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을 하면서도 마음 밭 잘 살핍니다"
차량봉사로 교도들의 편의 제공
유무념공부로 챙기고 또 챙겨

군남교당은 일찍이 정산종사께서 '인재가 많이 나올' 곳이라 예시했다. 그 말씀 그대로 전무출신을 60여명 배출했으니 성현의 말씀은 호리도 틀림없는 진리가 됐다. 또 군남면 출신 교도들 역시 전국의 교당에서 주인역할을 하고 있으니 인재의 산실임에 틀림없다.

황금색 출렁이던 들녘은 어느새 듬성듬성 수확의 기쁨을 선물하고 있었다. 면사무소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군남교당에 들어서자 정명현(55) 교도가 맑은 미소로 맞이했다. 요즘이 농촌에서 가장 바쁜 철이라 번잡할 법도 한데 첫 인상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이곳으로 시집와서 그때부터 농사일을 배웠지요. 농사일도 도시의 직장생활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것은 벼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에 5월 중순에서 6월 말까지가 제일 손이 많이 가요. 그 외에는 직장생활과 별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인건비와 기계(트랙터 등), 농약, 비료비 등이 상승해 수입이 예전만 못합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의 고민이지요."

농사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농번기 때 온몸에 힘이 다 쓰이지만 수확할 때는 즐겁다'고 말하는 그다. 농부에게 가을이란 고생보다는 기쁨으로 흐뭇하게 한다.

"시집 와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20년을 살았습니다. 남편은 이미 교당을 다니고 있었고, 집안 자체가 일원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도 입교하고 교당을 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설고 낯 설은 곳에 와서 농사일을 하며 힘들 때나 가족 간의 갈등이 있을 때도 교당은 의지처가 됐습니다. 교무님의 법문을 들으면 요란했던 마음이 편안해졌거든요."

그는 차량봉사로 교도들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있다. 교당 승합차를 이용, 일요법회나 기도식에 참석하는 교도들을 위해 차량서비스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은 교도들에게 차량운행은 법회 출석과 직결되기에 그의 봉사는 교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

"자동차 운전면허를 늦게 땄습니다. 그동안 교도회장님께서 차량운행을 맡아 오셨는데 3년 전부터 우연치 않게 제가 하게 됐습니다. 일요일 차량운행을 하려면 9시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회 후에 차량을 운행하면 딱 점심시간이 되지요."

교당이 농촌에 위치하고 있어 교화단 조직은 마을단위로 구성돼 있다. 동고단(동고마을) 중앙을 맡고 있는 그는 잠자고 있는 교도 교화에 관심이 많다.

"저희 마을에 8명의 법회 출석 교도가 있지만 잠자는 교도는 더 많습니다. 기도비와 명단은 교당에 제출하는 데 법회출석을 안해 걱정입니다. 마을단위로 교화단을 하고 있지만 잠자는 교도를 교당으로 이끌기가 쉽지 않아요."

그의 말에서 교화자로서 고민과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몸은 늙어지고 일은 젊어진다'의 말에서 교당일과 농사일을 대하는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118,800㎡의 땅에 주로 벼농사를 짓지만 고추 등 밭작물도 경작하고 있다. 농사일이 끝나는 12월부터는 교전공부와 법문사경 등에 공력을 들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음공부도 농사와 비슷하다고 언급했다.

"농사일만 하다가 내 마음 밭 묵는 줄 모를 때가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마음을 잘 살펴야죠. 마음 밭에 잡초가 나면 뽑아야 하는 데 오래되면 뽑는 것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농사일을 하면서도 마음 밭을 잘 살핍니다. 유무념공부로 말입니다."

공부의 실 효과를 얻기 위해 유무념공부로 일상을 점검해 간다는 것이다.

"생활하면서 잘 안되는 조항을 잡아 공부합니다. 요새 남편이 저에게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한다고 그래요. 그래서 이 조항으로 마음을 챙기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말을 하는 순간 이것이 잔소리인가 아닌가, 멈추고 알아차리고 말을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결정하죠"

그의 일상은 이런 공부로 가득 차 있다. 챙기고 또 챙겨서 챙기지 않아도 챙겨지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유무념공부로 단련하고 있다.

"우리 교법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쉽지요. 삼학공부만 하더라도 그래요. 멈추고, 생각하고, 취사하는 공부는 농사일부터 가정 일까지 수두룩해요. 이 삼학공부가 안되면 트랙터를 다루다가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지요. 세밀한 공부로 사물을 챙기고 또 챙겨야 공부가 깊어집니다."

시부모를 20년 모시고 살았다는 그는 교당 반백일기도부터 의식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정성을 모으고 있다.

옆에 있는 유세명 교무는 그를 '바쁜 농사일에도 교당 일을 우선하는 교도'라고 소개했다. 유 교무는 "교당과 교무들의 일에 무조건 합력해 주는 것은 물론 영산성지 해설사 교육을 이수할 정도로 신심과 공심, 공부심이 장하다"고 칭찬을 거듭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곧 바로 논으로 향했다. 벼 수확을 위해 오늘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교당일도 최선을 다하는 옹골찬 교도로 교당교화를 든든하게 보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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