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과 이중성을 비틀다

12월은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며 마무리하는 달이다. 본 기획에서는 2013년 세상의 흐름을 꼬집는 유행어를 통해 한국사회의 단면과 교단 내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유행어로 본 2013년 교단안팎 세상'이라 주제로 1주 '갑을문화'와 '안알랴줌', 2주 '많이 당황하셨죠', 4주 '느낌 아니까'가 연재된다.
▲ 교단혁신을 위한 재가 출가 연대모임 출범은 '100년 성업의 핵심은 교단 혁신에 있다'는 구성원 간 '의미'의 공유가 아니었을까. 사진은 교단혁신을 위한 재가 출가 연대 출범 모임.

개그콘서트의 '뿜엔터테인먼트' 코너의 '느낌 아니까!'가 2013년 올해 최고의 유행어로 꼽혔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30대 남녀 1,102명을 대상으로 '2013 올해의 최고 유행어'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다.

'느낌 아니까'는 전체 응답률 55.6%로 과반수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김지민이 유행시킨 '느낌 아니까'는 깐깐한 것 같지만 허점이 있는 여배우 역할을 통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유행어다. '느낌 아니까'는 일종의 의미의 공유가 전제됐다. 곧 너와 나 사이에 '알 만한 느낌'에 대한 것이 전제되어 있다. 이를 강조하며 이후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행위가 당연함을 보이는 것이다.

허영과 이중성을 비틀다

"노출로 손가락질 받는 씬은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성형수술을 받는 대본을 보며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밥 먹듯이 고쳐봐서 잘 살릴 수 있어요."

여배우가 좋은 장면은 마다하고 험한 장면 촬영을 자청해 웃음을 유발한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실상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넘쳐나는 실정을 적절히 꼬집었다. 또 정치적 발언을 하는 대본을 보고는 "나 이거 대역 쓰겠다. 말 잘못하면 욕먹잖아. 욕먹으면 살쪄"라고 말하면서 일부 계층의 속물근성을 자조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듯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유행어를 살펴보면 한번만 들어도 기억에 남고, 웃음이 '빵' 터지면서, 입에 착착 달라붙는 '리듬감'에 세태를 반영하는 날카로움이 있다. 지난 2011년 애정남(애매한 걸 정해주는 남자)으로 유명세를 탔던 개그맨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를 하고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된다. 공약을 이야기할 때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든가 지하철역을 개통하면 된다. 현실이 어려우면 말로만 하면 된다"고 정치 풍자를 했다가 당시 국회의원에게 고소를 당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4대강 녹조현상을 빗댄 '녹조차라떼' 같은 신조어는 식수원 오염을 비꼬는 강한 풍자성을 띠고 있다.

흔히 유행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대중이 좋아하는 유머는 '유행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된다.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유머와 유행어를 살펴보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한 문화평론가는 "모든 종류의 유행어는 시대상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 너도 나도 그 한마디로, 공감 코드를 형성할 수 있고 동시대인으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느낌아니까~'가 올해 최고 유행어로 꼽힌 것은 녹록치 않은 우리 생활상과 정치·경제적인 충격이 빈번한 현실의 '이중성'을 투영하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사회 전반의 '이중성'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된 '이중성', 그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자. 12월19일 'JTBC 뉴스9'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JTBC가 통합진보당 측에 편향된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는 등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서 심의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결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최근 방통심의위가 특정방송사의 보수 편향 발언에 대해서는 '문제없음'이라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방송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종북'이라고 일방적으로 재차 주장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에 대해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문제없음' 의견을 밝혔다.

울산지법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90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도 법조계의 '이중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조파업과 관련한 손해배상 판결로 최대액수라 한다. 이미 10년 전 대법원은 파견근로를 제공해온 노동자의 해고는 불법파견이라 인정하였고 노동자들은 그 판결을 이행하라고 요구했을 따름이다. 사측에게 먼저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을 물리는 것은 편파적인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이미 해고자들이 상당수라 한다.

사회 곳곳의 '이중성'은 곧 정치·경제적인 충격이 된다. 이를 반영한 유행어는 때론 심각하게, 때론 가볍게 사태를 꼬집으며 대중들의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다.

교단혁신을 위한
재가 출가 연대모임이 '의미'의 공유였다면,

익산시의회의
익산국제마음훈련원 건립지원 무산은

일부 시의원들의 시비 지원에 따른'이중성'이
자질 시비로 불거지며 시민들의 비난을 샀다.


교단혁신 '느낌아니까.'

올해 교단의 이슈 중 하나는 교단혁신을 위한 재가 출가 연대모임 출범이었다. 육영기금 손실을 계기로 시작된 교단혁신 논의가 출가에서 재가, 다시 재가 출가가 함께하는 모임으로 확산됐다. 조직이 구성됐고 연대 선언문이 발표됐다. 혁신연대는 제도혁신분과와 교화혁신분과를 만들고 조직 구성과 업무 분장도 완료했다.

교단혁신을 위한 재가 출가 연대 선언문에서 이들은 "개교 100년을 앞두고 교단은 양적으로 성장하고 조직은 복잡해졌으나 초기 교단의 혁신성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원기100년을 맞이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변화의 요구 앞에 서 있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로 읽혀졌다. 재가와 출가 사이에 교단혁신을 위한 '알 만한 느낌'에 대한 것은 네 가지로 축약됐다.

첫째, 개교 백년의 제일 성업은 교단 혁신이다. 둘째, 재가 출가가 함께 하는 범 교단적인 교단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구체적인 혁신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하자. 셋째, 교법 정신에 바탕해 출가 독점의 교정 구조를 재가 출가가 함께 참여하는 교정 구조로 전환하자. 넷째, 혁신의 모든 과정은 공화정신과 열린 소통으로 이뤄 나갈 것을 선언한 것이다.

'원기100년은 대종사의 혁신 사상을 살려내야 한다. 교단이 대종사의 혁신 사상을 계승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100년 성업의 핵심은 교단 혁신에 있다'는 구성원 간 '의미'의 공유가 아니었을까.

교단혁신을 위한 재가 출가 연대모임이 '알만한 느낌', '의미'의 공유였다면, 익산시의회의 '익산국제마음훈련원 건립지원 무산'은 일부 시의원들의 시비 지원에 따른 '이중성'이 자질 시비로 불거지며 시민들의 비난을 샀다.

익산시의회는 제16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국도비 매칭사업인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에 따른 시비 지원 예산 5억원을 최종 부결했다. 국비가 확보된 사업을 반납할 경우 다른 국비사업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민들의 우려 속에서 특히 지역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익산시의회는 결국 개신교의 집단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예산을 삭감했다.

공인으로서의 소신에 앞서 표밭관리에 급급한 일부 시의원들의 자질론이 거론되면서 익산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지원에 제동을 건 익산시의회의 행태를 질타하는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셌다.

익산시의회의 이 같은 결정이 지역 사회에 종교 간 갈등 심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점과 향후 각 종교단체가 추진하는 사업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래저래 올해 교단도 세상적인 유행어가 시사하는 '의미'의 공유, '이중성'의 꼬집음을 빗겨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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