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자치제 역량강화로 지역교당 살려야

11월은 제27회 중앙교의회가 열린 달인 만큼, 교단 대소사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에 '미래교단을 위해 개혁과 변화해야 할 쟁점'에 대해 4주 기획을 한다. 1주 교헌개정 준비작업 및 논의사항, 2주 교헌개정 논의구조와 쟁점, 3주 교단개혁의 세부과제 1, 4주 교단개혁의 세부과제 2가 연재됐다.

원불교100년을 앞두고 혁신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들 이번만큼은 교단 곳곳에 바람직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 교단의 발전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가 남다른 시대에 따라 교단 또한 빠르고 공정하게 소태산대종사의 창립정신인 정신개벽과 제생의세의 정신을 사회 곳곳에서 발현시켜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교화성장이 교단의 우선 사업이라는 것에 이의를 댈 교도는 없을 것이다.

교구자치제와 관련해 교구사무국과 교화현장의 재가 출가교도들의 교단 개혁의 소리를 담았다. 이들은 각자 처한 환경에서 교화 활성화를 위해 많은 고민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교구자치제의 목적은 교당과 교구 발전

원기98~100년 교정팀은 '교구자치제 정착'을 핵심정책으로 삼아 교구자치 역량 강화, 교구법인 미 설립 교구 방향 정비, 교당 및 법인 기관 효율적 운영을 시행하고 있다. 교단의 운영을 중앙집권에서 현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현장 밀착형 교화를 위해 빠른 의사결정과 정책개발, 창의적인 교화정책들이 중앙의 간섭 없이 의욕적으로 추진되도록 교구자치제가 실행됐다. 그러나 현장의 교구담당자들은 "교구자치제와 관련해 총부의 법인 업무 등 행정적인 업무를 교구에서 처리하지만, 교정원으로부터 경제적, 인적 자원을 위한 배려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받지 못해 현장교화 지원에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교정원은 해당 교구에서 지역 문제와 교당의 현장 교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경제적·인적 지원 시스템 마련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인분리를 마친 8개 교구(서울·부산울산·경기인천·대전충남·대구경북·경남·광주전남·전북교구)는 지역 여건에 맞게 교구유지지원재단 확충 방안과 교화구조개선, 교구자치규정 보완 등 지역 교당과 교화현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중 광주전남교구는 직접 보험 사업을 진행해 재원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보험 사업 수입으로 내년에는 소속 지구 4곳에 각 일백만원씩 교화비 지원을 할 예정이다. 지역의 실정에 맞는 수익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교구들이 있지만 현실로 이끌어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교구 관계자는 "지역에 한의원 등 수익기관이 있지만 총부 부처인 공익복지부, 교육부에서 그 운영권을 갖고 있어 해당 지역 교구와는 관계가 없다"며 "교구자치제에 맞게 이들 기관의 수입을 해당 지역 교구가 관리해 지역 교화발전에 도움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해당 교구에서 그 기관의 운영권을 맡아 일정한 비율의 금액을 총부에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지역 교당에서 총부로 납부하는 교금도 일정 비율을 조정해 교구의 경제적인 지원을 늘리면 교구 내 미자립 교당 지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교구자치제 시행 3년이 되어가지만 기본재산권이 이양된 후 어린이집, 기관, 기타재산 등 2차적 이양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교구를 제외한 법인사무국은 교구장과 사무국장을 제외한 2명의 교무가 행정업무와 총부의 법인업무까지 진행하다 보니 지역교당을 위한 행정서비스와 교화보조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혹자는 교구 사무국에서 일 할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총부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출가자의 인원을 개편해 교구 사무국의 부족한 인적 자원을 보강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구관계자들은 "지역 교당은 교구에서 관심을 두지 않으면 방임이 될 수 있고 교구에서 먼저 힘을 실어줘야 교당이 움직이는 분위기가 있다"며 "지금 현 상황에서 교구자치제를 원만하게 수행하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하지만 경제적, 인적 지원이 없는 상태라 그만큼 교구발전과 교당 현장 지원에 대한 업무는 느리고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당행정 정립, 법회강화, 재가교도 역할 증대

재가 출가교도들이 행복한 법회, 즐거운 교당으로 인식하려면 다양한 변화와 개혁시도가 요구된다. 우선 교당 행정에서 뚜렷한 원칙이 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곳이 많다. 교당 업무는 공공의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행정력이 약하니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의결기관인 교당교의회, 교무를 주축으로 한 분과별 위원들이 존재하고 연중계획도 세우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재무 분과 위원을 맡은 재가교도라면 재무제표 작성 외에 교당재무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실상은 교도회장, 교무 등 일부교도만 교당운영에 애를 태우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예산을 짰지만 당해 수입이 불분명하니 모든 행정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즉 해마다 성지순례비, 청소년교화비 등이 책정되어 있지만 실제 예산이 없으니 계획대로 추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교당을 운영하던 교무들은 금전에 여유가 있어도 예산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해 교당 행정 정립이 어렵다. 이에 대해 한 교무는 "해마다 교당 전체수입의 10%를 일정기간(5~10년간) 적립한 금액을 다음해 1년 예산으로 정해서 운영하면 더 효율적인 교당업무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교당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법회도 변화가 필요하다. 설교위주의 일방적인 형태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원기97년 정책연구소가 실시한 '교단발전을 위한 10가지 혁신과제'(국내12교구 교도회장단대상) 중 3위가 '설교기법 및 내용개발'이다. 또 본지1677호에서는 교화연구소 최정윤 교무의 '법회의식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원기97년 서울교구 14개 교당 교도들을 대상)에 의하면 가장 강조되어야 할 순서가 설교(59.2%), 법회식순 중에도 설교가 가장 중요하다(76.9%)고 답했다. 그만큼 재가 교도들은 법회 식순 중 설교를 중요시 하고 있다. 한 교도는 "신입교도들을 데리고 법회에 가지만 재미가 없다고 한다. 교도는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거나 반은 졸고 의미도 모르고 지나가는 일방적인 설교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에서도 교사가 수십 명의 학생 앞에서 일방적인 수업을 하는 방식에서 학생들에게 해결과제를 줘 서로 협조해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수업을 지향하고 있다.

법회 중 교도들이 나서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법회 즉 법의문답, 즉문즉설 등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교화현장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오롯한 기도와 선을 수행한 교무님의 설교는 교도들에게 깨침을 주는 것은 물론 감동을 주는 법설이 된다.

실생활과 거리가 있는 말로만 하는 설교로는 교도와의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종교는 감동을 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일요일이면 당연히 교당에 가서 설교를 듣는다는 의무감의 법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일부교당에서는 기도·선법회, 교화단법회, 강연법회, 문화법회로 다양한 법회를 시도하고 있으나, 교화단 일기발표나 강연은 교도들이 부담스러워해 원만한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교도들 또한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공부인으로 나서야 한다.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을 실천하는 교도로 거듭나야 한다.

교화훈련부 등 관계기관에서도 교도들이 법회를 통해 경전내용을 더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 경전에 있는 그대로를 법회에서 실천하고 생활 속 의문점을 교당에서 해결하는 공부인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밖에도 교화단의 합리적 운영이 교당 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교도회장과, 교무 중심의 교당운영에서 교화단의 단장, 중앙으로 이뤄진 교도중심의 교당운영이 절실하다. 교당마다 교화단이 짜여있지만 실질적인 교화단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교도들은 교단의 갑작스러운 큰 변화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틀에서 조금씩 변화하려는 의식을 가지고 하나씩 실천해 가자는 것이다.

교화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교단 지도부들이 무응답으로 비치는 현실에서 적극적이고 빠른 대처로 일체생령을 품에 안는 대자비교단으로 성장하길 원하고 있다.

원기97년 교도회장단이 뽑은 교단발전을 위한 10대 혁신과제.

순  위 항     목 범     주
1   청소년 교화프로그램 확충 교화콘텐츠
2   마음공부 표준화 및 개발 보급
3   설교기법 및 내용 개발
4   교화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근거리 약세 교당 통폐합 교화구조 
및 제도
5   공부/소통/행정 효율화를 위한 교화단 활성화
6   청소년 전담교무제 확대
7   거주지 교당 출석 교도 정비
8   스타교무 및 교당 육성
9   대 사회 홍보 체계화 및 강화 교단정체성
10   사회교화로 사회적 신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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