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숭총림 수덕사 주최
경허선사 바로알기
제2회 경허선사 바로알기 학술세미나가 서산 연암산 천장암에서 열려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천장암은 경허선사의 오도·보림처로 18년간 주석하며 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곳이기도 하다.
이날 동국대 불교학과 고영섭 교수는 '경허선사(1846~1910)는 보조지눌의 목우(牧牛) 가풍과 달리 목룡(牧龍) 가풍을 드날렸다'고 말한 뒤 "사람 중의 사람(人中之龍)인 용상 대덕을 길러내고, 지혜 중의 지혜를 찾기 위해 심검(尋劍) 선지(禪旨)를 활짝 드러내 조선 말기 불교 혁신을 도모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허 성우의 목룡 가풍과 심검 선지-법의 교화와 행의 교화의 긴장과 탄력'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그는 "선말 한초에 살았던 경허는 평생을 걸림없는 대자유인으로 살았다"며 "죽음을 목격하고 피나는 수행을 한 결과 '사람 중의 사람'이 됐고, '지혜 중의 지혜'을 얻었다. 하지만 풍전등화 같은 조선의 정세 아래 고독했던 경허는 자신의 깨침을 시험하고 보림하면서 역사의 안팎과 철학의 앞뒤에 참여하여 자신의 살림살이와 사고방식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경허가 동학사 강사와 해인사, 범어사, 송광사 등의 불사를 주도하면서 수선결사와 인경불사, 점안법회와 대중제접 등 다양한 살림살이를 펼쳐보였다는 것이다. 또 경허는 연방도인의 〈법해보벌(法海寶筏)〉 9편을 8편으로 재구성하고, 해동의 선서 7편을 추가해 〈선문촬요〉 상하권을 간행하는 등 빼어난 시편들과 가사 및 산문을 남겼다.
그는 "이런 살림살이와 사고방식을 아울러 보기 위해 경허가 보여준 '법(法)의 교화'와 '행(行)의 교화'는 일치가 아니라 병진으로 봐야 하고, 지와 행 사이의 경계를 무화시키는 병진(竝進)이다"며 "병진은 둘 사이의 경계를 인정하면서 나란히 가는 것으로 '안목의 바름'과 '행해간 자취' 또는 '법의 교화'와 '행의 교화'는 분리가 전제돼야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리 위에 경허에게서 '법의 교화'라는 진실로부터 이루어진 방편으로써 '행의 교화'를 볼 수 있고, '행의 교화'라는 방편으로부터 이루어진 진실과 마찰하지 않고 윤활할 수 있는 지평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경허는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으며, 반조자심(返照自心)하는 조사선과 화두참구(話頭參究·照了轉精)하는 간화선의 수행법을 아울렀다"며 "미타정토와 미륵정토를 아울러 인정하여 성불의 과보를 얻고자 하는 주체적인 살림살이가 '사람 중의 사람'을 키우는 목룡(牧龍) 가풍이며 활발한 사고방식의 '지혜 중의 지혜'를 찾기 위한 심검 선지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암스님의 갈파처럼 "경허의 '깨친 진리(法化)'를 배우는 것은 옳지만, '행한 자취(行履)'를 배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경계나 '안목의 바람을 귀하게 여기고 펼쳐간 자취는 귀하게 여기지 마라'는 경책은 어떻게 볼 것인가. 그는 경허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하기 위해 과와 실을 드러내고는 동시에 선의 가풍으로 성우의 정체를 규명하고자 했다.
그는 "자심의 반조와 화두의 참구를 강조한 경허는 다시 반조자심 혹은 반조심원과 이류중행(異類中行)을 돌이켜 보게 하는 '조료(照了)전정(心源)'의 논리를 입론했다"며 "여기서 반조자심은 체가 되고 이류중행은 용이 되며 조료전정은 매개항이 된다. 때문에 조료전정 즉 화두참구를 통해서 조사선의 지향인 반조자심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둘 사이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료는 마음의 근원을 반조하고 요달(了達)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돌이켜 비추어 깨달아 사무침을 뜻한다. 경허는 이를 '조고(照顧)'로 쓰기도 했다.
경허의 '마음의 근원을 돌이켜 비추어 (마음의) 공용을 오롯이 정밀히 하면, 비록 일대장교를 훑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장경이 여기에 있다'는 말에 그는 반조와 조료의 단어에 주목한다. 그는 "경허는 일대장교의 간과(看過)와 변별되는 선법 수행의 길을 반조와 전정(專精 ) 즉 간화라는 기호로 파악하고 있다. 반조는 조사선의 수행법이고 전정 즉 간화는 간화선의 수행법이다"며 "〈여등암화상〉에서는 반조불매위정(返照不昧爲正)처럼 반조라는 표현을 통해 조사선과 간화의 화두선 가풍을 모두 잇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선의 반조자심과 간화선의 화두참구 즉 조료전정의 수행법을 병행한 것은 지눌의 맥과 닿고 있다고 말한 그는 "경허가 최종적인 지향을 정혜를 나란히 닦는 수행에 두면서도 미타의 극락왕생과 미륵의 도솔상생을 함께 열어두고 있는 지점이다"며 "참나 발견을 최우선에 두면서도 영원히 사는 나라, 불생불멸의 나라에 태어나는 길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나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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