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훈련에 참석하지 못하다가 원기96년 대구동명훈련원에서 열리는 정전마음공부 여름 훈련 때, 남편과 둘째와 함께 우리 가족 수행담을 발표했다.

이 훈련에서 안동교당에 다니는 정상인 교도를 만났다. 동명마음공부대학에서 마음공부를 재미있게 하고 있던 정 교도는 전년도 훈련에 참석한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1년 사이에 너무나 맑게 변한 내 얼굴을 보고 그 이유를 설명하다가 사업 파트너로까지 발전했다. 마음공부가 맺어준 인연이자, 결국에는 공부가 곧 일이고 일이 곧 공부임을 알게 한 도반이다.

교당에서 단장을 하는 동안 우리 단은 자연스럽게 마음 공부한 자료로 단회를 하게 되자, 생활 속의 마음 공부는 누구나 공감하는 얘기들이라 단회가 재미도 있고 단합도 잘되어 청소, 점심 공양, 성지 순례 등 교당일이면 항상 앞장서곤 했다.

교당은 갈등을 일으키는 곳이 아니라, 있는 갈등도 녹이는 곳이다. 시비를 가리는 곳이 아니라, 그 시비를 가리려는 마음을 공부 거리 삼아 공부하는 곳이다.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교당에서 일어났던 그 갈등의 세월을 거치면서 시비하는 마음을 더욱 더 공부거리 삼아 치열하게 공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교당은 어떤 곳인가? 과연 우리는 생활 속의 시비 이해로 일어난 마음을 교당 내왕시 주의 사항에 따라 일일이 문답하고 지도인의 감정 얻고 지도인에게 해오를 얻고 있는가? 우리가 이 도량에 사는 것은 마음 공부 하나 하기 위함이 아닌가? 법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공부에만 전심한다고 할 수 있는가?

교당에서는 4년째 법회 후에 마음 공부를 하고 있다. 생활 속의 공부 자료를 일기로 또는 얘기로 내놓고 문답하며 감정과 해오를 얻고 있다. 그것도 정전을 바탕으로 하여 공부하고 있다. 청타원 박길선 선진의 정기 일기를 보며, 선진들이 대종사를 모시고 어떻게 공부했는지 그려보기도 한다.

누구나 마음 공부를 해야 한다 하면서도 정작 이 공부 모임에 참석하는 교도들은 많지 않다. 그동안 교당에서의 마음 공부는 환영과 호응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반대인 경우도 없지 않았다. 정전에 바탕한 이 마음 공부가 해서는 안 되는 공부인지, 대종사의 가르침에서 벗어나는 공부인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교당 행사 등으로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다 보면 실제로 공부하는 횟수는 채 절반을 넘지 않는다. 마음 공부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것은 속에 있는 마음을 공부 자료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내놓는 것을 창피해 하고, 이런 게 뭐 마음 공부냐고 생각하면 도리어 이들이 마장이 되어 마음 공부를 꺼리게 된다.

언젠가 공부 모임에서 아이들과 있었던 경계로 공부한 일기를 발표하며 문답하는 것을 듣고는 그것이 뭐 공부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마음 공부는 지식 공부가 아니라, 경계를 대할 때마다 지혜를 밝히는 공부다. 경계를 따라 일어나는 마음은 공부 자료며, 그 마음을 내놓는 것은 참회며 적공이다.

내 마음은 나 자신의 공부 자료지만, 함께하는 공부인들을 깨치게 하고 쪄지게 하는 자료가 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어느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교당도, 법회도, 지도인도, 공부 모임도 단지 내 마음을 해결하는 도우미일 뿐이다.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를 변화시킬 수 있다.

정전마음공부는 하면 할수록 나의 기질을 바꿀 수 있고, 팔자까지 바꿀 수 있고 개척할 수 있는 공부임을 실감한다. 내게는 공부 모임이 또 하나 있다. 4년째 매주 월요일엔 김명중 교무 부부와 우리 부부, 이윤원 언니와 같이하는 공부 모임이다. 이 모두가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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