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손을 잡아주신 은혜

▲ 김동인 교무/수원교당
출가의 길을 꿈꾸면서도 '끝까지 잘 할 수 있을까' 자신 없어 하던 고등학교 1학년 여름, 완도소남훈련원으로 학생회 여름훈련을 가게 됐다. 3박4일 훈련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 오전, 정도리 해변가에서 대산종법사님을 모시고 훈련감상담 발표와 법문을 받들게 되었다.

당시 출가서원에 대한 고민을 알고 있었던 학생회 담임교무께서 나에게 감상담 발표를 시키셨고, 나는 종법사님 앞에서 감상담을 할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출가에 대한 서원이 확실해지면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다'는 내용으로 감상담을 발표한 후 용기를 내어 대산종법사님께 소원이 있다고 청하였다. "늘 저희들 노래를 즐겨 들으시는데 저는 종법사님 노래를 꼭 듣고 싶습니다"라고 청을 했는데 종법사님께서는 껄껄 웃으시며 "고놈 봐라. 네가 부르면 내가 부르는 것이다. 네가 해라"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날 출가서원에 대한 감상담에 이어 떨리는 음성으로 '일원의 광명'이라는 창작 성가를 부르게 되었다.

그 날 이후, 스승님의 위력에 의해서인지 출가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으로 고민하던 마음이 가라앉고 '전무출신 제생의세 출가의 길 흔들리지 않고 잘 걷겠습니다' 하는 기도를 올리게 되었다. 물론, 그 날 이후 지금까지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서원에 대해서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무출신 자녀들로 구성된 원친회는 대산종법사님의 특별한 사랑을 더 많이 입었던 것 같다. 우리들은 1년에 한차례 이상은 꼭 종법사님을 배알하는 기회가 있었고, 학생회 임원들은 별도로 찾아뵙고 학생회 활동보고와 감상담을 올리는 시간도 가졌다.

철부지 어린 우리들의 보고와 감상담도 다 들어주시고 늘 "박수 크게 쳐라" 하며 응원해주시고 기원해주신 대산종법사님! 큰 스승님으로 때로는 전무출신을 대표하여 교단의 큰 아버지로 원친회원들을 그렇게 품어주시고 지도해주셨던 것 같다.

또한 장산종사를 통해 삽삼종사 게송과 과거 칠불 게송도 어린 우리들이 다 알아들을 수 없는 법문이었지만 성리공부의 기연을 만들어주시고자 그렇게 말씀해주시고 또 말씀해주셨던 것 같다.

출가서원을 세우고 원광 중·고등학교에서 간사근무를 하던 첫해 여름방학, 지도교무를 따라 삼동원에 며칠 머물게 되었다. 고3때 앓았던 위염과 신장염으로 건강이 좋지 않던 때라 건강을 회복하는 기간으로 삼으며 식사 후에 종법사님을 따라 선보를 하고 대중접견시간에 법문도 받들며 저녁에는 선진문고를 읽고 기도를 올리며 휴식을 취했었다.

종법사님을 뵈러 온 많은 분들 속에서도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시간을 얻기 위해 간절히 마음 챙기고 서 있던 어느 날 내게도 기회가 왔다. 종법사님 손을 잡는 순간, 고민되고 궁금한 내용을 여쭤야지 했던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직 평온하고 순일한 한 마음이 되었다. 오직 고요한 마음으로 종법사님 손을 잡고 걸었을 뿐인데 건강 때문에 무겁고 힘들었던 마음이 다 녹아나는 것 같았다.

"그래! 스승님 염원해주신 그 기운으로 새롭게 서원을 챙겨야겠다."
하얀 면장갑으로 전해진 스승님의 따스하고 부드러웠던 기운에 그 날 난 새 마음으로 용기 낼 수 있었다.

누구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스승님. 불보살 스승님과 파수공행(把手共行)할 수 있는 은혜는 세월이 흐를수록 큰 힘이 된다.

제생의세 서원의 길을 불보살 스승님께서 먼저 가셨고, 그 길 따라 나 또한 뚜벅뚜벅 가고 있으며, 그 길에서 꼬옥 손잡아주신 스승님을 생각하면 이 길에 대한 자신감과 감사함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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