能 以 成 有 常 2

하늘은 모양도 없고 색깔도 없는 것이나, 땅위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 식물, 그리고 땅까지도 다 모양도 있고 색깔도 있다. 그렇기로 하늘은 '무'의 상징이라면 땅은 '유'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늘은 파랗다거나 가물가물 하다고 색깔을 말하며 또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고 하는가. 그 까닭은 우선 물을 잘 살펴 보자. 물을 손아귀에 쥐고 보면 아무런 색깔이 없으나 약간 깊은 물을 바라보면 그 빛은 파랗다. 그리고 더 깊은 물을 보면 검다.

이처럼 본디 물은 무색한 것이지만 약간 깊이를 지니게 되면 파랗고 그 파랗던 물이 더 깊어지면 끝내 검게 보이는 것처럼 하늘도 본디 무색하니 그 무색한 색깔이 더 겹치면 결국에는 온통 검게 보일 수밖에 없다. 또 하늘을 둥글다고 말하는 것은 하늘은 온통 만물을 다 덮고 있기 때문에 사방의 방위가 없다.

그래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고 이른 것이다. 땅에는 동서남북과 중앙이 뚜렷하나 다만 하늘은 동서남북의 구분이 없는 것이라 그저 둥글다고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하늘에서 내 보낸 것들이 땅에 떨어질 때에는 동서남북과 그리고 중앙, 그 어느 곳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무형무색한 하늘은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해와 달과 별들을 거느리고 낮과 밤을 번갈아 가며 땅위에 있는 만물의 물기를 거두어 가는 한편 또한 거두어 드린 만큼 비, 눈, 안개, 서리 등으로 베풀어 만물에 생기를 얻게 한다.

무형무색한 하늘의 작용을 일러 '乾'(하늘 건)이라 하였으니 이 하늘이야 말로 무한히 흐르는 시간을 아무 하는 일없는 듯하지만 전혀 어김없이 변화를 시켜 나가는 것이다. 하늘을 일러 무위이화자동적(無爲而化自動的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변화 시켜 내는 것이 자동적이다)이라 말한 것이다.

즉 땅을 위시한 모든 만물들이 다 낳고 늙고 병들고 죽은 일까지도 다 하늘의 해와 달이 낮과 밤을 내놓는 것에 따라 각자 다른 수명과 모양까지도 다 다르도록 명한 것이라 일렀다. 하늘이 만물에 내린 것을 '命'(목숨 명)이라 한다면 만물 각자가 다 달리 받는 것을 '性'(성품 성)이라 말한다.

따라서 사람의 목숨이란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기 때문에 수명이라는 말을 쓰지만 일단 내려준 것을 사람이 받아 이를 잘 운행해 나간다면 부드럽게 살아 갈 수도 있고, 또는 가시덤풀을 몸에 두르고 고생스럽게 살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죽고 사는 것은 명에 달려 있으나 부하거나 귀한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死生有命, 富貴在天)"는 옛말은 명은 하늘이 내린 것이나 부귀는 하늘이 비추고 있는 밤낮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말인 것이다. 즉 절대적인 명에 비하여 인간의 운용에 부귀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문역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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