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원에서 프로그램이나 진행자의 능력만큼 먹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훈련 마치고 나면 밥맛이 너무 좋았다는 평가가 꽤 나옵니다.

대체로 원불교 훈련 기관들이 정성스럽게 식사를 준비하기에 그런 반응이 나옵니다만, 한편 평소 우리의 식습관이 많은 간식을 먹다가, 훈련도중에는 간식도 부족하고, 또 열심히 훈련을 받다 보면 에너지도 많이 소비하니 배도 고프고 하여 더욱 밥맛이 느껴지고 많이 먹게 되는 측면도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분들에게 방금 무엇을 드셨느냐고 하면 잘 기억 못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냥 맛있게 먹었다고 하다가 한참을 생각해야 기억을 하시기도 합니다. 식사를 하면서 오롯이 식사에 집중하는 것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허망한 상념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뭔가 일하는 중에는 그 일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기도 하고, 누군가와 대화중에는 그 사람과의 대화가 주가 됩니다. 삼동원에서는 식사시간도 중요한 프로그램의 하나로 생각하여 "진지(眞知) 드시기" 시간으로 프로그램 이름이 되어 있습니다. 식사할 때에는 오직 밥을 먹는데 일심을 들이도록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공부인이 일 없을 때나 일 있을 때나 수양력 얻는 빠른 방법의 세번째로 이 일을 할 때에 저 일에 끌리지 말고 저 일을 할 때에 이 일에 끌리지 말아서 오직 그 일 그 일에 일심만 얻도록 하라고 하십니다.

"진지(眞知)"는 식사시간에 음식 맛을 참으로 느끼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입속에 음식을 가득 넣고 그냥 꿀꺽꿀꺽 삼키며 위의 공복을 채우는데 목적을 두지 않고, 음식 맛 하나 하나를 잘 알아차리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게 합니다.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을 때에도 오롯이 그 챙기는 마음을 놓지 않으며, 김치를 먹을 때에도 천천히 씹으며 사각사각 씹히는 느낌에도 충실하며, 입안 가득히 퍼지는 새코롬한 김치맛도 놓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나의 침과 섞여 변하는 맛의 감도도 놓치지 않습니다. 밥을 씹을 때에도 꼭꼭 씹는 동안 죽처럼 걸쭉해지는 느낌, 변하는 맛, 따뜻하면서 달달한 그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번뇌망상은 어디에도 없고, 오직 음식맛과 행복한 기분만이 실존함을 체험하게 됩니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깊게 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으신 후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오늘 하루 식사하셨던 메뉴는 기억나시나요? 굳이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식사하실 때 하나 하나 그 맛을 명확히 느끼며 하셨나요? 지금 이 신문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마음을 챙겨 읽고 계신가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진지하게 일심을 모으는 연습을 통해 수양력은 키워집니다.

<삼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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