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를 당황케 한 사건들

12월은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며 마무리하는 달이다. 본 기획에서는 2013년 세상의 흐름을 꼬집는 유행어를 통해 한국사회의 단면과 교단 내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유행어로 본 2013년 교단안팎 세상'이라 주제로 1주 '갑을문화'와 '안알랴줌', 2주 '많이 당황하셨죠', 4주 '느낌 아니까'가 연재된다.
▲ '많이 당황하셨죠'유행어를 불러일으킨 KBS2 개그콘서트 황해코너 출연진들.(KBS 홈페이지에서 캡쳐)

보이스피싱을 주제로 한 개그코너의 유행어가 2013년 우리 사회를 관통했다.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죠~ 저도 많이 당황했습니다~'라며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말도 안되게 무마하려는 시도는 큰 웃음 아래 씁쓸함을 남겼다. 계사년 한 해 우리는 무엇에 당황했으며 어떤 사건에 씁쓸해했을까. 한해동안의 사회와 국제, 종교계와 교단의 '황당'을 살펴본다.

황당한 그 이름, 윤창중·이석기·채동욱

2013년의 '황당'은 예견되어 있었다. 작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불거져나온 '국정원 트위터 댓글'에 대한 루머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국가기관이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들을 통해 인터넷과 SNS에 편향 댓글을 달았다는 거짓말같은 상황에 우리 사회는 1년 내내 당황하고 분노해왔다. 재판을 통해 사실로 밝혀짐에도 불구, 사건 은폐를 위한 허위발표에 여론 조작까지 도무지 멈출 줄 모르는 작태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꽃, 선거'에 민주주의는 커녕 상식까지 쏙 빠져 당황하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과 함께 종교계가 시국선언을 이어가며 12월 현재 대규모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당황'은 계속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술수'라고 평가받는 NLL(북방한계선) 대화록이 6월 불현듯 등장해 국민들이 당황했다. 6년이 지난 갑작스러운 공개는 마땅한 시기적 근거나 당위성이 없었다. 그야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의 준말)'였다.

5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워싱턴 성추행 파문, 8월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이나 9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도 역시 그 선정성이나 수준에 있어 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방미 중에 일어난 황당하고 낯부끄러운 성추행 사건은 국민적 개탄과 함께 정권 초반 찬물을 끼얹기 충분했다. 김일성 주체사상 이념의 'RO(지하혁명조직)'을 만들어 사회주의 혁명을 도모한 혐의인 '내란음모죄'는 젊은 층에는 그 이름부터가 생소한 황당함이었다. 또한 혼외관계와 아들, 유전자검사, 아이 어머니의 편지 등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이었던 채 검찰총장 논란은 그의 법무부 개혁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2013년의 당황은 연예계도 큰 몫을 담당했다. 6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연예병사 논란은 수많은 군필자들과 국민의 분노를 샀다.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시작된 논란은 국방부의 연예병사제도 폐지라는 결과까지 낳았다. 남자연예인들이 군 복무로 논란을 받는 동안 여자연예인들은 약물 투입의 대가를 치러야했다. 세명의 연예인은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장기 투여한 혐의로 각각 징역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1월 유명연예인들의 도박 사실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며 연예계의 도덕불감증이 다시 거론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6월 한국일보 사주 측이 편집국을 폐쇄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으며, 7월에는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한강에 예고투신하는 당황스런 비극도 일어났다. 국내 뉴스에 '사상 초유'와 '황당'이 유난히 많이 등장했던 한해였다.

시리아의 화학무기와 종교계 추문

세계적으로는 어떤 황당함이 있었을까. 내전 중이던 시리아에서 8월 화학무기 '사린'을 살포해 민간인들이 사망한 사건이 꼽힌다. 어린이들이 의식을 잃고 죽어가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퍼져 더욱 큰 논란이 됐다. 무엇보다도 정부군이 국민진압용으로 민간인에게 살포했다는 점에서 전 세계가 당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보스턴 마라톤행사장의 폭탄테러와 케냐 쇼핑몰 인질 총격사고가 황당한 인재였다면, 우리의 이웃인 아시아 국가들의 재난은 비극적인 천재였다. 4월 중국 쓰촨성에서 진도 7의 대지진이 일어나 200여명이 사망하고 6300여명이 부상당했으며, 11월 필리핀 타클로반에 불어닥친 태풍 '하이옌'으로 7천5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의 밥상까지 위협한 당황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했다. 사고 3년이 지나면서 지하수 방사성물질이 6500배까지 치솟고 오염수가 유출된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세상 모두가 뻔히 아는 위험성에 대해 일본 정부의 '눈가리고 아웅' 하는 작태다. 더욱이 한국 정부는 일본의 말만 믿고 다른 나라들은 이미 전면 금지시킨 일본산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을 여전히 일부 수입하고 있다.

종교계의 2013년은 사회참여 논쟁의 한해였다. 11월 천주교에서 시작한 시국선언은 종교가 정치에 참여한다는 데 찬성과 반대 입장이 분분했으며, 각자 나름의 논리를 적극 표현하고 있다. 반면 모든 종단과 종교인이 한 마음으로 당황한 것은 끊이지 않는 종교계 추문이었다. 3월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가 논문 표절 의혹을 받으며 설교를 중단했으나, 현재까지도 학위는 철회하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이 교회는 서초역 부근 6782㎡ 터에 예배당 2개동을 지으면서 공공도로 지하공간 점용을 허가받아 황당한 의혹을 남겼다.

유교계 수장인 최근덕 성균관장이 4월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됐으며, 12월 조계종 주지급 승려 12명이 한 연수원에서 아침까지 술판을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조계종은 '연임을 하지 않겠다'던 자승 총무원장이 약속을 깨고 최초로 연임을 해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시기에 자중은 커녕 전 종교계를 부끄럽게 하는 일을 벌여 국민들을 황당케했다.

인재부족을 외치는 교단

원기98년 우리 교단의 황당함은 없었을까. 5월 양주의 보육원 사건은 뉴스에 이어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에까지 방영돼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

교단의 위기관리시스템이나 미디어대응전략의 부재가 쟁점으로 떠올랐던 계기였으나, 후속조치 행보는 미지수다.

원불교학과에서 수학하다 그만둔 교도와 결혼한 교무가 환속당한 사건은 '인재부족'을 외치는 교단에 대해 의아함을 남겼다.

미국 국적을 가진 예비교역자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서원관을 떠나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녔고 원불교학과 졸업은 했으나 대학원에 진학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황당함 속에 열린 종교이자 정신개벽을 추구하는 주세교단에 대해 갸우뚱했던 사건들이었다.

7월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의 사무총장 교체도 재가 출가교도들에게 당황스러운 사건이었다.

수년전부터 100년을 향해 한 마음으로 부단히 정진해온 교도들은 갑작스러운 인사에 대한 해명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교육부 육영기금 사건과 마찬가지로, 교단의 일들이 좀처럼 소통되지 않는다는 불만과 안타까움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예상치 못한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철저히 대비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벌어진 일들에 대한 해명이나 근거가 상식 수준 이하라면 문제가 된다.

영성과 양심의 최후의 성지인 종교라면 더더욱 문제가 크다. '알면 좋을 것 없다'며 감추기 급급한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교단 곳곳에 유령처럼 남아있다. 연중 재가 출가교도들이 모이는 두 번의 총회에 올해도 수많은 안건이 발언됐다. 그러나 다양한 해법과 몇몇 훌륭한 대안에도 불구, 대체로 반영되지 않은 채 또다시 결정권자 몇몇의 의도대로 가는 답답한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두움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으며, 결국 세상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세상이 사람들을 당황시킨다고 교단도 교도들을 당황시켜서는 안된다. 설사 '많이 당황했다'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용서를 구해야한다. 역사적으로 사랑받는 종교나 사상, 존경받는 위인들은 공통적으로 바로 이 '당황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 진정성으로 다가갔다.

올 한해 최고 유행어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죠~'. 황당한 보이스피싱 전화는 끊고 스팸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재가 출가교도들에게 닥친 황당한 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누구에게 사실을 묻고 누구의 진실를 믿어야 하는가. 우리는 진리로부터 용서와 이해와 관용을 배운다. 그러나 '초연하고 의연한 삶의 태도'가 나오는 '넉넉한 마음'도 해명과 설득이 앞서야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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