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속의 또 다른 프놈펜

하늘을 향해 서있는 코코넛나무 사이로 하얀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출근 길 스쳐가는 논에서는 벼가 자라고 추수를 하고 있다. 소와 닭과 오리들이 길에 흔하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곳은 분명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프놈펜에 속하지만 풍경을 보노라면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다. 시내에 거대한 호수를 매립하여 재개발을 하고 작은 섬 하나를 상품화시키는 과정에서 어렵게 살아가던 주변의 사람들이 밀리고 밀려나와 만들어진 마을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 탁아원이 위치한 이곳 언동마을이다.

2013년 8월 기준으로 1100여 가구 4천여 명이 살아가고 있는 이 마을 안에서 원광탁아원이 올해로 5년째 운영되고 있다. 새벽5시 어둑어둑한 시간 속에 8명의 보모들이 출근하고, 아이들은 6시부터 오기 시작해 저녁 5시가 넘어야 하루가 마무리된다.

10개월에서 40개월의 올망졸망한 아이들 66명에게 하루 세 번의 목욕과 세 번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을 챙기고 수업과 놀이를 진행하다보면 한 달쯤은 훌쩍 지나간다. 어려운 마을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를 염원하고 돕는 취지에서 세워진 처음 목적에 맞게 아이들을 받을 때는 어떤 일이라도 하며 놀지 않고 있는 부모들의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받고 있다. 특히 20개월 미만의 아이들 반은 대기자가 항상 많이 있어서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다. 마음 같아서야 다 받고 싶지만 운영상의 어려움과 탁아원 공간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4년째 근무를 하면서 드는 의문은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처럼 이 사람들이 의지가 부족하고 배우지 못하고 돈이 없어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가, 혹은 나라 전반적으로 만연한 사회구조적인 모순에서 오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하나만의 이유라는 게 어디 있겠는가 싶지만 반복되는 상황을 끊어주는데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고민들이다.

우리 탁아원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그저 천진하고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라고 알아가기 시작할 때면 이 마을 안에서는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가정폭력, 알콜 중독, 마약중독, 에이즈, 도박 등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그 길을 따라가지는 않을까 늘 걱정이 된다.

마을 안에서 활동하는 여러 나라의 NGO 들과 각자의 분야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 도와줘야 하는지가 숙제이며, 여기에서 개인이 아닌 원불교 교무로서의 우선 역할은 무엇인지 늘 자문한다.

오늘도 코코넛나무 사이로 눈부신 해가 떠오른다. 우리 아이들은 그보다 더 밝은 눈빛과 웃음으로 나에게 오고 있다. 풀리지 않는 숙제는 분명 풀어낼 것이라 믿으며 일단 아이들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제보다 더 행복하고 재미있고 건강한 오늘을 만들어 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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