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단 교화의 현실과 한계
단장회의·훈련의 무한한 가능성
교무가 단원관리 해법 제시해야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은 교화대불공이 최대이슈다. 교화의 주역인 단장, 교무, 부교무, 교도회장의 활동을 동행 취재하며 교화의 활로를 모색했다. 교화자의 역동성과 생동감을 직접 느끼며 의지를 담아내보자는 기획 의도이다. 전체적인 주제는 '○○○님 어디가세요!'이다. 1주 단장님, 2주 부교무님, 3주 교무님, 4주 교도회장님, 어디가세요 순으로 연재된다. 

▲ 단원들은 "교화단별 문답감정의 마음공부, 교도훈련이 교화의 해법이다"는 교화 방법을 밝혔다.
개봉교당 강해광 교도는 토요일 저녁이면 가슴이 두근댄다. 내일 법회에는 단원들 중 누가 나올까, 지난주에 나온 단원이 내일 또 법회에 올까, 생각하느라 잠도 잘 못 이룰 정도다. 문자나 전화로도 부족하단 생각에 찾아가기도 여러번, 문 앞까지 갔다가 번번히 돌아오기도 했다. 애초부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자리였지만, 언젠가 되리라, 언젠가는 알아주리라 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구해온 세월이었다.

원기76년 개봉교당으로 오고나니 이내 단장 제의가 들어왔다. 전주교당 학생회 연화촌 출신의 30년 넘는 신앙생활이었지만 그제야 교도들 얼굴을 겨우 익힌 상태였다. 허나 교무의 말씀을 땅에 떨어트릴 수 없던 그는 고민 끝에 "안 나오는 교도들로만 한 단을 만들어주시라"고 청했다.

교도 가족이나 자녀, 이런저런 이유로 잠자는 교도가 된 단원들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들고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단장 뿐인 단'으로 시작한 강해광 교도의 '보리단'은 이내 결실을 거뒀다. 그에게는 몇가지 전략이 있었다.

첫째, 금요일과 토요일 위주로 전화하고 일요일 이른 아침에 다시 한번 할 것.
둘째, 단회를 우선 내 집에서부터 할 것.
셋째, 오랜만에 온 단원이 어색해하지 않게 버선발로 뛰어나가 반갑게 맞이할 것. 멀어서 못오는 단원을 데리러 차로 달려가기도 여러번이었고, 중년의 남자끼리 초면에 교당을 권유하자니 어색해 하릴없이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보리단으로 교당을 다시 찾은 교도들 중 몇몇은 이제는 어엿한 개봉교당의 주인으로 단장을 맡고 있다. 교도부회장까지 맡은 강해광 교도는 이후로도 교화가 주춤할 때마다 잠자는 교도들로 단을 꾸려 교당으로 인도하고 있다.

현장에서 받쳐주지 않는 단장 교화

강해광 교도처럼 '걸출한' 단장들이 교단에 있어왔다. 교단의 교화역사는 바로 이들의 입과 발로 쓰여진 것과 다름없다. 교단을 일찍이 교화 해법을 단장에게서 찾아왔다. 교화 위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때 교단은 교화대불공을 필두로 2만단장양성, 교화단큰학교, 원100교화실천경진대회 등 다양한 캐치프레이즈 및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년동안 많은 공금을 들여 추진한 단장 양성의 결과란 신통치 않은 통계 결과 뿐이다. 밖으로 교당 및 기관 수나 사회적인 인식이 커지는 동안, 안에서는 교당 의자가 비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교법은 그대로만 따르면 다 되는게 강점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교무들이 심사숙고해서 권유하고, 단장들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며 시작해도 안되는 이유가 뭘까. 그토록 부르짖는 단장 교화는 왜 되지 않는 것일까.

최초의 단장은 소태산 대종사로 9인 단원을 두고 이 단원 각자가 단장이 되게 했다. 내 단원 9명만 챙기면 수만 수억의 교도들이 챙겨지는 시스템은 시대를 뛰어넘는 혜안이자 원불교의 장점이다.

한 사람의 단원이 단장에서 단장으로 꼬리를 물고 올라가다보면 결국 종법사에게 닿는 이 마법같은 구조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상에 가깝다.

'교무님이 하라고 해서 단장을 맡았는데, 자꾸 혼내기만 한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교당에서 교무는 총단장으로, 각 단의 단장들을 단원들로 삼는다. 단장이 단원들을 챙기듯, 교무는 단장들을 단원으로 챙겨야 하는 것이다. 풍암교당 김성근 교무는 '교무에게 당신의 단원들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장이 단회를 주도하듯, 교무도 단장들과 단회와 훈련을 열어야한다.

가락교당은 홀수달 넷째주 일요일에 단장회의, 짝수달 일요일에는 단장중앙훈련을 열고 있다. 단장들의 신심과 공부심을 챙기는 한편, 잘하는 단장과 부족한 단장의 편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단장들이 직접 연마한다. 가락교당 이장훈 교무는 "60~70명 정도의 교도들까지는 교무 혼자 가능하지만, 이 선을 넘어가면 단장들이 해야한다"며 "1급지나 특급지 교당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단장들이 잘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랫동안 단장을 맡아온 손승조 교도는 "교당에 편하게 나오고 싶은데 단장이나 중앙을 맡기면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매달 교육과 훈련을 하다보니 잘 하게 되고 의지가 생기는 것"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장들끼리 소통이 잘되다보니 다양한 아이디어도 실현되고 있다. 한달동안 16단이 이틀씩 새벽에 나와 100년성업기도를 주관하는 한편, 단별 교당스테이와 남녀합단회, 맞이단과 순교단 프로그램도 주로 단장회의에서 나온다. 가락교당은 최근 3년간 다져온 단 조직력을 바탕으로 원기99년 지역교화단을 편성했다. 연령을 떠나 가까운 동네 교도들이 한 단이 되어 지역교화에 나서겠다는 의지인데, 단원들이 직접 단장·중앙을 선출하는 직접투표제도 처음 도입해 교단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장은 단원들에게 법회에 나오라고 전하는 연락병이 아니다. 단원들의 세정을 살피는 한편 단원과 교무의 중간자로서 의견을 전달하고, 무엇보다도 단원들의 법위향상을 위한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단원들의 법위를 파악해 진급하도록 돕는 것이다. 풍암교당은 출석과 훈련 등을 기준으로 법위를 설정해 분류한 '관리규정'을 매년 출판한다. 이 책에는 전체 단원들의 전년도 출석률과 훈련횟수, 유무념이나 일기기재 여부 등이 꼼꼼히 기록되어 있어 단장들이 이를 기준삼아 진급을 이끌 수 있다. '단원들을 어떻게 관리할까'라는 모든 단장들의 고민에 대한 해법인 셈이다.

풍암교당의 단장들은 '우선 3사람에게 공감하라'는 구호를 따른다. 교무가 억지로 인원수 맞춰 단을 구성하고 단회라고 앉혀놓는다고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말이 통하고 공감이 되며 이를 통해 공부를 하면 두 사람이 열명도 되고 백명도 될 수 있다. 단지 모양새를 맞추고 단장직을 계급장 마냥 붙여놓는 것보다, 단원들 세 사람의 말을 듣고 공감하는 것이 단장에게는 더욱 큰 투자라는 것이다. 김성근 교무는 "대부분의 교당에서 기업에서 인사관리를 하듯 단을 조직해놓고 계급처럼 상명하달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대종사의 지혜나 교법에도 맞지 않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종사는 9인 단원 모두가 단장이 되어 단을 꾸리고 또 그 단원들이 단장이 되는 큰 그림을 그렸다. 이에 따르면 단장이 아닌 단원들도 자신의 단을 꾸리는 단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책임을 기존 단장에게만 전가하는 것을 벗어나, 모든 단원들을 단장화 시키는 실제적인 역할도 단장과 교무가 해야할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단장을 맡은 단의 단원들은 누구인가. 교무가 단장을 단원 삼고, 단장이 단원을 챙기듯 내가 살뜰히 불공해야할 대상은 누구인까. 입교만 되어 있는 가족, 원불교에 호감있는 직장동료, 함께 법비 맞고 싶은 친구 등등 '내 단' 그림을 그려 예비단원들을 교화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단장인 단의 단원은 누구인가, 아마도 소태산 대종사가 우리에게 간절히 묻고 싶을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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