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음방송과 이뤄낼 나의 작은 서원"

흰 저고리, 검정치마, 쪽진 머리

내가 교무님을 처음 본 건, 대학에 막 입학한 1987년 캠퍼스에서였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는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절. 시대적으로 개량 한복이 유행하기도 했고, 총학생회 간부들이 한복에 두루마기를 걸친 멋스런 모습이었기에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색다름에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걸로 기억한다.

저 분은 대체 뭐하는 분일까? 총학생회 간부? 일본에서 유학 온 학생? 종교인? 무속인? 우리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지만, 결국 그 궁금증은 가끔 보이는 그 분을 캠퍼스에서 마주칠 때만 떠오르는 일회성의 반복이었을 뿐이다.

군대를 갔다 오고, 몇 년의 세월이 지난 후 더 이상 그 분의 모습을 캠퍼스에서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가끔 길거리에서 마주하게 되던 같은 복장의 사람들,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 원불교 교도이셨던 사장님과 가끔 그곳을 찾아오시던 교무님을 만나 뵙고서야 비로소 흰 저고리와 검정치마에 쪽진 머리 그 분이 원불교라는 낯선 종교의 성직자이신 교무님이란 걸 알게 됐다.

당시에도 아직은 생소했던 원불교의 모습들. 원불교, 일원상, 사은님, 대종사님, 정산종사님, 교무님 어쩌면 일반인의 눈에 비친 그 모습도 내가 느꼈던 그 낯선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내가 교무님을 처음 본 그날 이후 10년이 훌쩍 지나버린 1998년 가을, 원음방송이 처음으로 전북충남 지역에 97.9MHz로 FM 전파를 쏘며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1999년 11월, PD로 원음방송과 인연을 맺게 된 이후, 원불교, 일원상, 대종사님, 정산종사님, 대산종사님, 교무님, 교당, 이런 단어들과 소중한 법문 말씀들이 친숙해지는 나와 함께, 원음방송을 접한 수많은 일반 대중들도 원불교가 그저 생소하고 낯선 종교가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서 친숙한 종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으리라.

소태산대종사님께서 대각을 이루시고, 원불교의 문을 여신 후 이제 백년을 앞두고 있고, 원음방송이 첫 전파를 발사한 이후 15년이 흘렀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되는 15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부산과 서울, 광주와 대구에 맑고 밝고 훈훈한 원음방송의 소리를 전하게 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원불교를 알아가고 있다. 방송을 통해 친숙해진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법문을 즐겨듣고 은혜를 나누고, 교당을 찾고, 교무님과 합장하면 인사한다.

방송을 만들며 수없이 받게 되는 질문. 대종사님이 대체 누구신가요? 정산종사님은요, 원불교와 불교는 어떻게 다른가요? 법문 말씀이 너무 좋은데 어디에서 구할 수 있습니까? 사은은 무엇이고, 마음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

궁금한 것이 많아지면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 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해답을 찾고 나면, 더 이상 모르고 보던 그 때의 낯선 느낌이 아니다. 그리고 낯설지 않은 친숙한 마음이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예전엔 차를 타면 이상하게 바라보던 기사님들이 이젠 먼저 "교무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 한다며 웃음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던 교무님과 방송을 듣고 교당을 찾아오는 교도들이 제법 생겼다며 좋아하시던 교무님들 까지, 그 모두가 15년간 일반대중과 더 가까워지고 친숙해진 원불교의 모습이기에 방송을 만드는 우리의 마음이 즐거워지고 보람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욕심을 내게 만든다.

욕심은 없앨 것이 아니라 도리어 키울 것이니,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려 키워서 마음이 거기에 전일하라던 소태산대종사님의 말씀처럼 이 작은 욕심들을 더 큰 서원으로 돌려본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 크리스마스가 되면 온 나라가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인다. 단순한 성자의 탄생일이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누구나 즐기는 축제의 날이 된 것처럼, 원불교 교도로, 그리고 원음방송의 PD로서 원불교가 열린 날, 우리 모두의 공동생일인 대각개교절, 그 날이 되면 전 국민과 전 세계가 모두가 어우러져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고, 하나 되는 기분 좋은 축제의 날이 되기를 희망한다.

원음방송과 이뤄낼 내 작은 서원. 앞으로 5년, 10년, 어쩌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지라도 그 서원의 가장 앞에 원음방송과 방송을 만드는 나와 우리가 서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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