信 忿 疑 誠 1

신(信)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우선 첫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믿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인(人)'에 말씀'언(言)'을 붙인 것이니 이 때에 '말씀'이란 내가 남에게 들려주는 말씀을 말하고 '사람'이란 내 말을 듣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언제나 사람과 사람 사이는 말로써 소통하기 마련인데 내가 내놓은 말이 듣는 남에게 언제든지 믿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며, 믿음이란 서로가 소통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실된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믿음이란 밑바탕이 된다는 말이다.

공자도 "사람이 믿음이 없다면 결국에는 설 자리가 없다(人而無信 無立)"고 했으니 이런 뜻에서 보면 믿음은 곧 그 믿음을 제대로 행함으로써 자신이 이 사회 속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누구의 말을 믿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 매일 같이 수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수많은 글들이 홍수처럼 널려 있지만 그 많은 말과 글 중에서도 인생의 참다운 지침이 되는 것은 누가 무엇이라 해도 성현들의 말씀인 것이다.

그래서 이 성현들의 말씀에 따라 자신이 한 자리를 굳게 잡고 난 뒤에 다시 이 성현의 자취를 우러러 보며 잠시라도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을 '신'이라 한다면, 이 믿음을 믿고 우러러 나가는 것을 우러를'앙(仰)'이라 한다.

즉 '신'은 성현의 말씀을 그대로 바탕 삼아 믿는다는 말이라면 '앙'이란 믿음 자체를 바탕에 깔고 존경해야 할 어른을 눈앞에 그리며 그대로 흩어짐 없이 걸어가는 존경이 우러나오는 자가 지니고 살아가야 할 삶의 태도를 말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어른을 존경하며 살아간다는 말은 우선 어른의 말씀을 따르고 그 말씀에 따라 그대로를 숭배하며 나아가는 일을 뜻하는 것이라, 결국에는 내 영혼을 거기에다 맡겨 두는 일이기 때문에 "신앙이란 곧 영혼의 기탁(寄託)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만약 영혼을 부려 맡길 곳을 잃고 우왕좌왕 하는 것은 마치 밀려 오는 풍랑에 방향을 잃고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만 바람의 뜻대로 배를 맡겨 둔 결과로 결국에는 배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칠 수도 있고 또는 뒤집혀 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옳은 말씀을 우선 믿고 그 말씀을 따라 나서는 일은 진리적 신앙의 첫째가는 발걸음이니 그 말씀으로 인하여 전혀 다른 말들의 진위를 확실히 구별해 나가는 것이 천만 옳은 일이다. 그래서 '신'은 공붓길로 나아가는 첫째 조목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옳은 말씀을 찾지 못하고 그냥 허랑방탕(虛浪放蕩)으로 제 멋대로 살아가는 이를 상상해 보자. 그에게는 분명 바람직한 내일이 없고 행복한 자신이 없을 뿐 아니라, 삶의 보람도 잊어지기 마련일 뿐이다. 그렇기로 신앙으로 자신의 영혼을 기탁해야 할 것이다.

<문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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