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눈으로 가사관리사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가사관리사 이슈
이야기 할 통로 필요

▲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관련 홍보물
'집안일'을 해 주는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또는 가사노동자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가사관리사의 건강을 말하다'라는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가해 보며 이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가사관리사 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김현주, 2013)에 따르면 가사 관리사가 노출되는 직업적 위험요인 중 가장 흔한 것은 계속 서있는 자세(60.3%)이었고, 반복적인 손동작이나 팔동작(45.9%), 매우 빠른 속도로 일함(43.4%)의 순으로 높았다.

그러나 가사관리사들의 55.4%가 아픈데도 참고 일한 경험이 있고, 집에 가서도 아플 정도로 근골격계 통증이 심하여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52.4%이었다. 물을 많이 만지게 되는 직업상 가사관리사의 지난 1년간 나흘이상 지속된 손의 습진 유병률은 19.7%이었고, 더욱이 화학물질 접촉시 증상을 경험하고, 이러한 증상이 2가지 이상 있는 경우는 17.6%이었고, 우울증 의심자는 21.9%에 달했다. 특히 직장과 가정생활이 불균형하거나 본인이 가정내 높은 소득 기여를 해야 하는 사람, 즉 빈곤과 일과 가정생활 모두 해내기에 부담이 되는 사람의 우울증 유병율이 높았고, 이는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약 2배 높은 결과, 정신건강이 매우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화학약품 사용으로 습진이나 피부질환도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요즘같은 때는 비가 오고 하니까 곰팡이가 많이 슬어 있어요. 닦아낼 때, 락스같은 거 뿌려가지고 하면 어휴, 앞이 빙빙 돌 때가 있어요."라고 한 것처럼 공장이나 사무실에서는 위험한 건강 위험요인으로 인식될 수도 있던 사항이 '집안에서 하는 활동'이므로 위험요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가사관리사는 식사할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여 하루에 2개소에서 일하는 경우 고객집이 아닌 본인집, 거리, 차안, 마트 등지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가 54.9%여서 기본적인 식사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가사관리사들이 수행하는 세부업무를 약 30개로 구분했을 때 오전근무, 오후근무, 종일근무에 따른 차이가 없이 29종 내외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반나절 근무시 노동 강도는 종일 근무에 비해 거의 2배까지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명의 가사관리사와의 면접(문현아·박주영, 2013)에 따르면 4시간 동안 일하면서 정해진 휴식 시간이 대부분 없었고, '일정한 시간 없이 틈틈이 쉰다'(75.3%), '휴식시간이 없다'(17.2%)로 가사사용인의 90% 이상이 공식적인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과거의 연구와도 그 내용이 일치하고 있었다. 4시간, 8시간동안 해야 하는 일이 정해진 바도 없어, 가사관리사와 사용인 간의 노동의 양에 대해서는 자주 문제가 발생한다. '깨끗함'에 대한 기준도 양 측이 서로 달라 깨끗하게 해 놓은 결과를 보고 보람을 찾는 가사관리사의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된다.
▲ 국내·외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호하라는 외침이 커져가고 있다.

한국에는 대략 25~30만명 규모의 가사관리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인 ILO는 2010년 99차 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가사사용인을 위한 질좋은 일자리(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를 주요 의제로 채택하고 가사노동자에게도 노동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논의한 바 있다(ILO, 2010). 한국은 아직 ILO의 사항을 적용하고 있지 않고 가사관리사는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집안일'로 치부되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사관리사의 노동이 건강하고 보람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사관리사와 관련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가사관리사의 사용인은 누구일까? 가사관리사 사용인인가 가사관리사 파견기관인가? 이 문제부터 해결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가사관리사가 다른 직업처럼 '일',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공론화하는 것이다.

이는 가사관리사가 하고 있는 일의 구체적 성격과 내용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자들이 하는 집안일' 정도로 치부하여 노동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것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하루 4시간, 또는 8시간 동안 하는 노동에 대한 자세한 기록, 즉 직무분석이 이루어져 고객의 만족과 스스로의 보람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투자가 필요한지, 업무가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 어떠한 노력과 전문성이 필요한지, 이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본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가사노동을 '보이지 않는 노동'에서 '보이는 노동'으로 전환하고, "더러운 상황을 치우는 노동이 환경을 재구성하는 긍정적 노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다.

직무분석과 함께 가사관리사의 상황을 알리고, 가사사용인(고객)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가사관리사의 일과 건강에 관한 현실을 캠페인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캠페인은 가사관리사를 주로 사용하고, 특히 사회계층적 차이가 큰 가사관리사 사용인이 많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볼 수도 있다. 또한 가사관리사-고객-가사관리사사용기관으로 되어 있는 고용관계는 노동과 건강에 대한 책임과 권리 구현을 제대로 담보할 수 없게 한다. 가사관리사의 노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을 작성하여 가사관리사 사용기관에서 고객에게 배포하고, 이를 꼭 준수하도록 강제 할 필요가 있다. 그 매뉴얼에는 가사관리사에 대한 권리 대헌장, 해야 할 업무내용, 초과시간 금지, 임금 사항, 가사관리사에 대한 폭언/희롱/정서적 무뢰함 금지, 점심제공, 휴식 등을 포함해야 한다.

특히 화학물질과 관련해서는 독한 화학물질이 가사관리사뿐만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정보를 제공해 주고, 고객이 집안에서 사용하는 각종 세제에 대한 정보, 건강문제 등을 알려 환경과 건강 문제가 고객과 가사관리사 모두로부터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가사관리사의 현재의 위치는 약한 교섭력으로 이어진다. 가사관리사가 현재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통로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건강권과 노동권 보장, 사회적 존중이 함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사관리사의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 할 통로가 필요하다.

단지 고객-가사관리사-가사사용인의 관계가 개인적 관계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협의체를 형성하여 가사관리사 대표, 가사관리사 사용자 대표, 정부가 함께 만나 임금, 업무내용, 건강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의 가사관리사, 당신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 정진주/사회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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