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하나 되는 '유기농 라이프'

우리는 태어나고 '삶(生)'을 살며 성장한다. 모두 똑같이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인생의 가치를 깨닫고 성장하며,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라이프'는 사회 곳곳의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을 찾아간다.
인생을 살면서 되돌리고 싶은 순간도 있지만, 지금 사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라이프'.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중앙총부 영산성지사무소의 김형진 교무를 만나 그의 '유기농 라이프'에 대해 들어봤다.

▲ 5년째 유기농법으로 자연과 인간의 공생관계를 지켜나가고 있는 김형진 교무.

중앙총부 영산성지사무소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성지 수호와 관리를 비롯 순례인 성지 안내 등을 책임지고 있는 영산성지사무소. 이곳에서는 5년째 정관평을 오늘날의 물질문명 속에서도 오롯이 '유기농법'으로 가꿔오고 있다. 생명과 환경을 우선시 하는 철학이 담겨져 있다는 '유기농법'. 수익이 우선이 아닌 창립정신과 영육쌍전을 바탕으로 자연 생태계와의 공존의 삶을 살고 있는 김형진 교무를 만났다.

-유기농법의 시작은

이곳에 온지 7년이 됐다. 그 전에는 친환경 농업을 진행했고, 2년째 되던 해에 본격적인 유기농법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5년째다. 1960년대 이전까지는 우리나라 전국토가 유기농 옥토였다. 그러나 화학비료가 들어오면서 유기농업이 무너졌다. 퇴비나 비료, 농약을 모두 자연계에서 얻는 유기농에서 인스턴트처럼 화학재료로 간편하게 얻게 돼버린 것이다. 화학은 속도성이라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효과는 그 만큼 빠르나 땅이 오염된다. 유기물이 풍부한 땅은 건강한데 비해 화학약품이 주 지표면을 차지하게 된 땅은 벼가 깊게 뿌리 내리지 못해 쉽게 병든다. 사람들은 그 병을 잡기 위해 또 약을 뿌린다. 공부하고 이해하고 약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뿌린다. 그 폐해로 최종 섭취하는 사람들의 몸에 중금속 등이 축적되게 된다. 나는 그 대안으로 없던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옛날 유기농법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게 됐다.

- 유기농법이 따로 있나

우렁이 농법과 심수농법, 소식재배를 진행하고 있다. 우렁이 농법은 제초제 대신 우렁이를 사용해 농사를 짓는 방법이다. 우렁이는 물속에서 살며, 주로 연한 풀을 잘 먹지만 본래 잡식성이므로 아무거나 잘 먹는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제초를 실시하는 농법이 우렁이 농법이다. 우렁이를 이용해 잡초를 제거하고, 부산물인 우렁이는 수집 채취한 후 부가소득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심수농법은 모를 20cm이상으로 키를 크게 길러서 모를 심고, 물을 깊게 대서 풀이 잘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가끔은 풀이 싹을 틔우기도 하지만 물속 깊이 있으므로 세력이 커지지 않는다. 또 모가 이미 큰 키로 자라있기 때문에 풀의 세력 보다 앞서 있으므로 다소 풀이 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벼는 물에 잠기면 잎집이 수면에 찰랑찰랑 닿는 부위 쪽으로 자라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심수 관리를 하면 분얼줄기의 아랫잎 위치가 원줄기의 엽신과 같아진다. 이렇게 되면 분얼줄기의 빛 흡수량이 주간과 같기 때문에 포기 전체가 굵고 튼튼하며 이삭도 크다. 심수 관리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 논농사의 기본이 되는 농법이다.

소식재배는 작물재배에 있어서 재식거리를 넓게 하여 단위면적당 포기수를 적게 하여 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벼가 개장형(부채꼴)으로 자라게 돼 바람이 잘 통하니 병이 적게 오고, 활착을 잘해 병이 줄어든다. 또한 튼튼하게 자라니 낱알수가 많아져 다수확이 가능해 진다.

이처럼 튼튼하게 자라면 병이 잘 안온다. 벼가 건강하게끔 가꾸는 것이 농사꾼의 일인 것이다.
▲ 우렁이 농법으로 자라난 벼와 우렁이 알.

- 교단농토의 유기농적 활용방안

유기농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오해를 많이 하는데 아니다. 유기농법에 쓰이는 자연농약을 직접 자가제조하면 비용부담이 크지않다.

그러나 직접 만들지않고 농약업자를 통해서 구매를 해서 농사를 지으려하니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선입견이 교단농토의 유기농법 시작의 진입장벽이 된다. 또한 교단내 농토활용의 유기농적 측면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토지의 나열이 방만하게 되어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쉽게 관리를 하려면 '단지화'를 해야 한다. 관행농들로부터 공격 아닌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분리해 단지화 시켜야 한다. 그래야 체계적이 된다. 정관평 같은 경우는 단지화가 쉽게 되고 독립되어 있다 보니 천혜의 조건이다.

또한 농사를 짓는 이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된다. 생명운동이라는 관점에서 농사를 바라봐야 한다. 현실에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이 실질적 장벽이다. 농업이 힘들다는 선입견으로 요즘엔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이 없다.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모든 근본적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이 될 것이다.

- 정관평과 함께하는 보람은

현재 저변확대와 기술확대, 생태철학에 대해 강의를 나가고 있다. 우리는 유기농법의 가치에 중심을 둬야한다. 대부분 농법은 수확량에 집중을 하고 있다. 수확량 중심이기 때문에 힘들다는 편견으로 젊은 사람들이 농업을 기피한다. 농업이 퇴조하게 되면사회전반적으로 위험이 초래 될 수 있다. 농업은 포기란 쉽다. 그러나 새로 구축하기까지는 20~30년 세월이 걸린다. 국가적, 생태윤리적, 생명적으로 농업을 바라봐야한다. 그런 점에서 내 강의를 듣고 사람들이 깨우치고 유기농 삶을 일궈가려 하는 것을 볼 때보람을 느낀다.

또한 유기농업을 하면서 자연생태계가 살아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 생태환경에서 자란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이 유기농업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가치중심, 가격중심으로 가다보면 유기농법이 지니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 못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사라졌던 메뚜기와 소금쟁이가 돌아오고, 메기나 수생생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뿌듯해진다.

-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

유기농업은 생태철학이 확립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 공격을 당하게 된다. '유기농을 왜 하는가?'라는 철학이 기본이 돼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로 철학없이 비싸게 팔려는 욕심으로 유기농업에 접근을 한다.

작년에는 이로인해 많은 유기농, 무농약 사고가 발생했다. 유기농으로 키우다 벼에 병이 발생했고, 급하게 농약처리를 해서 병을 없앴지만 검사에 걸린 것이다.

이런 일들은 모두 철학에 기반없이 기술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생태철학이 선결요건이 돼야 한다. 생태철학은 사은신앙이라고 본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관계. 그런것들을 전파하는 것이 앞으로 내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단내에서 전문농업을 하는 곳, 재가출가가 같이 공동으로 농업하는 곳, 마지막으로 남은 교단내의 농사현장이 바로 이곳 정관평이다. 이곳 정관평에서 바라봤을 때 노동의 가치가 교단내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우려스럽다.

노동을 통해 얻는 가치가 '참'가치이다. 생명가치에서 시작된 유기농법. 많은 사람들이 이 유기농법의 '참'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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