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갑을 관계' 원만한가

12월은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며 마무리하는 달이다. 본 기획에서는 2013년 세상의 흐름을 꼬집는 유행어를 통해 한국사회의 단면과 교단 내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유행어로 본 2013년 교단안팎 세상'이라 주제로 1주 '갑을문화'와 '안알랴줌', 2주 '많이 당황하셨죠', 3주 '느낌 아니까'가 연재된다. 
▲ 한 사원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최대의 이슈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갑(甲)의 횡포' 문제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 사태를 떠올리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올해 '갑을 문화', '갑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다시금 우리 사회에 편만해 있는 갑을문화를 되새겨 보며 교단 내에 존재하는 갑을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갑을 관계 권위주의에서 비롯

5월 초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아버지뻘 되는 대리점 주인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남양유업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며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됐다. 급기야 남양유업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공정거래위의 현장 조사가 진행됐으며, 타 업계에도 이 불똥이 튀며 경제계에서는 물론 정치계에서 까지 '갑의 횡포', '갑을관계', '노골적인 갑질'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언론도 이에 관한 관련 보도를 쏟아내며 그동안 설움이 북받쳐 있던 '을'들의 울분을 토해냈다. '갑을관계', '갑의 횡포'라는 단어가 그동안 수없이 거론됐지만, '라면 상무', '빵 회장'등 실제 사례들이 계속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을'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런 현상이 부담스러운 공공기관 백화점 등에서 서둘러 갑을 관계 표기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을'의 위치에 있는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 중에 있고 대기업들도 각각의 처방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여론은 이를 미덥지 않게 보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직원교육이나 관리감독 강화, '갑', '을'이란 단어를 바꾸는 것 만으로는 오래동안 한국사회의 관행으로 내려온 '갑을 관계'의 본질적인 개선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 '갑'과 '을'은 계약서에서 명칭이 반복되는 번거로움을 간소화하기 위해 쓰여 졌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주로 계약서에 쓰이며 상하 관계를 암시하는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된 지 오래다. 힘있는 위치에 있는 이가 힘없는 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갑을문화', 갑을관계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수직적인 체계가 강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권위주의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주의 문화의 극단을 보여주는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갑을문화'는 비단 경제적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종교도 예외는 아니다.

교단도 '갑을 관계' 자유롭지 않다

지난 8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갑을 관계'가 언론매체들을 통해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인 남오성 목사가 '종교적 권위로 무장한 교회 안의 갑을관계'를 제기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는 목사와 교인, 남성과 여성, 사회적 강자와 사회적 약자, 목사와 부목사의 관계들이 교회 안에 존재하는 갑을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는 교회만의 일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교단은 어떠한가?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일까? 교단 내 갑을 관계는 원만한가? 지난 몇 년간 일어난 교단적인 큰 사건을 미루어 보면 교단도 부정적인 '갑을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에 이슈가 됐던 교육부 육영기금손실 처리를 놓고 보더라도 실무 관계자들만 처벌을 받고 최종결재자는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 대중들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교당에서의 교무와 부교무관계는 수평관계보다는 수직관계가 더 강하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한 때 교단 이슈로 불거졌던 교무·도무·덕무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별, 오랫동안 제기 돼 온 정녀지원서 문제, 결혼문제 등도 교단 내에 존재하는 불편한 갑을관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교단에 대한 공헌보다는 돈 많은 사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더 우대를 받는 풍토, 능력보다는 교무의 급수가 더 중시되는 문화도 없지 않다. 아주 사소하지만 교무가 교도들에게 반말을 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 역시 그 밑바탕에는 교무는 교도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권위주의 의식이 알게 모르게 깔려있는 것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드러난 '갑을문화'의 폐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교단 내에도 근무지 중도이탈, 휴역, 휴무 등이 이와 유사한 사태가 아닐까. 상대방은 나를 비추는 거울임을 명심해야 한다. 상대방의 문제점을 나의 문제점으로 알고 이를 보완해 나가려하고 상대방의 위에 군림하려하기 보다는 항상 낮은 자세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갑을관계를 형성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교단적으로도 잘못된 관행을 청산하고 익숙했던 '갑을문화'의 뿌리를 잘라내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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