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미래 교당 모델

▲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대치교당 화요법회의 모습.
대치교당을 설명하는 수식은 다양하다. 강남 한복판 정원이 딸린 교당, 문화교실과 장학회 등으로 지역교화하는 교당, 일요일 말고도 화·수·금·토 각각 다른 법회와 강의가 열리는 교당 등. 공부면 공부, 교화면 교화, 봉공이면 봉공,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알뜰한 대치교당.

올해 30주년을 맞은 대치교당이 새로운 목표에 점을 찍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교단 100주년을 앞두고 이상적인 교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교구와 교단이 주목하는 대치교당의 미래는 '교도 100명 규모의 모델이 되는 교당'이다.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환영받아'

교당은 법회만 보는 곳이다?

대치교당에선 아니될 말이다. 교도와 인근 주민들은 공부하러 올 뿐 아니라 차마시러, 음악회보러,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온다. 2층 고양이마실찻집에선 따뜻한 차와 함께 책 대여도 되는 도서관이 열려있다. 한 켠에는 알록달록 놀이기구 가득한 놀이방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계절마다 열리는 사랑방음악회는 11월 4일로 벌써 25회, 문화교실에는 요가, 가야금, 선방 등이 매주 2~3번씩 진행된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교당 문은 도통 잠길 새가 없다.

"교당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치교당의 생각이에요. 지역사회에서 공간이 필요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과 재작년 일원파출소가 교당을 빌려 송년회를 했어요. 교당이 지역사회에 기여를 해야 원불교가 환영받습니다. 없던 곳에 교당이 들어온다고 하면 와 잘됐다 환영한다는 분위기가 돼야 해요."

서광덕 교무와 교도들 모두 한목소리다. 템플스테이에 관심 높아지니 '12시간의 출가'라는 1박 2일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요가와 일기, 선과 경전공부가 어우러지는 도심형 템플스테이는 욕실과 부엌까지 딸린 100㎡(약 30평) 규모의 '적공실'에서 진행된다.

"열어놓아야 저 문으로 지역교화 바람이 붑니다. 인근 식당에서 여는 대치조찬회와 대치장학회도 지역교화를 위한 봉공이지요."

주민센터와 연결해 수혜자를 선발하는 대치장학회는 6년동안 5천여만원의 장학금을 중·고등학생들에게 건넸다. 1년에 두 번 교당 앞에서 한울안생협과 함께 보은바자회도 연다. 3층 창고를 영모실로 바꾸고 옥상에 탁구장과 태양광 발전시설도 갖춰 문턱이 닳은 문을 더 넓힐 예정이다. 볼 일도, 올 일도 많은 대치교당은 이미 어엿한 대치2동의 명물이다.

행정 전반 책임지는 원불교 정무 1호

"대치교당 인터넷 카페 보고 찾아왔습니다. 교리에 관심이 있어서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아는 사람 데려오기도 힘든 교당에 곧잘 연고도 없이 새 교도가 스스로 오는 이유, 바로 인터넷 카페다. 대치교당 카페(cafe.daum.net/wondaechi)에는 늘 교당 모습과 교무 설법 동영상이 업데이트된다. 원기93년부터 길혜선 정무가 쌓아온 역사다. 원불교 정무 1호이기도 한 길 정무는 사령 이전부터 서광덕 교무를 보좌해 교당의 사무와 행정을 담당해왔다. 꽃꽂이며 교당 찾는 전화에 손님맞이는 물론, 반년단위로 사진을 추려 교당의 역사책도 만든다. 동영상을 보고 입교가 줄 이을 정도로 좋은 설법이 있는 대치교당. 서 교무가 새벽부터 오전까지 오롯이 공부와 설법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것도 길 정무 덕분이다.

교당 찾는 걸음은 같아도 이유는 제각각이다. 대치교당은 교도들이 각자의 관심사에 맞춘 안내로 발걸음을 한다. 교리공부하는 화요일, 기도법회여는 수요일, 불조요경연구하는 금요일, 잠실지구 힐링학교가 열리는 토요일까지 원하는 시간에 참석하게 한다. '일요일 오전에 와서 교당 교무 설법만 듣고 가는 법회'라는 발상도 전환했다. 매주 돌아가며 교도가 강연을 맡게 해 공부심을 독려하고 한달에 한번은 외부 교무를 모셔 강평 및 설법을 맡긴다. 한 교당에 다니면서도 다양한 교무들의 설법을 들으며 귀와 마음을 키우자는 의미다. 매일 새벽기도 후에 함께 하는 요가와 30분 문답은 참석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새벽공부 재미에 이사도 못가겠다" 할 정도의 골수팬들이 매일 새벽 교당문을 두드린다.
▲ 대치 사랑방음악회.

단장단회가 미래교당의 정답

"교화 대상자 개성과 욕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요. 다품종소량생산 식이랄까요, 단 규모의 각기 다른 모임들이 주렁주렁 열려야 합니다. 법회도 마찬가지예요. 단법회와 단장단단회 시스템이 단단해져야 진짜 공부요 교화가 됩니다."

대치교당의 첫째 주 법회는 설법이 유난히 짧다. 법회는 법회대로 단회는 단회대로 하다가는 시간이 쫓기기 십상 대치교당은 아예 단법회에 비중을 두어 충분히 공부하고 문답하며 교화 계획도 세우게 한다. 이 단법회를 위해 전주 토요일 단장들이 모인 단장단단회를 연다. 이 때 교무가 9명의 단장들을 이끌면, 단장들은 한주간 연마를 했다가 단회 때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첫째 주 단회 외에 월 1회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단회를 연다. 단원들의 집도 방문하고 나들이를 떠나기도 한다. '매월 둘째주 가족법회', '강남구 원광대 졸업생 찾기', '연 1회 한 가족이 함께 오는 가족기도', '이웃 교회와 탁구대회' 등의 교화 아이디어도 단법회 와 단장단단회 시스템에서 나왔다. 호리도 틀림없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 그대로다.

정무가 살림을 맡고 단장이 공부를 맡는 대치교당. "마음껏 공부할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한데 왜 다들 바쁘냐고 묻는지 모르겠다"는 서 교무의 뼈있는 농담 안에는 이 튼튼한 시스템이 갖춰져있다. 교도들이 늘어나도 교무가 버겁지 않은 구조니 마음껏 교화와 지역봉공에 매진할 수 있는 것. 대치교당이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교당의 모델에 서울교구와 전 교단의 관심이 쏠려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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