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때 엄마 찾아 안정 얻듯
공부인은 염불로 무아 체험

토요염불방에서 교도들이 참 나를 확인하고 그 마음을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참 나를 찾아 생활에 활용하는 염불

 

누구나 한가로운 마음을 가질 것 같은 토요일, 부산 석포교당으로 향했다. UN평화공원과 문화회관이 가깝고 주말이라 많은 차와 사람들로 붐빌 것이라 예상했지만 뜻밖에 조용한 도시의 모습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도착하고 보니 교당 바로 옆 건물이 조계종 14교구 불곡사였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원불교와 불교가 나란히 교화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텅 비고 청정한 마음을 기르는 염불
석포교당은 매주 토요염불방을 통해 참 나를 확인하고 생활 속에서 그 마음을 행복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처음에는 염불만 3시간씩 시행하던 염불방은 얼마 전부터 좌선을 병행해 참가자들이 염불 공부의 재미를 알아가도록 돕고 있다.

1월25일 오후2시가 되자 목탁과 천주(천 개의 구슬로 된 염주)를 든 교도들이 법당 곳곳에 자리를 잡자 토요염불방이 시작됐다. '나무아미타불'을 일심으로 부르는 교도들의 목소리와 목탁소리, 천주를 돌리는 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로 어우러졌다. 마침 비까지 내리면서 빗소리와 염불 소리가 적적하고 성성한 공부분위기를 돋구었다.

이날 75회를 맞는 토요염불방은 10여 명의 교도가 참여해 바람직한 삶의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 이양덕 교도의 사회로 진행되는 염불방은 입정 후 염불 한 시간, 좌선 30분, 휴식 및 다과, 염불, 좌선 각각 30분, 독경, 경전봉독의 순서로 3시간이 넘게 진행된다. 한 시간가량의 염불이 진행되자 참가자들은 점점 심신의 안정을 찾아갔다.

최정신 교무는 "염불을 할 때는 입정으로 마음을 텅 비워 깨끗이 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좌선의 공덕과 같다는 염불을 여러 차례 체험해보면 생활에 빨리 스며들고 실생활에 활용하기 더 편리한 부분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힘들 때 엄마를 찾으면 편안해지듯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은 염불로 일심을 기울이다 보면 자신을 잊는 무아를 체험하고 그것을 자주 확인하고 그 마음 그대로 처처불상, 사사불공으로 가정과 사회생활에 알맞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휴식시간 최 교무는 교도들에게 "무아와 일심은 빨리 확인되는 것이 아니니 일단은 많이 해봐야 한다"며 "어린아이가 엄마의 존재를 인식할 때도 수없이 불러야 하듯 염불도 참 나를 확인하는 과정이라 반복해서 해야 하고, 어느 순간 많이 부르지 않아도 그 마음을 챙기면 챙겨질 수 있을 만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텅 비고 청정한 마음을 어떤 순간, 경계에서나 챙길 수 있도록 여러 번의 염불 수행을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다.

염불은 입정을 떠나지 않는 공부, 일원상의 진리와 함께하는 공부로 늘 소리라는 경계가 올 때 내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이 마음이 입정의 상태로 깨끗한 상태가 될 때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끌리지 않고 성성하고 여여해지는 그것이 되어야 일원상의 수행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을 부처님으로 대하는 공부인
최 교무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모든 업을 염불을 통해 청정하게 조절할 수 있다"며 "있는 것과 없는 것, 생각이 일어날 때와 일어나지 않을 때, 소리 있을 때와 소리 없을 때가 마음이 한결같다는 것이 염불의 원리와 같다"고 전했다.

그는 "입으로만 염불하고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한다면 3시간을 해도 공덕이 없고 10분을 해도 오롯한 그 마음으로 해야 한다"며 "보통 교도들은 교당에서 실컷 염불하고 선했는데 밖에 가서 누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면 발끈 성질내고, 집 식구들에게도 화내고 소리 지르는 것은 공부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공부인은 가족과 모든 사람을 항상 부처로 대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고 교당에서는 교도들과 함께 염불로 내 마음을 챙기고 집에 가서는 그것을 그대로 쓸 뿐이지, 교당에서 몇 시간을 수행했다고 하는 상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교도들은 토요염불방 외에 수요교리공부도 참석해 신앙, 수행심을 진작시키고 있었다.

마음을 빨리 찾고 집중하기에 염불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이들은 "늘 걱정과 잡념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깊은 잠을 자게 됐다, 나를 찾아보라고 할 때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나를 알고, 찾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염불 후 선을 하니 선정에 자주 들 수 있다, 불안하고 들떠있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남을 바꾸기보다 나 자신이 먼저 변하니 남편도 바뀌면서 집안이 모두 화목해졌다"고 전했다.

결국, 원망과 미움도 모두 자신 안에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하고, 세상일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지은 대로 이뤄지는 것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어려운 경계가 오기는 하지만, 빨리 알아차리고 '나무아미타불'을 불렀던 오롯한 그 마음, 입정의 마음을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염불방을 마친 오후6시, 교도들은 여전히 최 교무와 공부체험담을 나누고 있었다. 남자 직장인 교화를 위해 토요일 진행하는 염불방은 일요 법회를 앞둔 만큼 교무에게는 시간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최 교무는 적극적으로 진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도 직장을 마치고 온 남자교도가 뒤늦게 염불방에 참여했다. 교도들이 공부하자고 하면 언제든지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최 교무는 "토요일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평소부터 부지런히 일요법회 준비를 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함께 염불해서 그런지 더부룩했던 속도 한결 편안해졌다. 교당 밖 하늘은 어느덧 맑게 개어 있었다. 염불과 좌선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 열심히 수행해 공덕을 맛보고 생활에 활용하는 것이 공부인의 사명임을 다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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