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무력감을 느낀다. 마음만 가득할 뿐 뜻대로 되지 않아서다.
현재 단장으로서 나의 심정이다.

직장 때문에 서울로 옮겨가게 된데다 교화단 편제를 다시 짜면서 모든 직을 그만두게 됐다.
그런데 2만 교화단 결성이라는 비전에 부응하여 교화단 수를 대폭 확충하면서, 소위 말하는 홀로단장이 된 것이다.

단원은 나와 휴면 교도 2명이 전부였다. 조만간에 10명을 채워 구색을 갖추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암담했다.

10여 년 전,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단장 역할을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보다야 나았지만, 처음 시작은 허술했다.

나와 중앙 그리고 한두 명 가량은 정상적인 출석 교도였지만, 한두 명의 교도는 어쩌다 나왔으며 한두 명은 두 차례의 제 때나 참례하는 정도였다. 나머지 댓 명은 얼굴조차도 볼 수 없었다. 그때에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교화단회를 하는데 참석 인원은 두세 명에 불과했다. 맥이 빠지기는 하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잠자는 단원들을 교당으로 불러내는데 공을 들였다. 대면을 해야 무엇이든 될 것 아닌가. 교화단은 유익하며 보람 있고 즐거워야한다는데 모두를 아우르기는 무리라고 판단하였다. 우선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인별 직업과 연고 그리고 특성을 파악하여 접근해갔다.
그런데 거부하거나 피하는 이유내지는 방법도 여러 가지였다. 하지만 체면은 접어두고 염치도 없이 덤벼들었다.

애경사도 빠트리지 않고 성의를 다하였다. 부인은 나오는데도 나오지 않는 교도가 많았다. 다행이 그 부인 대다수가 아내와 같은 단에 속해있었다.

그 단과 합동 단회를 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그때는 단장도 감정 노동자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약주를 좋아하는 사람과는 술자리도 같이했다. 교무님에게 고백하였더니 교화의 방편이니 연고로 볼 것이며, 사회생활을 하면서 비록 한 두 계문을 범했다 하더라도 하얀 옷에 튄 얼룩으로 알고 다시 빨면 괜찮다고 말씀해주시어 위로가 되었다.

그 당시 마지막으로 작성한 단원명부를 다시 꺼내어 본다.

살펴보니 지금은 열반한 사람, 안 나왔었는데 충성 교도가 된 사람이 각각 한 명, 다른 교당으로 옮겨간 교도가 두 명, 그 때나 변함없는 교도가 두세 명, 잘 나왔었는데 무슨 연유인지 쉬고 있는 교도가 서너 명, 지금까지 계속 잠자고 있는 교도가 두 명이다. 몇 년 안 되었는데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화, 진실한 신앙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이 간다.

지금 맡고 있는 교화단을 옛 적의 그 단처럼 만들 수 없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토대가 부실해서인지 자신감이 없다. 단원 중 한 사람인 아버지는 기력이 쇠약하여 법회에 나올 수도 없다. 나머지 두 사람은 연락도 하고 밖에서는 만나지만 교당에 나오기까지는 얼마간의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다행인 점은 언젠가는 반드시 교당에 나올 것이라는 확신은 주고 있다. 내가 입교시킨 한 단원은 처음에는 나오다가 경제적 문제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교무님께서 신입 교도 한분을 우리 단으로 배정해주었다. 신념이 확실하고 신앙에 대한 인식도 견실하며 활기가 넘치는 참된 교도다. 부인과 함께 입교하였는데 조만간 친구 내외도 입교시키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기운도 전염이 되는가! 이 단원을 보면 나도 힘이 난다. 그로 인해, 자신감과 열정이 되살아나기를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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