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문명의 비전과 실천

▲ 박도광 교무 /
원광대 원불교학과

소태산대종사께서 진리를 깨달아 원불교를 창시한 까닭은 무엇인가?

미래 인류사회를 향한 그의 안목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한 원불교의 개교정신에 나타난다. 원불교의 인류사회에 대한 역할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조화된 문명사회, 생명존중의 평화문명을 실현하는 것이다.

물질위주의 과학문명의 과도한 발달은 인류에게 생활상의 편의를 제공하지만, 만일 현대와 같이 물질문명에만 치우치고 정신문명을 등한시하면 마치 철모르는 아이에게 칼을 들려 준 것과 같아서 어느 날 어느 때에 무슨 화를 당할지 모른다고 경계하는 가르침을 주었다. 소태산대종사는 현대사회가 병(病)들었으며 그 병맥을 바르게 진단하고 치료할 의사의 역할을 중요시 여겼다. 평화문명에 대한 비전은 언어적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분명히 제시하고 이에 대한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가운데 현재 한국사회와 인류사회가 선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돈의 병이다. "인생의 온갖 향락과 욕망을 달성함에는 돈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의리나 염치보다 오직 돈이 중하게 되어 이로 인하여 모든 윤기(倫氣)가 쇠해지고 정의(情誼)가 상하는 현상이라 이것이 곧 큰 병"(〈원불교교전〉 대종경 교의품 34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대로부터 국가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강대국들은 약소국을 침략하고 식민지화하여 수탈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세계의 경제 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의 자원을 독점화하고 있다.

물질에 대한 과도한 욕심은 타인의 희생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사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건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거둬들인 국가의 예산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도하게 낭비되거나 부당하게 유용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사회 갈등요인이 깊어지고 있다.

소태산의'강자·약자 진화상요법'은 강자와 약자가 함께 호혜적이며 상생하는 원리를 담고 있다. 인류미래의 평화문명에 대한 제언이다. 이를 토대로 교단지도자들의 비전이 제시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갑과 을의 부당한 관계를 벗어나 공정하고 호혜적 관계를 향도해 나갈 수 있는 법적 조치와 경제윤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현하는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또한, 남과 북의 대립적 긴장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화가 단절되고 상호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대산종사는 종법사 재임시절에 유신정권이 북한에 대해 멸공(滅共)·승공(勝共)을 정책기조로 삼았을 때에도 화공(和共)을 주창하고 실현하고자 하였다. 시대적 안목을 제시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강자인 남한이 약자인 북한을 돕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때이다. 원불교는 이웃 종교계와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지속함으로써 남북한의 신뢰를 쌓아가는 선도적인 역할을 적극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평화의 문명사회를 이루기 위해 원불교인은 타인의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강약진화의 윤리를 토대로 강자는 약자를 배려하고 약자는 강자를 선도자로 삼아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삶의 과정을 이루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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