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성'과'자기책임성'이 중요

▲ 박정원 교도/남중교당
교단규모의 성장과 정부의 지방자치제 시행 등 시대흐름에 부응하여 원기76년 교구자치화에 대한 논의가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그후 원기78년 교화성장의 한계성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써 지역실정에 맞는 교화정책의 수립 및 실행, 교정의 효율성 확보, 그리고 효과적인 법인행정 방안 등 교구자치화 계획안이 마련되어 원기 80년부터 현재와 같은 13개 교구로 나뉘어 시행되고 있다. 특히 원기 93년부터는 교구의 재정권 강화를 목적으로 교구 유지재단을 설립, 실질적인 교구자치제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구자치제가 정착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가장 큰 이유는 교단구성원들의 합의에 바탕한 실천의지의 결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정책이나 제도개선은 구성원들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토대로 추진되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모든 정책의 시행은 목적이 합리적이어야 하며 시기와 여건이 적합하여 관련자들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은 시기 선택과 지속적 보완조치도 중요하다. 중장기적 계획하에 치밀한 단기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그것은 제도개선에는 새로운 관행이나 규칙 등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들이 확산되고 정당화되는 제도화 과정은 고정된 패턴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성격 또는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시간적 동태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교구자치제 시행이 표류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대부분의 교구 교세가 너무 영세하여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다 인사·재정·운영관리권 등 실질적 권한이 이양되지 않고 대신 관리적 업무만 교구로 넘어가 업무량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 또는 전문성을 요하는 관리적 업무는 전산화를 통해 중앙에서 적극 지원하여 교구의 업무량을 대폭 줄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구자치제 시행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법치행정문화의 미정착과 '척짓지 않으려는' 원만주의(?)로 인한 책임부재 현상이 만연되어 있다는 점이다.

교구자치제가 성공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구성원, 특히 관리층들의 '자기결정성'과 '자기책임성'의 행동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제도는 의식의 소산이며, 의식 또한 제도의 소산임을 교단구성원들이 철저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시대조류는 중앙·집권·통제·소유·위계주의에서 지방·분권·자율·접속·수평적 관계로 바뀌고 있다. 중앙과 지역 또는 지방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다.

지금은 이분법적 논리가 아니라, '그리고 둘다' 논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따로 떼어서 볼 것이 아니라 숲 전체를 보아야 한다.

또한 집권에서 분권으로 바뀌고 있다. 영향력 행사과정으로써 권력의 속성이 분산이 아니라 집중이긴 해도 분권이 가져올 편익이 크므로 분권을 지향해야 한다. 더욱이 사람들의 의식이 향상되고 디지털 민주주의가 진행되면 중앙이 아무리 권력을 움켜 쥐려 해도 쉽지않음을 지도층들은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흐름속에서 교구자치의 이상은 작지만 강한 중앙총부와 자율적이고 특성화된 교구가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교구가 철저히 홀로서기를 하되 교구수준에서 할 수 없는 일은 힘을 합쳐서 함께 한다는 제도적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교구는 자율적 권한과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교구자치제는 결코 단기간에 뿌리내릴 수 있는 과제가 아님을 인식하고 멀리 보며 그 보완책이 무엇인지를 숙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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