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자신의 몸을 경외(敬畏)하는가'

▲ 플라스티네이션 작업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각 기관별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신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몸이다." 월트 위트먼의 건강명언이다. 육신의 속내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몸은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내 몸의 근육조직과 골격 등 몸의 지도를 볼 수 있는 곳 '뮤지엄 몸'.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인체 신비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뮤지엄 몸'은 2012년 제주에 개관한 인체과학박물관이다. 인체 신비전의 연속 전시인 셈이다. '뮤지엄 몸'이 탄생하기까지는 최첨단 의학 기술과 인체 기증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기증자들이 우리에게 내 몸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기적을 선물한 것이다.

몸 박물관에 전시된 형체는 모형이 아닌 인간의 실제 몸을 해부해 표본화하여 현대의학의 결정체인 '플라스티네이션'을 통해 가능하게 됐다. 내 몸 속 구석구석을 확인하며 삶과 죽음의 과정을 생각해 봤다.

뮤지엄 몸은 근육, 호흡과 소화, 순환, 피부/림프, 내분비(호르몬), 뇌신경, 골격, 생식, 태아를 주제로 전시관이 꾸며졌다.

내 몸을 이루는 세부적인 것

전 세계 인구는 70억. 1분에 약 250명이 넘는 생명체가 탄생하고 있다. 또 하루에 15만 명의 생명체가 사라지고 있다. 신비로운 10개월, 태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포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거듭나기까지의 여정은 길고도 험난하다. 그 10개월의 과정을 돋보기로 볼 수 있는 태아관에는 정상적인 발육을 하는 태아가 전시돼 있다. 한쪽에는 무뇌아, 썀쌍둥이, 흡연으로 인해 손상된 태아 등 장애를 가진 태아도 전시돼 있다.
▲ 박주하 학예사.

박물관 박주하 학예사는 "태아관에서 청소년들이나 남자들이 많이 충격을 받는다"며 "금연의 필요성을 느끼고 여학생들도 몸의 소중함을 새롭게 알았다는 감상을 밝힌다"고 소개했다.

근육은 우리 몸의 모든 움직임의 원동력이 된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인체의 모든 움직임은 여러 근육들이 유기적인 조화를 통해 일어난다. 호흡과 소화는 에너지의 원천임과 동시에 숨쉬기와 영양 공급을 담당한다. 순환기는 산소를 온 몸으로 운반하는 효율적인 수송체계를 담당한다. 우리의 몸은 주먹만 한 크기의 힘센 엔진 심장과 이와 연결된 12만km(지구를 네바퀴 도는 거리)에 달하는 혈관이 온 몸 구석구석으로 뻗어있다. 우리 몸의 택배기사인 혈액은 생명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싣고 이 길을 따라 효율적인 수송을 책임진다.

피부와 림프계는 우리 몸을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내분비(호르몬)계는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조절하는 통제수단이다. 뇌는 우리의 사고, 감정, 기억, 표현 등과 같은 의식의 원천이다. 뇌는 우리 몸의 작은 우주이다. 골격은 강철보다 튼튼하게 몸을 지지하고 있다. 206개의 뼈들은 몸 전체의 모양을 결정하고 중요한 내장 기관을 보호한다. 생식계는 남녀의 차이가 가장 큰 계통이고 사춘기가 되어서야 기능을 시작하는 유일한 계통이다.

추모의 공간

'나는 내 자신의 몸을 경외하는가.' 이 물음은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또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알고 가꿔가야 함을 암시한다.

살아있을 때 이 몸은 영혼을 담는 도구가 된다지만 때가 되면 무너지게 되는 것이 생로병사의 이치다. 신체 기증자들은 이러한 이치를 알아서 일까. 플라스티네이션을 위한 신체 기부자를 위한 추모의 공간 앞에 섰다.

'인체의 신비전에 전시되고 있는 해부학 표본들은 전시의 인체 표본들을 살아생전에 본인들이 사망하면 그 신체를 검증된 의사들과 일반인을 위한 교육용으로 쓰일 수 있도록 신청해 놓은 것입니다. 많은 기부자들은 자신들의 신체를 기부함으로써 사망 후에도 남을 위해 사용 될 수 있다는 점을 중요시 여겼습니다. 이런 희생적인 기증은 우리에게 인간의 몸에 대한 특별한 통찰력을 얻게 하고, 의사들로 하여금 최상의 상태로 보존되어 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의학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희생해 주신 기증자들과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추모의 글 위쪽에는 전신절단의 신체가 길게 전시돼 있다. 옆의 문구가 긴 여운을 남겼다. '인체는 세상에서 가장 오묘한 살아있는 기계이다. 실제 인체는 매우 복잡하고 빈 공간도 없으며, 가만히 있지도 않는다.'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의 삶이란 끊임없는 작용을 통해 죽음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내 육신이 가만히 있게 될 때 우리는 죽음에 도달한다.

'뮤지엄 몸'은 세상에서 가장 오묘하게 살아있는 기계인 인체를 지닌 우리가 어떤 작용으로 한 생을 마감해야 할지 알려주는 공간이다.

몸을 알 수 있는 교육효과

관람자들은 해설사와 함께 '뮤지엄 몸'을 1시간 여 관람하게 되면 각자의 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다.

박 학예사는 "관람자들이 사람의 생명과 우리의 삶에 대해 많은 의미를 깨닫는 시간이 됐다는 관람후기를 말할 때면 더 많은 보람을 느끼게 된다"며 "신체의 전부가 전시되어 있어 호기심으로 관람 왔던 분들도 생명과 몸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관람자들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어르신들은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 질문도 많다. 혈액 순환의 중요성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노하우 등을 묻기도 한다.

박 학예사는 "처음 관람을 시작할 때는 '징그럽다' '끔찍하다'는 표현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마친 후에는 긍정적으로 돌아 선다"며 "인체 해부가 왜 있어야 하고 우리가 내 몸을 왜 알아야 하는지 생각을 바꾸게 된다"는 관람자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몸을 스토리텔링 해 놓은 박물관인 만큼 책에서만 보던 내 몸 안의 기관들을 직접 보니 학습 효과도 뛰어난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온 관광객들은 "그냥 왔다가 교육적인 효과도 있어 많이 배우고 간다. 몸 공부를 많이 했다"는 소감이 대다수이다.

박 학예사는 "최근에는 학생들 수학여행과 인체 생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학생들도 전시된 신체를 보고 경각심이 일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제주도 여행길에 우연히 찾을 수 있는 뮤지엄 몸. 내 삶을 통찰할 수 있는 곳으로 충분하다.
▲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에 위치한 뮤지엄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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