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법문 실천방안

▲ 제주국제훈련원 김성우 교무.
주위에 사람이 따라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따른다는 것은 뭔가 끄는 힘, 매력이 있다는 말이다. 매력 있고 성공한 사람들은 감정에만 따르지 않고 때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풀어간다.

경산종법사는 신년법문으로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길(人生三備) 세 가지인 여유(餘裕)·심사(深思)·음덕(陰德)을 말씀해 주셨다.

넉넉한 마음을 기르는 길은 현시대 모든 사람들이 갖추어 나가야할 길이기도 하지만 전무출신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는 반드시 갖추어 나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된다.

경산종법사는 법문을 통해 우리들에게 마음에 선악과 귀천 등 인생의 모든 차별상을 포용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라고 하셨다.

제주시에는 할머니들을 배려하는 '할망 장터'라는 공간이 따로 있다. '할망 장터'는 할머니들을 위해 시장 한편에 무료로 마련한 장터로 꼬부랑 할머니들이 자신의 텃밭에서 키운 갖가지 채소들을 보따리 풀 듯 풀어놓고 장터를 여는 곳이다. 그 장터에서 만난 한 할머니. 아직 팔아야 할 채소는 수북히 쌓여있지만 여유롭게 웃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삶의 무게는 무거울지 몰라도 마음은 항상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경산종법사의 '여유로운 마음은 인생의 보배'라는 법문을 접하는 순간 다시 그 할머니 표정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혹시 나에게는 여유로운 마음이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져본다.

전무출신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와 책임을 너무 높게 책정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남에게 떠넘기고 내 자신은 무임승차를 하려고 한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분명 우리 교역자의 삶에서도 내가 들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지나친 의욕으로 자기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과장해서도 안 되며, 자기가 들어야 하는 무게를 비겁하게 자꾸 줄여가기만 해서도 안 된다. 자신이 감당할 무게를 남에게 모두 떠맡긴 채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저마다 자기 무게를 알맞게 짊어지고 묵묵하게 걸어간다면 벅차게 힘든 일도, 눈물 나게 괴로운 일도 없지는 않을까? 무거운 짐을 이고, 그 짐을 온 힘을 다해 견디며 살아가는 교역자의 삶도 의미가 있지만 자기가 가볍게 들 수 있을 정도만 지닌 채 조금은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교역자의 삶 역시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느긋한 심정, 넉넉한 마음을 기르는 정신수양을 통해 가슴이 따뜻한 교역자, 그래서 눈물을 흘릴 줄 알고, 때가 아니면 기다릴 줄 아는 교역자,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한 박자 쉬어갈 배려가 있는 교역자가 됐으면 좋겠다.

경산종법사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바로 행복이며 평화"이고 "그 여유로운 마음이 바로 부처님 마음이며 세계를 품을 수 있는 광대무량한 마음이다"고 했다. 갑종 전무출신이라면 바로 이러한 마음을 소유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과 세상을 여유 있게 바라보라는 신년법문과 장터를 찾았을 때 삶의 무게가 가볍게 보였던 그 환한 웃음의 할머니가 생각난다. 새해 경산종법사의 '사람이 갖춰야 할 길' 신년법문을 표준삼아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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