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동창들 사이에서 눈에 띠지도 않고 모임에 나와도 자기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어요.
한창 사회인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터라 서로 자기의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 친구에게도 얘기 좀 해보라며 말을 시키자 그냥 별거 아닌데 뭐…하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전화받고 간단한 상담 안내, 경리업무. 그녀의 역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들 속으로 생각했을 거에요.

세월이 흘러 그사이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된 친구도 있었고, 동창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자기 일에 대한 자랑이 별로 심하지 않았던 그 친구는 아직도 그 회사에 근속하며 사장님의 개인 비서 업무까지 맡고 있다고 했어요. 신임이 두터워야지만 맡기는 일들을 하고 있는 거죠.

〈대종경〉 말씀에 "대중 가운데 처하여 비록 특별한 선과 특별한 기술은 없다 할지라도 오래 평범을 지키면서 꾸준한 공을 쌓는 사람은 특별한 인물이니, 그가 도리어 큰 성공을 보게 되리라"고 했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꾸준히 공을 쌓은 사람 바로 그친구를 두고 하는 말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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