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마음공부방에 참여하는 교도들.

자녀와 함께 하는 행복한 마음공부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매 순간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한우불고기와 함께 최근에 복원된 언양 읍성 남문(영화루)으로 방문객들에게 맛과 볼거리를 충족시키고 있는 언양. 늦은 오후 여유로운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퇴근 시간과 맞물려 어둠이 깔린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즐거운 배움터
언양 읍성 남문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언양 교당은 가족 마음공부방으로 지역민에게 참 행복을 전하고 있다. 매월 1, 3주 금요일에는 어머니와 자녀들이 함께 교당에 와서 자녀들은 청소년 마음공부방, 어머니들은 어머니 마음공부방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법당과 2층 생활관에서 각각 일기기재와 문답 감정을 통해 자신의 참 모습을 발견해 가고 있다.

일반인이었던 이들이 마음공부에 열의를 가지고 참가하게 된 것은 부산울산교구에서 시행해 온 '3040가족캠프'의 영향이 컸다. 가족캠프를 통해 원불교와 마음공부를 알았던 이들은 가족 마음공부방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고 바라보며 행복한 가정에 다가서고 있다.

이민수 교무는 "전임교무의 노고로 지금의 공부방을 진행할 수 있는 교당 분위기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며 "교당 내왕 시 주의사항으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교당이라는 주제로 지금의 가족 마음공부방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마음공부방의 의미보다는 교당 내왕 시 주의사항과 상시응용 주의사항으로 공부하면서 문답, 감정·해오를 얻는 공부방이라는 것이다.

가족 마음공부방은 올해 3월 한소원, 한상현 자매의 가족이 시작해 현재는 총 7가족의 자녀와 어머니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진행됐던 3040가족캠프 경주훈련은 가족 마음공부방을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 자녀들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마음공부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을 참가 부모들이 인식한 것이다.

6일 8시가 되자 자녀들과 어머니들이 교당에 도착했다. 시험기간이라 학생들의 참가인원이 적던 이 날 자녀와 어머니가 함께하는 가족 마음공부방이 진행됐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건넨 이들은 '마음을 원만하게 사용하려면'의 마음일기 용지에 일기기재를 시작했다. 먼저 자녀들의 경계 찾기와 마음일기 발표 후 어머니의 마음일기 발표에 대한 문답, 감정이 있었다.

늘 마음을 잘 살피고 일기를 꼼꼼히 기재하는 한수인 어린이(초등5)는 '친구와의 화해'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친구랑 심하게 다툰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서로 화해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먼저 용기 내어 사과한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는 마음을 밝힌 것이다.

이혜선 신입교도는 "지인들의 싸움을 말리려 애쓰다 보니 짜증 불안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났다"는 내용의 일기를 발표했다. 이 교무는 "항상 경계가 발생한 상대에 대한 것보다 그 경계를 따라 있어진 내 마음만 놓고 공부를 해야 한다"며 "자신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염려하는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족 마음공부방에서 교도들이 마음일기를 기재하고 있다.

화목한 가정으로 한걸음 다가서
이들은 차례로 일기를 발표한 뒤 그 일에 대해 다시 경계 찾기, 나는 마음, 내는 마음, 원래 마음에 대조했다. 이들의 일기는 언양교당 회보 '마음공부이야기'에도 실려 교도들의 공부심을 북돋우고 있다.

어머니들은 청소년들이 특히 마음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마음공부를 통해 자녀들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고 아는 것은 물론 친구들의 마음과 입장까지 헤아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가족공부방에 참여한 가족들은 처음에는 일반인이었지만 마음공부방 참가로 인해 지금은 모두 교단에 입교해 교도들이 됐다.

마음공부방에 참가한 한 어린이는 "엄마 아빠가 마음공부를 알기 전에는 혼을 많이 냈는데 요즘에는 참아주고 말로 타일러주시는 등 많이 달라지셨다"며 "교당 오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머니들은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했을 때 나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읽으니 문제 해결이 쉬워지고 자녀의 입장을 살피고 이해하는 일도 많아졌다. 아직은 일어난 상황을 글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지만 마음일기를 기재하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아이들이 교당에 오기 싫다고 하면 엄마의 입장에서도 억지로 데리고 오기 힘든데 다른 재미있는 행사가 있어도 자녀들이 마음공부방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상현 교도는 "마음공부가 뭔지도 몰랐는데 스펀지에 물 스며들듯 남편과 아이들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니 분명 진행형이라는 것이 느껴졌다"며 "마음공부는 급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쉼 없이 계속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다"는 감상을 전했다.

교당의 정체성은 교당 내왕시 주의사항 실천에 있다는 이 교무는 "살다 보니 자신의 마음을 어딘가 꺼내놓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11월부터 첫째, 셋째 목요일에도 마음공부방을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요일에 이뤄지는 가족 마음공부방이 동네 친구들의 모임이라면 목요일은 참가 대상이 달라 따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자녀와 부모가 함께 마음공부를 하니 가족 간의 갈등이 줄고 화목한 가정으로 변해가고 있다. 자기의 마음뿐만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기에 생활 속 은혜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날 공부인 중에 생일을 맞은 교도가 있어 참가한 가족 모두가 그 교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동네 지인들이 가족과 함께 마음공부를 하고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늦은 시각 공부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의 뒷모습에도 자연스러운 행복이 묻어났다. 집으로 오는 길, 하늘 위 맑은 별들을 보며 함께 사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