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100년의 새로운 창립정신

▲ 서경전 원로교무

1. 기존 창립정신의 문제점

최초 창립정신 집필자 이공전종사는 첫째는 절대복종의 대신봉 정신이요, 둘째는 일심합력의 대단결 정신이요, 셋째는 사무여한의 대봉공 정신이요, 넷째는 이소성대의 대근실 정신이다(〈원광〉 53호).

이에 대하여 유병덕 교수는 원불교의 창립정신은 첫째 이소성대의 정신이며, 둘째는 사무여한의 정신이며, 셋째는 일심합력의 정신이라 했다.(〈원광〉 55호) 이상을 축약하여 지금까지 원불교의 창립정신은 이소성대 일심합력 사무여한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이중에 일심합력과 사무여한은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하며 부도덕한 집단에 의해서 부도덕한 목적을 위해서도 얼마든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들면 1968년 1월 21일 새벽에 북한군 124군 부대 31명은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기 직전에 김일성 앞에서 사무여한(死無餘恨·죽어도 여한이 없다)의 맹세를 했다고 한다. 또한 1983년 한 일간자에 의하면 서울시내 일부 고등학교 불량써클의 행동지표가 일심합력(一心合力)이라고 한다.

원불교의 창립정신 중 일심합력과 사무여한이 위와 같은 부도덕하고 비합리적이며 불량한 집단에 의해서 부도덕하고 비합리적인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 사회에서 활용되고있는 용어를 빌려다가 원불교의 창립정신이라고 활용할 경우에 이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2. 원불교 100년대의 새로운 원불교 창립정신 정립의 필요성

첫째, 원불교 100년대의 새로운 창립정신은 일반사회에서 사용되어 왔던 용어를 빌려다 쓰는 것이 아니라 원불교의 창립과정에서 대종사님을 중심으로 9인 선진들이 행동으로 보여 주었던 사례 중에 소중한 원형정신을 살려서 정리함으로써 새로운 원불교의 창립정신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일부 교도교수 가운데도 일심합력, 사무여한, 이소성대가 원불교 창립정신의 이념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비판을 한 적도 있다. 1984년 2월 8~9일 사이 제3회 원불교 사상 총발표회에서 이상비 교수가 지적한 바 있다.

이 교수의 주장은 회사의 설립취지는 돈버는 것이라면, 종교의 설립정신은 광제창생(廣濟倉生)이라 했다. 순수한 원불교적 전통정신, 원형정신을 중심으로 창립정신을 찾고 그것을 보존하고 재현하고 계승하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개교동기나 교리정신은 목적 가치요 독립변수라면, 원불교 창립정신은 수단가치요 종속변수라 할 수 있으나 원불교 창립정신을 해석하고 설명할 때는 개교동기나 교리정신까지도 수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넷째, 원불교 창립정신은 원불교의 창립정신이면서도 그것이 단순히 한 교단정신, 종단정신에 머무르지 않고 인류 역사의 창조정신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지금까지의 원불교 창립정신은 다분히 공을 위하여 개인적인 희생과 인내를 강조함으로써 극한상황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장점은 있었다.

그러나 교단의 일부 지도자들은 자칫 개인적 희생을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소홀히 한 채 계속해서 일방적 개인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결과 나타나는 비인간화 현상의 문제를 극복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미래지향적 원불교 창립정신은 그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개인적인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거나 극한상황만을 대처하는 일회용의 각박한 처방제가 아니라 그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개인의 희생도 창조적으로 수용되고 나아가 개인과 교단이 함께 살아나고, 나아가 인류정신사까지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곱째, 지금까지의 원불교창립정신론은 개교반백년 기념성업의 이념으로써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면 원불교 100년과 결복기의 이념적 정초로 원불교 창립정신은 지금까지의 제반 교단창립정신론을 내면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새로운 관점이 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여덟째, 21세기는 하나의 시대, 밝은 시대, 후천개벽의 시대이다. 정복지향의 독점적 구원주의 종교는 빛바랜 유물로 후퇴하고 우리 것을 기반으로 하여 구원의 보편론을 지향하는 종교가 새로운 세기를 담당할 것이다. 원불교는 이런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종교이다.

다가오는 21세기를 일원대도로 담당하려는 새로운 역사 창조의 의지가 원불교 100년대 원불교 창립정신을 새롭게 모색하려는 의의와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원불교 100년대 새로운 원불교 창립정신

1)조단정신(組團精神)

대종사 처음 교화를 시작하신지 몇 달 만에 믿고 따르는 사람이 40여 명에 이르는지라 그 가운데 특히 진실하고 신심 굳은 아홉 사람을 먼저 고르사 회상창립의 표준제자로 내정하시고(〈대종경〉 서품5장), 앞서 선택한 구인 제자를 이 회상 최초의 단으로 조직한 후 "이 단은 곧 시방세계를 응하여 조직된 것이니 (〈대종경〉 서품 6장) 하셨다.

조단정신의 특징을 보면 첫째, 신앙공동체 성격이 강하며, 둘째 시방을 응한 진리적 공동체의 의미가 있으며, 셋째 십인일단의 조직공동체이며, 넷째 인류구원의 의지를 지향하는 공동체이며, 다섯째 상하좌우 소통의 공동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2) 방언정신(防堰精神)

조단을 기초로 하여 단원의 소통과 훈련, 저축조합 운동의 실현, 단원과 주민들의 일체감 연대감 등으로 나타난 응집력은 드디어 방언역사를 추진하게 된다.

"길용리 전면에 해수 내왕하는 간석지를 가리켜 말씀하시기를 이것은 중인의 버린 바라, 우리가 방언하여 작답할진대 불과 기년에 완전한 토지가 될 뿐 아니라 폐물이용에 인하여 비록 적으나마 또한 국가 사회의 생산 중 한 도움이 될 것이니, 우리는 이러한 개척사업에 노력하여 처음부터 이 공익의 길을 나아감이 어떠할까 하시니, 조합원 등은 원래 신념이 독실한 중에 겸하여 몇 번의 경험이 있었으므로 대종사의 말씀에는 다른 사량 계교를 내지 아니하고 이구동성으로 오직 유유복종하였다."(〈敎故叢刊〉, 第五卷, 創建史, p.26)

방언정신의 특징을 보면 첫째 개척정신이요, 둘째 공익정신이요, 셋째 진리에 대한 신앙정신이요, 넷째 스승에 대한 신봉정신이요, 다섯째 구인단원의 이소성대 일심합력 정신이요, 여섯째 영육쌍전 이사병행의 실천 정신이요, 일곱째 희생혈성의 정신이다. 방언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은 오직 혈성봉공으로 일관하였지만 방언공사를 성공적으로 완공함으로써 구인단원들의 성취감의 체험은 그들의 사기를 충천하게 하였다.(창건사)

3) 혈인정신(血印精神)

대종사는 방언공사를 마친 후 다시 구인단원을 한곳에 모으고 말하였다. 제군의 각자의 마음에 천의를 감동할 요소가 있음을 알고 각자의 몸에는 중생을 구원할 책임이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방위와 장소를 정하여 기도를 시작하였다.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단원 모는 삼가히 재계하옵고 일심을 다하와 천지 부모 동포 법률 사은전에 발원하옵나이다. 대범 사람은 만물의 주인이요 만물은 사람의 사용물이며 인도는 인의가 주체요 권모술수는 그 방편이니 사람의 정신이 능히 만물을 지배하고 인의의 대도가 세상에 서게 되는 것은 이치의 당연함이어늘 만근 이래로 그 주장이 위를 잃고 권모사술이 세간에 등하여 대도가 크게 어지러울세, 본 단원은 위로 대종사의 성의를 받들고 아래로 동지의 결속을 견고히 하여 시대에 적합한 정법을 이 세상에 건설한 후 나날이 쇠퇴해 가는 세도인심을 바로 잡기로 성심발원이오니, 복원 사은이시여 일제히 감응하시와 무궁한 위력과 한없는 자비로써 저희들의 원하는 바를 이루어지게 하여 주시옵소서."

원기4년 8월21일(음 7월 26일)에 생사를 초월한 9인 단원의 지극한 정성이 드디어 백지혈인의 이적으로 나타났다. 소태산은 이에 "그대들의 마음은 천지신명이 이미 감응하였고 음부공사가 이제 판결이 났으니 우리의 성공은 이로부터 비롯하였도다. 이제 그대들의 몸은 곧 시방세계에 바친 몸이니, 앞으로 모든 일을 진행할 때에 비록 천신만고와 함지사지를 당할지라도 오직 오늘의 이 마음을 변하지 말고 또는 가정 애착과 오욕의 경계를 당할 때에도 오직 오늘 일만 생각한다면 거기에 끌리지 아니 할 것인즉 그 끌림 없는 순일한 생각으로 공부와 사업에 전무하여 길이 중생제도에 노력하라"(〈대종경〉 서품 14장)

혈인정신의 특징을 보면 첫째 기도를 통한 신앙정신이요, 둘째 십방세계의 정화를 위한 사무여한의 희생정신이요, 셋째 사회구원 중생구원의 제중서원 정신이요, 넷째 진리와 스승에 대한 순명, 순교정신이다.

4. 원불교 100년대의 새로운 원불교 창립정신의 소중한 특징

새로운 창립 정신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상층형성(上層形成) 구조(構造)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조단정신의 토대위에 방언정신이 실현되었고, 조단정신과 방언정신의 토대위에 혈인정신이 실현되었으며, 또한 조단정신과 방언정신과 혈인정신의 토대위에 원불교 창립의 굳건한 기반이 실현되었다는 점이다.

개교동기나 교리정신까지 수렴해야

원형 정신 살린 창립정신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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