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아이들의 영원한 멘토, 부교무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은 교화대불공이 최대이슈다. 교화의 주역인 단장, 교무, 부교무, 교도회장의 활동을 동행 취재하며 교화의 활로를 모색했다. 교화자의 역동성과 생동감을 직접 느끼며 의지를 담아내보자는 기획 의도이다. 전체적인 주제는 '○○○님 어디가세요!'이다.
1주 단장님, 2주 부교무님, 3주 교무님, 4주 교도회장님, 어디가세요 순으로 연재된다.

▲ 안성오 교무가 학생들과 함께 입교일을 이야기 하고 있다.(왼쪽 연규봉 학생)
원불교 교보에서 발표한 '원기99년 정기인사 현황'을 살펴보면 인사이동자 가운데 퇴임은 32명, 신규교무는 31명으로 이 가운데 해외발령은 5명이다. 휴무·휴양 등 기타사항을 제외하고서라도 국내 교화인력이 적어도 6명이상은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곧 청소년 교화의 주체자인 부교무 인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교화훈련부 역점목표 가운데 하나가 '어린이·청소년 집중교화'이다. 그만큼 부교무들의 노고와 열정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 밖에 없다.

각자의 일터에서 오늘도 청소년 교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교무. 그들의 열정적인 교화현장을 동행했다.

교화대불공의 결실

김제교당에 2년째 근무중인 안성오 교무. 그동안 교당일 적응은 물론 교도들과도 많은 정을 쌓았다. 어린이 학생들과도 이제는 제법 친근해졌다.

6일 목요일. 주말이 아닌 평일에 안교무가 먼저 카페에서 학생들을 기다렸다. 모두 고등학생들이라서 학교가 끝나는 오후 5시20분에 만나기로 했단다.

그는 주말이 아닌데 별도로 만나는 이유를 "이렇게 한번씩 학생들을 위해서 따로 시간을 낸다. 주말에는 법회에 집중해야 하니 개개인의 관심과 고민을 나눌 시간이 없다"며 "오늘은 아이들에게 제언을 하고 싶어서 날짜를 별도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만나는 학생들은 법회도 잘 나오고, 중학생인 동생들도 잘 챙겨준다. 작년까지는 다함께 법회를 보는 형식이었지만 올해는 교화단을 만들 계획이다. 학생들에게 단장을 해보자고 제안할까 한다"는 고민을 밝혔다.

드디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까페로 들어섰다. 교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은 아직 입교는 안한 상태였다.

그는 "김제교당 교도 중 교사가 있다. 학생들을 교당과 연결시켜 주셨는데 벌써 1년째가 됐다. 그동안 지켜본 결과 이렇게 인연이 잘 이어질 줄은 몰랐다"며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부담주고 싶지가 않아 입교를 미룬 것이다. 차근차근 아이들을 알아가고, 그들의 고민을 나눠가면서 쌓아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학생들과 4월28일 입교날짜도 정했다. 이번 원불교열린날엔 1년간 정성으로 돌본 것이 결실을 맺는 듯하다. 학부모에게도 자녀들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허락을 받아 놓은 상태다.

이재석(18·고2) 학생은 원불교의 좋은 점에 대해 "교무님이 저희에게 친구처럼 잘 해주신다. 그리고 고민상담도 잘 들어주고 장래희망과 진로에 대해서도 상담해 줘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수줍게 웃었다.

입교날짜와 교화단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이제는 올해 법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논의했다.

학생들은 절 40배가 제일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40배는 법회 시작 전 명상과 함께 진행된다. 안 교무는 "힘들어하면서도 웃어가며 벌써 1년을 그렇게 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래도 40배와 명상이 싫지는 않았는지 올해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함께하는 멘토

해운대교당 노성대 교무도 아직 입교하지 않는 학생을 관리하는데 열심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한 여학생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마음을 잡지 못해 고민중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인연이 되어 교당에 드문드문 방문하고 있다. 법회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교무님을 멘토로 여기면서 꾸준히 교당은 나오고 있다. 이제 고3이 되어가면서 앞으로의 진로나 개인적인 고민들을 함께 해주는 교무님이 계셔서 그나마 마음을 다잡아가고 있다고. 올해 1월에는 문화회관에서 하는 자신의 음악공연에도 초대하며 함께 사진 찍기도 했다.

노 교무는 "이러한 학생들의 시기는 정말 중요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들어주고 적재적소에 맞게 도움의 손길을 잘 넣어주어야 한다"며 순교의 중요성을 전했다.

하지만 이런 상담이나 순교가 점차 어려워진다는 그는 "이 지역의 인구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어린이나 학생들은 학원에 얽매여 있거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교당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신기한 편에 속할 정도다"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부모가 신심이 있고 오래전부터 교당을 다녔거나, 아니면 정말 인연이 있는 청소년이 아니라면 교당에 다니려는 청소년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전화순교 노하우

고창교당의 한선주 교무는 어린이집까지 겸하고 있어서 평일에는 아이들을 따로 챙길 여력이 없다. 게다가 학생들이 사는 곳이 시골 마을이기에 직접 순교가는 일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 오후는 전화순교하기 바쁘다.

한 교무가 전화를 걸어야 하는 학생들이 40여명. 아무리 임원들이 전화를 한다고 해도 교무가 직접 했을 때와 임원들이 했을 때 법회 참석수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는 "전화순교를 하면서 한 가지 노하우가 생겼다"며 "학생들과 전화를 하면서 통화내용을 간단하게 기록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기록을 해두면 다음에 그 학생과 통화할 때 전에 통화한 내용을 알 수 있어 전화하기가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화순교를 꼭 했는지와 법회 출석을 했는지 모두 알 수 있어 이 방법으로 학생회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 왼쪽부터 김제교당 이재석, 손민철, 유대환 학생회원.

청소년교화의 현주소

이렇게 오늘도 청소년들과 함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무들. 그러나 학생들과 함께하고 정성을 들여도 청소년 법회 숫자는 크게 늘지 않는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지난해 9월 동래교당 교육관에서 열린 '청소년교화위원회와 청소년교화협의회 간담회'에서 청소년 담당교무들은 "어린이·학생·청년·대학생·군부대 교화는 물론 교당 소속 기관 관리까지 맡다보니 시간적, 체력적 어려움으로 자신 계발과 법회 설교 연마할 여유가 없다. 새로운 교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천하려고 해도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현실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원기98년 jump! 청소년교화 평가보고서' 가운데 부교무들은 '청소년교화를 위한 제언'에서 "부직자들이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일반교화 보조 및 행정을 위해 쓰고 있으며, 때로는 주임교무 성향에 따라 교화활동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수렴됐다. 또한, 'jump! 청소년교화' 시행대상 130개 교당 중 자체평가보고서를 제출한 95개 교당의 청소년 교화활동 대조평가(교화자육성·교화체제·교화활동 분야)에서 60점 미만이 72개 교당으로 75%가 넘게 나왔다. 이는 부직자들이 청소년 교화에 '집중과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잦은 인사이동은 청소년 교화의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직자의 인사기간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청소년 특성상 이들을 전담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교무가 자주 바뀌는 것은 청소년들이 결국 교당을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교화에 올인하고 싶다는 부교무의 이야기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교화와 전담이 가능하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선행 되어져야 할 때다. 청소년의 왕래가 없는 교당은 그만큼 먼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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