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현 교사 / 한겨레고등학교
작년 나는 어느 해보다 개성이 강한 학생들이 많은 1학년 담임이었다. 학기 초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잦은 사건들을 수습하느라 내 몸과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고 또 변했다.

오늘도 철수(가명)가 내 교과연구실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 교우들 간의 잦은 다툼, 흡연, 이성문제 등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학생이다.

철수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많은 사건들을 일으켰고 그 때마다 일어나는 내적갈등으로 속은 한없이 타들어갔다.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고 성장해 가는 학생들을 보며 보람이 되었지만 철수의 행동들은 늘 비슷했고 행동하는 족족 문제가 되어왔다. 철수 또한 잘 해보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처럼 쉽게 마음을 조절 할 수 없었던 학생은 또 다시 작은 일에 흥분하고 또 흥분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모두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리고 탈북과정 중에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겨야 했던 철수는 누군가를 쉽게 믿지 못하는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몇 년을 홀로생활하다 일 년 전 한국에 들어와 조사하는 과정 중에 외삼촌이 먼저 한국에 입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생전처음 만난 외삼촌이 서먹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외삼촌의 정성으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안정되어 갔지만, 철수는 또 다시 흥분했고 문제를 일으켰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철수를 보니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철수로 인하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요동치는 마음으로 힘겨웠던 날들이 떠오르고, 교우들에게 춤을 알려주면서 조금씩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던 모습과 춤을 출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며 웃는 모습도 떠올랐다. 수많은 일들이 떠오르니 답답한 마음 감출수가 없었다. 결국 권고전학이 내려졌다.

철수 외삼촌 집 근처의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으나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치니 마지막까지 난관이 되고 말았다.

그 지역 모든 학교의 문을 두드렸지만 어느 곳 하나 열어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마지막 학교에서도 안 된다고 하니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내가 철수의 마음을 더 보듬어주었더라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이런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자책의 마음이 들어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야했다.

또한 북한 이탈청소년이라는 이유 때문에 받아주지 않은 것만 같아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의 편견에 대해 분노했던 마음은과 내안에서 꿈틀대는 편견들을 감추기 위한 욕심임을 자책하던 마음들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편견이 세상의 편견보다 더 높아 자꾸 욕심을 내고 있었음을 차차 깨닫게 됐다.

철수는 타 지역 학교로 전학을 가고 남아 있는 학생들은 여전히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듯이 우리의 인연도 변하고 우리의 마음도 변할 것이다.

철수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숙해지고 자신의 길을 갈 것이며 나또한 학생들과 부딪치다보면 어느새 나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올해도 나는 개성이 강한 2학년 담임이 되었다. 여전히 학생들의 잦은 사건들을 수습하느라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챙겨야 하지만 챙길 수 있는 마음이 있어 감사하며 지내고 있다.

오늘도 학생들과 부딪치며 나는 나의 길을 가고 학생들은 학생들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인연이 된다면 내년에도 이 개성 강한 학생들의 담임이 되어 한바탕 웃어보고 싶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