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이재수 교수
원불교 개혁사상과 맞닿아

▲ 동국대학교 이재수 교수.
원불교가 새불교, 실천불교운동으로 불교혁신과 대중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입장에서 〈유마경〉과 비교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불교와 원불교'를 주제로 한 원불교사상연구원 춘계학술대회에서 동국대학교 이재수 교수는 '불교와 불이적 관계에 있으면서 종교적 정체성을 모범적으로 구현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제 시기 불교 개혁이론들은 불교교단 내에서 개혁을 이뤄야 된다는 입장을 표명한 권상로, 한용운, 박한영, 이영재, 백학명 등의 개혁론과 외적 입장에서 교단설립을 통한 개혁을 시도한 대각교의 백용성, 그리고 실천적인 재가주의 불교입장에서 불교개혁을 추진한 소태산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태산의 불교개혁에 대한 연구는 기존의 불교개혁의 입장, 또는 새로운 종교운동으로 보는 입장으로 나뉜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태산대종사의 혁신사상을 불교사상의 대중화, 수행의 혁신, 일원상의 신앙으로 정리한 뒤 "불교의 대중화의 경우, 〈유마경〉에서 밝힌 출가와 재가의 평등사상과 맞닿아 있고, 나아가 견성, 양성, 솔성의 3대 강령을 주체로 공부의 요도와 인생의 요도를 아울러 행하도록 함으로써 세간 출세간을 막론하게 했다"고 언급했다.

수행의 혁신에 대해 그는 "선종은 참선을, 교종은 경전을, 율종은 계율을 강조했지만 염불·좌선·주문을 단련해 정신 통일하는 수양과목을 정하고, 모든 계율과 과보를 받는 내력과 네 가지 중한 은혜를 단련해 세간생활에 적절한 작업취사의 과목을 정했다"며 "3대 과목을 단련해 일상생활에서 두루 실천해 부처님과 같은 지혜를 얻게 했다"고 밝혔다.

일원상의 신앙에서는 그는 "등상불 숭배가 불교 발전에 필요했지만 놀고먹기 위한 불공과 미신의 대상이 되는 등 그 폐해가 대단히 많다"고 지적한 뒤 "진리신앙을 실천하기 위한 일원상 신앙을 하자고 했다. 주목할 점은 교당을 민중들의 삶 터전에 설립해 불교혁신의 출발지로 재가신자 본위의 혁신안, 사상적 출발점을 확실히 했다"고 강조했다.

〈유마경〉은 재가신자로 살아가는 유마라는 인물을 설정, 기성교단과 출가 지상주의를 표방했던 부처님의 10대 제자들이나 보살들과 대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마가 설하고 있는 대승불교의 진리를 단순히 재가주의 표방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는 "유마를 단순히 재가주의 표방자라고 말하는 것은 〈유마경〉의 사상적 깊이와 실천의 메시지, 그리고 대승불교운동의 사상적 맥락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발보리심을 실천하는 보살로서의 삶과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보살도 병들었다'는 말에서 보여준 대자비가 유마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맥락이다"고 언급했다.

불교에서 〈유마경〉은 대승불교 운동의 주체로서의 보살이라는 인간형을 정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부파불교의 권위주의적이고 승단 우월주의적인 교단의 한계, 대중과 유리된 현실을 극복하려는 불교내부의 신앙회복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마는 재가신자이면서 출가수행자 못지않은 계행과 전륜성왕에 견줄만한 사회적 실천, 복덕을 구족하고 있었다고 〈고려장(高麗藏)〉에서 밝힐 정도다.

소태산의 재가중심주의 불교에 대해 그는 "제도와 관습의 개혁을 통한 재가중심의 불법활용과 현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해해야 한다"며 "그렇지만 출가에 대한 편가름이 아니고 재가 출가 전교도가 주인이 됨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마가 재가거사의 삶을 살지만 결코 재가에 머무르지 않았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강조했다고 봤다. 신앙, 수행, 교화제도 등 전면에 걸친 소태산의 불교혁신론은 단순히 이론전개나 이념제시에 그치지 않고, 직접 민중의 삶 속에서 구체적 실천운동으로 전개된 것이 '법신불 신앙운동'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유마의 대자비의 실천행과 공사상의 대지혜를 통해 재가보살의 성불 가능성과 기성교단이 거듭 깨어나 본래의 자기 존재로 회귀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것에서 원불교의 궤적은 너무도 닮아 있다"며 "불교개혁운동의 모티브를 줬던 〈유마경〉은 새로운 불교관, 패러다임 제시 등 불교의 시대정신 구현에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마의 침묵은 언어를 떠나 참다운 실천으로 보여줄 뿐이라는 것인데, 유마가 보여준 그 무엇을 소태산대종사는 바로 일원상으로 보여주고 실천에 옮겼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유마경〉의 유심정토와 수행정토는 정산종사의 정토관을 통해 그 맥락과 입장이 맞닿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교와 원불교의 만남은 그 뿌리를 함께 하고 같은 길에서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서로 조화롭게 가고 있다"며 "이 시대에 종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훌륭한 도반으로, 대화의 길에 협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마 대자비 실천행
재가보살의 성불 가능성과
자기존재 회귀 시대적 요청
반영으로 새로운 불교관 제시"


"유가가 재가거사의 삶에
머무르지 않은 것처럼
소태산의 불교혁신론은
단순 이론이 아닌 실천운동
법신불 신앙운동이다"


"〈유마경〉 유심정토와
수행정토, 정산종사의 정토관
그 맥락과 입장 맞닿아
불교와 불이적 관계로
종교적 정체성의 모범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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