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타원 김혜성 원정사
유산 전부 기념기금으로 희사

지난해 6월 열반한 신타원 김혜성(본명 김윤남·사진) 원정사의 유산 168억5000만원 상당이 유족들의 회의를 거쳐 지난해 12월30일 원남교당에 전달됐다.

신타원 원정사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의 모친이자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모다.

정인성 문화사회부장은 7일 "현금 100억 원을 포함해 주식과 콘도 회원권 1개 구좌 등 유산이 '신타원 기념기금'으로 교단에 전달됐다. 신타원님은 평생을 원불교 교법을 통한 신앙과 수행으로 일관하셨다. 원불교100년성업을 앞 둔 시기에 교단에도 큰 힘이 된다. 참으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삼남인 홍석준 회장은 "가족회의에서 유산을 어떻게 쓸지 의논했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셨으면 이 돈을 어떻게 쓰셨을까'라는 의견에 다들 '원불교에 전부 기부하셨을 것이다'고 했다. 어머니의 뜻을 좇아 유산 기부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고인은 고 홍진기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으로 슬하에 6남매를 두었다. 홍라희·석현·석조(BGF리테일 회장)·석준(보광창업투자 회장)·석규(보광 회장)·라영(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 등 유족은 유산으로 '신타원 기념기금'을 만든 뒤 전액 기부를 결정했다.

신타원 기념기금은 원남교당 신축과 국내·외 교화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신타원 원정사가 생전에 원불교 세계화 사업에 뜻을 세운 만큼 기금을 통해서라도 뜻을 이어가겠다는 유족들의 의지다.

신타원 원정사는 69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안타까워했다.

이때 대산종사는 "남편의 기념사업을 원불교 세계화 사업으로 하라"고 길을 안내했다. 이에 신타원 원정사는 50년간 신앙생활을 하며 하루 3시간씩 좌선을 할 만큼 신실한 교도였다.

원불교가 미국 필라델피아에 교역자 양성 기관인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를 세울 때는 이틀 만에 건물 비용을 마련해 보냈다. 뉴욕주 컬럼비아 카운티 50여만 평에 원불교 미주 총부법인 원다르마센터를 건축할 때도 자녀와 힘을 모아 부지와 신축 비용 일체를 기부했다.

2012년 10월 원다르마센터 봉불식에는 "고령에 병중이라 장거리 비행은 무리"라는 의료진의 만류에도 "죽더라도 평생 소원인 원다르마센터를 보겠다"며 완공식에 참석했다.

홍석준 회장은 "어머니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13시간 동안 한숨도 주무시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좋은데 너는 잠이 오니?'라고 하실 정도였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외할아버지는 호남은행 전무였다. 어머니는 부잣집 딸인 셈이다. 또 이화여전을 졸업한 엘리트였다. 하지만 가난한 판사와 결혼했고 시집살이는 고달팠다. 그에 따라 불만도 컸다. 하지만 원불교에 다닌 후부터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신타원 원정사는 평소 자녀들에게 "다 내가 지은 것이었더라.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 것이었다. 금생에 이해가 안 가는 고통이라면 전생에 내가 지은 것이다. 그래서 짓는 것이 중요하다. 잘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복을 잘 지어야 한다"고 종종 말했다.

그는 42년간 시어른을 모셨다. 홍라희 관장은 "〈원불교 전서〉에서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대목을 어머니께서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신타원 원정사는 생전에 저축을 아주 중시했다.

주위에서는 그에게 "취미가 저축이고, 특기가 저축이다"고 할 정도였다. 생활비 일부와 자녀가 건네는 용돈도 꼬박꼬박 저축을 했다. 생활은 검소했다. 평생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을 만큼 수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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