기 후반에 들어선 지금 김 교무는 학생들을 명상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이끌기 위해 인간윤리나 동물윤리 등의 다큐멘터리 시청도 지도하는 등 올바른 행복이나 마음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때에 따라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다.

수업 후 학생들은 감상담을 통해 "요가를 통해 몸이 유연해지고 개운해졌다, 다른 수업에 비해 편하게 쉬는 느낌이 든다, 어려운 요가 동작도 배워보고 싶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2학년 최윤희 학생은 "교무님의 말씀을 들으면 유익한 점도 많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요가도 배울 수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수업이 좋다"고 밝혔다.

명상 요가반은 이 학교의 교사로 근무하는 서면교당 이은전 교도의 의뢰로 시행됐다. 이 교도는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수업인데 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부득이 10명의 인원으로 제한해 수업하고 있다"며 "올해는 신청인원이 많아 지난해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아 아쉽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색다른 체험으로 학습으로 인한 스트레스 쌓인 마음을 풀 수 있는 시간, 휴식의 시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 학교 수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학생들도 명상 요가반에 오면 집중해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가하고 있다는 평이다. 김 교무가 학생들을 대할 때 현재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니 그들이 먼저 그 마음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다.

어려운 동작의 요가보다는 쉽게 따라서 할 수 있는 요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김 교무는 "명상적 삶, 수행적 삶이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싶다"며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방학 등 학생들이 시간이 될 때 교당에서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