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과 건강, 그리고 살아가는 마음가짐'
리더십 논의·강좌 확산
의견 경청 중요

▲ 종교·정치·조직의 리더는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다.
사람들은 많은 돈과 권력을 소유하고, 가족관계가 원만하고, 마음을 나눌 친구와 좋은 물리적 환경에서 살게 되면 건강해 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은 운동을 열심히 하면 되고, 병이 나면 비싼 병실에서 최고의 의료진의 진료를 받으면 다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실 우리 삶과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간과하기 쉬운 것이 리더 또는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리더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와 강좌가 유행처럼 일어나고 있다. 리더십에 대한 논의의 확산은 어쩌면 우리가 제대로 된 리더를 잘 보지 못하거나 경험해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의 반증이 아닐까?.

리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종교적, 정치적, 조직의 리더일 것이다. 종교적 리더의 역할은 각 종교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현실에 반영하고 현실에 맞추어 확산하는 것일 것이다. 최근 카톨릭 교황의 행보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교황이 개인적인 영성 추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본주의가 가져 온 사회 불평등, 빈곤, 정신적 피폐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 종교가 자본주의가 양산한 부정적인 측면에 눈 돌리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황 스스로의 삶이 매우 검소하고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의 고통에 귀 기울일 줄 알기 때문이리라.

반면 기독교의 일부 교회에서 과거 대통령의 사진을 예배당 전면에 붙이고, 예배를 보는 행위 그 자체는 리더가 정치에 아부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대부분 이런 교회에서는 기복신앙을 바탕으로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소망을 빌고, 왜 우리가 이런 사회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원불교는 어떠한가? 원불교는 100년을 맞이하여 교헌개정을 준비 중이고, 교헌은 국가의 헌법인만큼 원불교의 교리를 충실히 반영하면서 현실에 그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교단의 목표이라면, 기존 교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마음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또 새로운 세상 구현이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한국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해 보고, 원불교의 내용을 쉽게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달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원불교 조직이 총결집되어야 할 것이다. 리더십은 원불교라는 공동체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또 각 조직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의사결정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 리더십 관련 포스터.

정치적 리더는 국민을 대표하여 국민을 위한 정책방향을 설정할 때,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참여시키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 리더가 본인만의 생각을 앞세우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은 채 독불장군처럼 나아갈 때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목표한 대로 가고 있는지, 정책 대상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지, 정책의 결과가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되었는지,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논의하고 실행하지 않는다면 소중한 예산이 엉뚱한 곳에서 사용되고,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원하는 방식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 결과, 국민의 삶의 질 저하와, 건강상태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정치적 리더를 뽑는 것이 비타민보다 더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리더가 약속한 것에 대해 '공수표'를 날리며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자산이나 권력을 가진 자만의 목소리만 듣는다면 서민들의 삶은 괴로워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철도 민영화, 의료민영화는 정부가 민영화가 아니라고 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공공재를 사유화, 영리화하겠다는 목적이므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철도 비용과 의료비 상승이 예측되므로 이러한 정책 결정은 전 국민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개인의 질병 정보와 복용약 정보 유출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리더가 어떻게 국민을 스트레스로부터 구할 수 있겠는가. 선거전에서는 모두에게 20만원 상당의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하여 뽑힌 리더가 이제 와서 말을 바꾸면 신뢰는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으며, 노후의 빈곤과 불건강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단 말인가. 전 국토를 '개발'과'녹지사업'이라는 빌미로 강의 흐름과 생태계를 바꾼다면 우리와 후세대의 건강과 환경은 복원되기 어려운 것 아닌가.

다양한 조직의 리더는 어떠한가. 중국의 공자가 리더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네 가지를 말했다는데 이 중 세 가지가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첫째, 일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채 엄벌하는 것이다. 오만하고 관용이 부족해 아랫사람을 잔인하게 다루는 자로 이를 리더의 잔학(虐)이라고 한다.

둘째, 일을 실행함에 있어 경계할 점을 미리 일러주지 않고 성공만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리더의 횡포(暴)라 한다. 일의 핵심은 전수해주지 않으면서 잘못한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부류이다. 최근 조직들이 성과체계에 매달리면서 성과를 생산하기 위해 요구는 많이 하나 그 방법을 잘 가르쳐 주지 않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다.

셋째, 지시는 늦게 하고 일의 달성은 사납게 독촉하는 것이다. 이것을 리더의 도둑질(賊)이라 한다. 일이 안 되면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다행히 결과가 좋으면 자기의 공으로 삼으니 도적이나 다름없다. 훌륭한 리더는 아래 사람의 공을 높이 세우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칭찬해 주면서 스스로를 높인다. 조직의 리더가 조직의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각 자가 해야 할 역할을 명확히 해 주되,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과 자원을 베풀고, 과정도 결과만큼 중요시 여기며 평가한다면 좋은 리더로서 우뚝 솟을 것이다. 물론 그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은 건강한 직장 수준만큼이나 좋아질 것이다.

결국 종교, 정치, 조직의 리더는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임에 분명하고, 그들 존재의 수준에 따라 우리의 일상과 건강수준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리더를 뽑는 사람은 많은 경우 우리 자신이므로 우리가 눈을 부릅뜨고, 좋은 리더를 뽑아야 한다. 그리고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는 샤를르 드 푸코의 시 '나는 배웠다'처럼 성찰하고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 정진주 교도/ 사회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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