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교구 교리실천강연대회

서광주교당 이진원 교도
한 마음 열릴 때 참 부처 나타나고 한 마음 닫혀 질 때 참 부처 가려지나니 부처와 중생이 무엇이 다르리요. 다 못한 마음 열리고 닫히는 사이니라.

염주 알은 한갓 살구 씨 일 뿐입니다. 질긴 줄로 질끈 묶어 돌리면서 일원상서원문을 외우면 온갖 사마악귀 지옥중생들이 자연히 사라질까요?

저는 입교한지 1년 3개월 일주일 462일 되었습니다. 교무님 오른손에 염주를 들고 선의 육대 강령을 설법하실 때 그 법문이 내 가슴에 번졌습니다.

물 기운은 올리고 불기운은 내리고, 돈 생각 여자 생각 잠시 쉬고 한 생각이라는 주착도 없이 두렷하고 고요한 본래 마음을 내며, 적게 먹고 욕심도 작게 입은 다물고 턱과 항문도 조금 잠그고, 머리와 목과 척추를 반듯이 곧게 하며, 적적성성 성성적적을 표준으로 마음을 세밀히 살피며 좌선을 하고, 저 염주를 또로록 또로록 돌리며 영주·청정주를 외우면, 만물을 살리는 기운이 둥굴게 뭉치어 온갖 고통이 자연히 소멸 되겠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저런 염주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육근이 무사하면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이 유사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라' 교무님 설법하시다 무시선법을 맞춘 사람에게 염주를 주신다기에 손을 번쩍 들어 맞추어서 그 염주는 내게로 왔습니다. 생각보다 작고 못생기고 살짝 금이 간 염주알들이 혹여 깨질까봐 투명매니큐어를 바르고 또 발랐습니다. 조금 느슨한 줄도 단단히 조여 강력본드로 고정시켰습니다. 교무님으로부터 이제부터는 다른데 보지 말고 일원을 향해서만 나아가라고 받은 내 법명을 따서 나아갈 진 둥글 원 진원주(進圓珠)라 하였습니다. 그날 이후 사람이 세상에 나서면 일동일정을 조심하여 엷은 얼음 밟는 것 같이 생활하여 인도에 탈선됨이 없기를 바라며 진원주를 내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습니다. 잠 잘 때도 지니고 잤습니다.

우리 교당은 공부를 많이 합니다. 저도 입교하여 원래 꽃이 피는 봄날 일원상서원문 백독을 따라하다 일원상서원문을 외웠고 정전봉독을 하던 여름에 교리도와 일상수행의 요법을 외웠고 가을이 되어 불조요경을 봉독하며 반야심경을 외웠고 유난히 외롭고 하늘이 텅 비어 쓸쓸하던 겨울에 금강경과 한글 반야심경을 외었고 다시 꽃이 피고 잎이 피는 봄에는 휴휴암좌선문을 외웠습니다. 숨 한 번 쉬는 사이를 법문으로 채웠습니다. 열반 천도법문과 참회문도 외울 생각입니다.

저는 조그만 문구사를 하는 데 집에서 내가 일하는 가게까지는 걸어서 10여분 거리입니다. 진원주를 돌리며 일원상서원문은 두 번 외울 수 있고, 반야심경은 한문경은 세 번 한글경은 두 번, 금강경은 한 번, 휴휴암좌선문은 세 번 외울 수 있는 거리입니다. 노래를 좋아하여 예전에는 노래를 부르며 다녔지만 지금은 그 좋아하던 노래들 다 놓아버리고 영주, 성주, 참회게, 청정주,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 금강경, 휴휴암좌선문을 다른 사람들은 들리지 않게 외우고 다닙니다. 외우면 외울수록 그 뜻이 얼마나 깊은지 허공법계를 헤아릴 수 없듯 가히 사량할 수 없습니다.

아내 은희 씨는 아직 교당에 나오지 않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초등학교 4학년인 큰딸 홍인이와 1학년인 귀염둥이 막내 종인이를 깨워서 먹이고 챙겨서 같이 문구사에 가서 문을 열고 혼자 가게를 보고, 저는 홍인이 종인이만 데리고 교당에 옵니다.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아내에게 교당에 같이 다니자고 말해 보아도 그냥 갖다 오라고만 합니다.

진원주는 부부싸움 할 때 그 위력이 드러납니다. 착하지만 아직 교당에 다니지 않는 아내에게 버럭 한마디하고 상처 받아 아파하는 아내를 보면 저도 참 슬프고 답답합니다.

그 때 경계임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멈추어서 진원주를 돌리며 간절히 참회게를 외우고 청정주를 외우면 어느새 공한 자성과 인과의 이치를 비추어보게 됩니다. 내가 받는 고통은 호리도 틀림이 없이 내가 지은 것임을 깨달아 빨리 당처에 사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법을 전하여 주는 교무님이 있어 은혜롭습니다. 밤 11시 하루 일을 마치고 한글반야심경을 외우며 집에 오는 길에 스치는 모든 사람과 모든 만물이 은혜롭고, 가로등 불빛에 비친 진원주의 선명한 둥근 그림자에서 '우주 만유의 본원이요, 제불제성의 심인이요, 일체 중생의 본성인 법신불 일원상을 비추어 보는 마음공부'가 은혜롭습니다.

진원주와 함께 저의 법명처럼 한 발 한 발 일원상을 향해 가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 은희 씨와 같이 일원의 위력을 얻고, 일원의 체성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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