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성업 대정진 기도로 지난 죄업 참회올려"

▲ 인천교당 박인광 교도
몇 년 전 반가운 마음과 순수하게 좋은 뜻으로 건넨 인사말에 상대방이 상처를 받았다고 하는 말을 제 3자로부터 전해 듣게 됐습니다. 평소 사람들과 화통하게 지내기를 좋아하는 내게 무심코 한 말에 상처 입었다는 것은 소심한 상대방에게도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인과적으로 볼 때 가장 큰 원인은 나의 말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후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기쁨을 느끼게 하는 말을 하고자 유념조목을 정하고 철저한 공부를 하게 되었고, 이러한 나의 기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첫째, 육근작용을 함에 있어서 '순간 순간이 경계'라는 것은 잘 알아차리고, 경계임을 알아차렸으면 말을 하기 전 일단은 마음을 멈추어야 하는 것이 관건임을 깨달았습니다.

둘째는 그 멈춘 마음으로는 목소리 억양을 다소 낮춰서 부드럽게 말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태생이 경상도 통영인지라 억양이 억세어서 간혹 화를 낸 듯 오해를 받은 적도 있으므로 "나는 타고난 바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규정하기보다는 유념으로 고쳐보자는 것입니다.

셋째는 말을 건네게 될 상대방의 현재 입장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어떤 말이라도 상대방이 상처 입을 수 있는 말은 삼가야 함을 유념하였습니다. 그리고 기간은 되어질 때까지, 유념하지 않아도 언제나 자성을 떠나지 않는 생활이 되어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누구에게든 편안함을 주고 기쁨을 주는 그날까지로 잡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조하는 방법입니다. 하루생활을 크게 3단계로 구분하여, 하나는 가정에서 가족들과의 관계로, 둘은 교당으로부터 비롯되는 법동지들과 가까운 인연들과의 관계, 셋은 가깝지는 않지만 만나지게 되는 모든 인연들과의 관계를 정하고, 유념은 했으나 묵은 습관에 의하거나 상대방의 기분여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생겨지는 결과를 중심으로 잘된 것은 유념, 잘못된 결과는 무념으로 기재하였습니다.

사실 과거에는 나의 언행을 통하여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는가는 생각 해 본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유무념공부를 시작한 후로는 가까운 가족에게도 내가 얼마나 상처를 많이 주고 살아왔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경상도 사나이는 원래 억양이 강해서 어쩔 수 없다는 주착심으로 조용히 말해도 될 것을 큰 소리로 말을 해 왔다는 것을 알았고, '나는 아버지니까 아들을 올바로 훈육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핑계로 아들에게 상처를 입혔음을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게도 '정의실천'이라는 명분으로 떳떳하게 상처 주는 말을 했으면서도 오히려 당연시하고 살아왔다는 것도 알아차렸습니다. 매일 매일 이어지는 100년성업 대정진기도에 심공을 올리면서 참회문과 참회게를 함께 독경하면서 그간의 죄업을 깊이 참회하였습니다.

원기97년 9월, 총부에서 청운회장단 모임이 있어서 KTX 열차를 타고 내려가는 중이었습니다. 밤을 새워 일하고 가는 길이라 무척 피곤했습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쉬고 있었는데, 바로 옆 좌석에서 큰소리로 전화를 하는 소리가 몹시 거슬려서 "통화는 작은 소리로 합시다"하고 말을 하려는 바로 그 순간 마음을 멈췄습니다. "아하! 경계를 모를 뻔 했구나. 이미 경계임을 알아차렸고 나가려는 마음을 일단 멈췄으니, 다음은 목소리를 낮출 차례다. 일단 멈췄으니 그 상태로 잠시 '1분선'을 하자"는 마음이 나서 뒤로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우고 호흡을 고르며 단전에 기운 주하기를 몇차례 하는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 울리는 한 소리가 있었습니다. '외감부동(外憾不動)하고 중적불요(中寂不搖)를 위지좌(謂之坐)요…. 아니, 이게 뭐야? 왜 이 구절이 갑자기 떠오르지?' 생각하는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옆 사람은 자기 부인과 열심히 통화한 것 밖에 없는데, 피곤하여 쉬고 싶다는 내 마음이 그 소리에 동해서 듣기 싫은 소리 한마디 하려고 하는 나를 그 순간 알아차린 것입니다. 그리고, 내 마음의 중심이 고요하고 적적하면 바깥경계에 동하여 결코 요란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요즘들어 휴휴암좌선문을 열심히 외우고 있었는데, 바로 그 순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동안의 공부는 단지 '목소리 낮추고 상처주는 말을 삼가자'였는데, 경계에 동해 나가려는 마음을 일단 멈추고 알아차리기만 했는데도 마음이 고요해지고, 고요하니 지극히 밝아지기까지 하는 체험을 하게 됐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 나의 큰 스승님이시구나!'

유무념공부의 공덕이 참으로 큽니다. 좌산상사께서 말씀하신 '경계마다 공부꺼리, 순간마다 공부찬스' 법문같이 유무념공부에 재미 붙이면 경계가 역경만이 아니고, 육근을 작용하는 매 순간이 다 경계이고, 이 경계를 알아차리면 바로 공부찬스가 되어지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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