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심 놓지 않는 것이 출가자의 존재이유'
교도들 세정 살펴 함께 고민하고 대안 찾는 일
이것이 현장교화 살리는'맞춤교화'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은 교화대불공이 최대이슈다. 교화의 주역인 단장, 교무, 부교무, 교도회장의 활동을 동행 취재하며 교화의 활로를 모색했다.
교화자의 역동성과 생동감을 직접 느끼며 의지를 담아내보자는 기획 의도이다. 전체적인 주제는 '○○○님 어디가세요!'이다. 1주 단장님, 2주 부교무님, 3주 교무님, 4주 교도회장님, 어디가세요 순으로 연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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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기원독경을 마친 오후시간 현장교화에 대해 좌담을 하고 있는 송정현 교무.
송학교당의 하루는 새벽 5시 법당에서의 좌선으로 시작된다. 좌선 참여를 위해 적어도 한 시간 전, 재가 출가 교도들은 몸과 마음을 깨운다. 송정현 교무와 김유인 보좌교무 그리고 7~8명의 교도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는 새벽좌선.

그들의 좌선은 일체 만물을 다 살게 하고 실어주는 천지은, 일체 생령을 다 낳고 길러 보호해 주는 부모은, 사농공상으로 공급해 자리이타로 일체생령을 이끌어주는 동포은, 정의와 불의를 판단해 안녕 질서를 지켜주는 법률은에 감사하는 기도 명상이다.

새벽 6시30분, 아침식사를 마친 송 교무는 오전 7시부터 함께 사는 교역자들과 아침공사에 들어간다. 교도들의 법회 출석 여부를 확인하고, 세정을 파악 하는 일에서부터 당일 일정을 공유하고, 준비사항을 점검하며, 각자 맡은 일을 확인한다.

2시간 여 진행되는 아침공사는 경전 공부와 수행심 정진을 위한 문답, 화두 연마 등 속 깊은 공부도 빼놓지 않는다. 송 교무는 공부심을 놓지 않는 것이 곧 출가자들의 존재이유이고, 이는 교화대불공의 생명력과 같다고 단언했다.

교당을 방문한 날, 교도들을 위한 신년 가정기원독경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당일 일정에 함께 하며 송 교무의 하루일정을 스케치했다.

오전9시, 교당에서 박성철·송원선 교도 부부의 가정기원 독경이 진행됐다. 경찰직 공무원을 퇴직한 박 교도는 올해 1단 단장을 맡고 있다. 송원선 교도는 7단 단장으로 가족 교화에 정성을 다해 남편 또한 교당으로 이끈 교도다. 이들 가정을 위한 기원문은 일원가족이 되고자 하는 송 교도의 바람이 오롯이 전해졌다.

오전9시40분, 김원종·송혜정 교도 부부의 가정기원 독경.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원종 교도는 2단 단장으로, 송혜정 교도는 7단 중앙의 중책을 맡아 공도사업에 헌신하며 보은 봉공하는 삶을 일관하고 있다. 이 가정을 위한 기원문에는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자녀들을 위해, 직장 선·후배 사이가 상생의 선연이 되기를 바라는 내용이 전해졌다.

교도 가정마다 구성원들의 세정을 세심하게 살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정성으로 기도하는 가정기원 독경은 간절함이 지극했다.

잠깐의 휴식 후, 김연도·문덕원 교도 부부의 가정기원독경이 시작됐다. 굴삭기 작업을 하는 성실한 가장인 김 교도를 위해서는 안전운행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기도가 전해졌다. 남편이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내조를 하고 있는 문 교도는 건강하게 신앙과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심신의 건강을 축원했다.

화장품 판매직종에서 일을 하며 패션모델을 꿈꾸고 있는 아들과 미용업에 종사하고 있는 딸을 위한 기원도 있었다. 관련분야 취업준비를 위한 성실함과 직장 동료 간 화합을 위해 특별히 신앙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기를 기도했다. 이를 위해 청년법회에 참석해서 마음공부를 통해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는 지혜로운 자녀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바람이 오롯하게 전해졌다.

오전 11시30분, 마지막 가정기원독경이 진행됐다. 원상문·김성우 교도 부부는 자녀들이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 변호사시험과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자녀와 약학전문대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자녀를 위해 격려와 응원의 기도정성이 모아졌다.

지난해 가정기원독경에는 78명의 교도가 참여했다. 올해 역시 2월초인데도 50여 가족이 참여했고 신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송학교당 가정기원독경에 참여가정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다.

송 교무는 "각 교도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고 구하는 바가 다르니, 교도들에게 맞게 기원문을 작성한다. 언제든 상담을 통해 교도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아침공사 때 이를 공유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도들 각자의 세정과 어려움을 살펴, 함께 고민하고 기도하며 대안을 찾는 일, 이것이 바로 교도들을 위한 '맞춤교화'라는 것이다. 그만큼 교도들을 향한 정성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지만, 이것이 현장교화를 살리는 진정한 길 임을 송 교무는 강조한다.

오전 12시40분, 가정기원독경에 참여한 교도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송 교무의 설법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김성우 교도는 "그동안은 '교당에 다닌다'는 것에만 유념을 삼았다. 그런데 설법을 들으면서 마음공부를 알게 됐다. 변화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이제는 '마음공부 하러간다'는 생각에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도회장 이주호 교도는 "교무님 설교는 쉽고, 실질적인 예화를 들어 생생하며, 때론 매섭고 독한 가시가 되어 교도들의 가슴에 꽂힌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교도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설교임을 실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화현장의 꽃은 설교다'는 말을 실감할 만큼 교도들은 송 교무의 설교에 절대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송교무는 50분 설교를 위해서 교도들의 마음에 와 닿을 사례를 찾아 원고를 작성한다. 작성된 원고를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자연스레 원고가 외워질 때 까지 연습한다. 교도들에게 '절대신뢰'를 받고 있는 그의 설교는 이렇게 철저한 준비와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오후 2시, 교당을 찾아온 후배 교무와 함께 '현장교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송 교무는 "교무에게 교도는 곧 '고객'이다.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교도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송 교무는 교당에서 진행하는 각종 기도나 천도재, 불사 등도 철처히 '교화'에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교당 살림을 하다보면 각종 기도금이나 헌공금으로 교당 빚은 갚을 수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상처를 받거나, 결론적으로 교도들은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안타까운 일이죠. 우리는 일례로 석가탄신일에도 한 달 전부터 기도 준비를 해요. 교도들에게 기도해주고 싶은 분의 명단을 받아 연등을 달아주고, 그분들을 위해 교당에서 한 달 동안 기도정성을 드려요." 어떤 기도를 진행하든, 철저히 교도들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하며 시간 정성을 들이는 것이다. 자신들을 위한 기도의 정성을 알기에 교도들 또한 마음과 정성을 다한다. 교도들과의 결속이 더 다져짐은 말할 나위 없다. 교당 살림도 당연히 나아진다.
▲ 수요저녁예회에서 108배를 마친 교도들이 염불을 하고 있다.
오후7시, 수요저녁예회는 108배로 시작됐다. 송학교당에서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마음공부'시간은 다른 교당 교도들도 참여하고 있다. 30여명의 교도가 한 시간 동안 108배와 염불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화했다. 오후 8시부터 마음공부가 시작됐다. 교도들과의 즉문즉설. 교도들은 이 시간을 통해 일상의 경계와 어려움을 풀어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온 젊은 교도, 사업체를 운영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공부만은 꼭 참석한다는 교도, 인근 교당에서 찾아온 교도까지, 마음 가뭄의 단비 같은 해오의 시간이 지났다.

오후 9시, 송 교무의 하루일정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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