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를 포함한 이웃종교인·일반인들이 성주 삼동연수원에서 정기적으로 법의모임을 가지고 있다.

성리를 삶 속에 구현하는 공부

 

오랜만에 경북 성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은 온통 황금빛 들녘과 노랑과 빨강의 나뭇잎들로 둘러쌓인 나무들이 깊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남해 고속도로를 거쳐 차량이 적은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릴 수 있음은 운전자만이 누리는 즐거움이리라. 이른 아침부터 출발해 도착한 성주 삼동연수원은 밝고 맑은 햇살이 골고루 비쳐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으로 충만했다.

선, 무시선, 성리 공부
성주 삼동연수원에는 교도를 포함한 이웃종교인, 일반인들로 구성된 '법의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길도훈 교무의 지도로 매달 1회 열리는 이 모임은 선과 성리를 주제로 좌선, 행선을 포함한 선 수행법부터 성리 공부가 체계적으로 시행된다. 서울에서는 40여 명의 공부인들이 2곳에서 법의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경북 지역에 거주하는 공부인들은 1박2일 날을 정해 연수원에서 정진하고 있다. 교당생활은 물론 법의모임으로 각자 공부하던 이들은 삼동연수원에서 매년 진행하는 동선과 하선 기간에 함께 참여해 서로의 신앙과 수행정도를 점검하고 친목과 화합을 나누고 있다. 진리와 법공부에 대한 갈증을 느끼거나 선과 성리의 세밀하고 깊은 경지를 체험하고 싶은 교도, 일반인이지만 지식보다 한 단계 높은 영적 성장을 바라는 이들이 모였다.

10월19~20일 삼동연수원에서 진행되는 법의 모임을 찾았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이들은 선 수행과 더불어 대산종사교리실천도해, 의두요목, 대적공실법문, 〈대종경〉 성리품 등을 교재로 성리공부를 정진해왔다. 주로 주말에 진행되는 모임 첫날은 정례법회와 법의문답이, 둘째 날은 한 달 동안 연마했던 성리를 나누는 회화시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성리를 자신의 삶과 생활 속에서 직접 연마하고 실천한 내용이어야 한다. 단순히 머리로 알고 있는 지식보다 일상의 삶속에서 성리를 연마하고 실천해 자신의 삶과 성리가 하나가 되어 성리를 체득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일 회화시간에는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9장 '만법 귀일의 실체를 증거 하는 것'에 대한 공부인들의 발표가 진행됐다. 쉽지 않은 주제지만 이성오, 노혜수 교무를 포함한 참가자 모두 생활 속에서 실천했고 연마했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길 교무는 공부인들의 발표에 대해 옳거나 옳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예문을 들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공부인들 스스로 연마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의문과 바른 방향을 제시했다. 이 시간을 통해 이들은 진리적 삶을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방법을 익혀가고 있었다. 각자의 선 수행, 성리공부 점검은 물론 생활 속 고민까지 나누는 시간이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배우고 실천한 결과 이들은 좌선을 위해 10번을 앉았을 때 7~8번 이상 선정에 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성리를 삶에서 실천하는 행복한 공부인
법의모임을 통해 교당을 멀리했던 교도들이 교당에 나가게 되고, 원불교를 몰랐던 이웃종교인, 일반인들이 교법을 이해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모임 외에도 이들은 선 수행, 감각감상, 심신작용처리건 등을 길 교무에게 문자나 메일로 보내 감정을 받고 있다. 부부가 많이 참여하기에 이곳에서는 부부간 어떤 문제에 대해 어느 입장이 옳은지 해소되지 않던 부분이 여기서 자연스레 해소되고 있다. 성리로 풀어내니 원만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동교당 여원일 교도는 "진리적 삶을 생활 속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법과 무시선의 체를 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배우고 있다"며 "이곳에 오면 나부터 마음의 문을 열고 체면의식을 내려놓으니 상대도 마음을 열어 소통이 잘되고 1박2일간 함께 잠자고 먹으니 가정사와 공부에 관한 얘기도 편히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의논하고 조언을 구하면서 스스로 고집이나 관념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길 교무는 성리에 대해 "선과 성리공부를 통해 사람들이 더욱 영적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보통사람들은 성리를 해석하기에 바빠 아무것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나 성리의 기본개념만 알고 실생활에서 성리를 실천해가다 보면 몰랐던 부분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성리가 삶속에서 함께 움직여야 살아있는 성리, 무시선을 실천하는 공부인이 된다는 것이며 영적 성장이란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에 널리 은혜를 나타내는 것이다. 선과 성리 공부를 잘할수록 더 맑아지고, 지혜롭고 정성스럽고 포용력이 있어진다는 것이다.

길 교무는 "어떤 일을 잘못 처리한 사람이 있을 때 그 일에 있어서 잘못된 것은 잘못했다고 얘기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은 미워할지언정 그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것이 성리를 아는 사람의 태도다"고 덧붙였다. 그 사람이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얘기하고 때에 따라 화를 내는 강한 표현을 사용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배운 것을 일상의 삶과 교당에서 실천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교화에서도 내가 법으로 충만해 행복한 생활을 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저절로 우리 법이 옮겨져 연원이 생기고 가족교화까지 이어져 교당 교화발전이 이뤄졌다"는 감상을 전했다. 선과 성리공부를 통해 진리와 가까워졌고 동시에 자신이 행복한 공부인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들과 즐거운 만남을 마치고 오는 길, 한 공부인의 심고문이 떠올랐다. '늘 빈 마음으로 깨어있게 하여주시고 대하는 경계마다 평온함과 통찰력, 정성심과 포용심으로 그 경계를 대해 늘 은혜가 발현될 수 있도록 하옵소서.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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