喜 怒 哀 樂 4

슬프다는 말에서 가장 대표적인 말은 슬플 '애(哀)'인데 이 말의 어원은 크게 소리쳐 울 때에 울부짖는 소리가 바로 '애'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따라서 가장 슬픈 것은 뭐니뭐니 해도 부모나 형제가 죽었을 때에 일어나는 감정 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부모나 형제가 죽으면 반드시 상복을 입고 입으로는 곡을 하기 때문에 '哀'라는 글자도 또한 옷'의(衣)' (여기에서는 상복을 말함) 속에 입 '구(口)'(여기에서는 소리쳐 애통함을 나타내는 말)을 하나의 글자로 합성시켜 슬프다는 뜻으로 썼다.

그렇다면 슬프다는 뜻은 무엇인가? 슬프다는 말은 곧 쓰러져 버리고 이미 쓰러져 버린다면 원통함이 가슴 깊이 품어져 엉켜 진다는 말을 합성시켜 만든 말이다. 일단 싸움에서 이기면 기가 뿜어져 기쁘지만 반대로 지면 쓰러짐과 동시에 원한이 품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쓰러지고 품어진다는 말이 합성되어 슬픔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즉 이긴다는 뜻은 상대를 넘겨 뜨린다는 말이라면 지다는 말은 쓰러지다와 원한이 품어지다는 말이다.

그렇기로 일단 상대를 쓰러트려 이긴 자는 이긴 순간은 좋을지 몰라도 이긴 자에 의해 쓰러지고 원한을 품은 자는 언제나 호시탐탐 복수를 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긴 자는 발 뻗고 한가롭게 잠을 잘지 몰라도 얻어맞은 자는 그렇지 않다.

이처럼 이긴 자와 쓰러진 자의 감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애환(哀歡)'이라는 말을 곧장 쓴다. 즉 슬픔을 머금고 있는 자와 기쁨에 환호하는 자가 분명코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쁠 '환(歡)'은 마치 황새가 기뻐 춤추는 것과 같이 날개를 치며 소리 지른다는 말이다.

그렇기로 기뻐도 소리를 지르고 슬퍼도 소리를 지르는 것이니 아무튼 감정이 상하고 보면 일단 그 감정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사람이나 짐승이 지니는 일반적인 예인 것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그러니 살다가 웃는 일도 있고 더러는 슬픈 일도 있으며 혹은 기뻐 날뛰기도 하고 혹은 쓰러진 채 통곡하기를 그치지 않는 일도 있기 마련인데 웬만한 일이면 굳이 웃어야 할 필요가 따로 있거나 통곡해야 할 일이 따로 있는 것일까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뻐서 한참 웃다 보면 그 웃음이 계속 될 것인가? 또 슬픔을 슬퍼하다 보면 과연 슬픔은 계속되는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웃다보면 곧바로 우는 꼴이 닥치고, 울다보면 곧바로 웃어야 할 일이 닥치는 것이 삶의 궤적이라, 일희일비에 놀아나는 것은 가슴속에 깊이 박힌 철주중심을 흔들고 은산철벽처럼 굳게 쌓은 자신의 성품을 여지 없이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감정의 올바른 조절이 곧 자성을 지키는 한 방법일 뿐인 것이다.

<문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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