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새듯이 통일이 온다

▲ 이선조 교무/분당교당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다. 1960-70년대는 정치 사회적으로 민주화가 싹트고 있었다. 최류탄 화약가스 냄새와 연기 때문에 늘 고통이던 시절, 이리여중·고 학생이었던 내 눈에도 보였다. '내가 종교인이 되면 전쟁이 없는 세상이 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출가를 했다.

그러나 초등학교나 학교 분위기는 반공 멸공 교육이 주류였다. 그러한 틈새에 나는 유아교육 강습을 열어 율동과 노래, 동화, 역사 등을 지도했고 농촌의 여름을 돕는 생활을 즐겼다.

대학시절 방학이 되면 대산종사가 계신 삼동원에 가서 훈증을 받는 일이 행복한 일이었다.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도 그랬다.

신도안 삼동원에 들러 대산종사의 훈증을 받으며 지내는 중에 신도교당 어린이강습을 나게 됐다. 동네 아이들은 내가 가르친 노래와 율동을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즐겨 불렀다. 그 모습에 교육의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스스로 행복했다.

하루는 저녁 산책길에 따라나섰다. 대산종사는 산책하다 절 앞에 멈추시더니 뒤따르는 우리에게 "저 돌부처님 얼굴을 보아라 저 부처님 얼굴이 점점 희어진단다. 저 부처님의 검정색이 벗어지고 있듯이 우리도 공부해서 마음의 흑운이 점점 벗겨져 부처의 몸으로 바꿔져야 한다"고 하셨다.

마침 동네 어린이들이 "무궁화, 무궁화 꽃물결이 이 강산에 꽃피는데~(중략) 김일성아 아느냐? 초전박살 아느냐? 평화통일 하자는 데 왜 왜 말이 없느냐?"라는 노래를 목청 높여 신명내서 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대산종사는 그 돌 부처상 앞을 지나시다가 나를 부르시더니 "아이들에게 이 돌부처 이야기를 해주어라. 그리고 저 노래를 중단해라! 우리의 마음속에 원수가 없을 때 통일이 되는 것이다. 초전박살 이란 말은 우리가 상극을 부르는 말이다. 통일의 방향은 승공 멸공보다 화공(和共) 구공(救共)이 돼야 한다" 고 하셨다.

'이 아이들이 커서 통일을 만들 텐데 싸움으로 북쪽을 이겨 통일하라고 노래 부르게 했구나. 비판 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가르쳤던 것인데….' 내가 한 일이 부끄러운 일이 됐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신도교당 어린이들을 불러 대산종사께 인사시켰다. 당시 어린이들이 부르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대산종사는 지그시 눈감으시고 조용히 기도 올리셨다. 그 모습이 얼마나 내 가슴을 뛰게 했던지 생각할수록 눈물이 난다. 나는 대산종사께 "언제쯤이면 통일이 될까요?"라고 여쭈었다.

대산종사는 "먼저 서로 오고가고 하다가 날 새듯이 통일을 맞이한다. 우리 국민이 북쪽을 원수라고 생각하지 않고 북쪽이 우리 남한을 원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통일이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해 대산종사는 피난민과 개성에서 교도 생활을 하다 온 사람을 중심으로 북한교화 교화단을 결성하여 통일을 대비하라는 지도를 내렸다. 이에 교정원에서 그 일을 진지하게 시작하려 했고 한국전쟁 희생자 위령제를 하여 북한교화 자금을 모으도록 하셨다. 나는 오늘 대산 여래 영전에 추모의 마음을 담아 아래의 어린이 노랫말을 올려드린다.

희망 꽃 피우자

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너도나도 피어라 삼천리강산에
우리 모두 함께 하나가 되어
이루자 통일 가꾸자 평화


도덕의 부모나라 정치의 지도나라
어변성룡 대운 속에 희망을 안고
세계인의 꿈을 이뤄나가자
인류의 희망 꽃 피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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