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웃고 박수치며 화합하니 교화가 절로

▲ 동순천교당은 세대로 이어지는 일원가정과 젊은 교도들의 참여로 교화단 교화의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
이른 새벽 순천역, 택시를 타고 무심코 나온 말이 "풍덕동 원불교 갑시다"였다. 택시기사는 "네"하는 짧은 말로 곧장 달렸다.

35년 동순천교당 역사만큼이나 지역사회에 잘 알려져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했다. 교당 앞에 도착하니 '반갑습니다'라고 적힌 어깨띠를 두른 이원정 교도회장과 이성권 부회장이 교도들을 환하게 맞이하고 있다. 반가운 마음과 법열이 한껏 배가된다.

물 흐르듯 법회 진행

7일 일요법회는 100성업대정진기도와 교화단법회가 진행됐다. 동순천교당은 전교도가 매주 법회 10분전에 모여 경전봉독을 한다. 이날은 〈사십이장경〉을 완독하는 날이다. 그래서인지 교도들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뿌듯함이 엿보였다. 이어지는 좌종소리와 함께 30여 분의 100년성업대정진기도가 끝나자 사회를 보던 김영일 교도가 씩씩하게 단상위로 올라가 비전구호를 외친다. '마음공부하는 동순천교당 일이삼, 나눔과 행복의 원기100년!'을 힘차게 제창하고 교도 전체가 손바닥을 치며 한참을 크게 웃는다. 이렇게 맘껏 웃고 법회를 시작하면 기분이 살아나고 법회가 흥이 난다고 한다. 기도와 독경, 구호와 성가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져 김은중 교무의 세밀함과 교도훈련에 대한 정성이 느껴졌다.

교화DNA '일원가정''

동순천교당의 교화단은 총 9개단, 이중 청운단과 서원단은 30~40대로 구성돼 있다. 부부단으로 시작했던 것이 '남녀로 분단하는 것이 더 편하다'해 그랬단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와 본인 그리고 자녀까지 3대에 걸친 일원가정이다. 그래서 교당으로 향하는 발길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김 교무가 부교무로 동순천교당에 부임했을 때로 돌아간다.

이원정 교도는 "일원가정이 우리 동순천교당의 자랑이다. 처음 교당에 입교했을 때 김은중 교무는 20대 부교무로 교당에 발령받았다. 그땐 정말 예쁘고 아리따웠지만 이제는 원숙한 교무로 다시 오시니 너무 반가웠다. 그때의 부교무가 주임교무로, 나는 교도회장이 돼서 만났으니 보통 인연이 아니다. 자녀들도 어린이·학생 시절 김 교무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인지 교당을 다니게 됐다"며 인연의 지중함을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김 교무를 대하는 젊은 교도들의 눈빛에는 무한신뢰로 가득하다. 때론 투정도 고민도 서슴지 않는다. 마침 청운단회에서는 법위등급에 대한 회화가 한창 진행됐다. 계문 중 '연고 없이 사육을 먹지 말라'는 조항에서 단원들 간에 "도대체 현실에서 가능한 일인가?"에 대해 논박이 오고 갔다. 한참을 듣고 있던 김 교무가 내린 결론은 "생활에서 진리적으로 맞는지, 실천 가능한지 더 연구해서 교리공부 시간에 발표해 보자"고 제안했다. 발표를 맡게 된 홍길성 교도는 "계문이 있더라도 그에 대한 자세한 지침이 있어야 생활에서 학습되고 공부가 될 것 같다"며 그 책임을 흔쾌히 맡는다. 그 또한 당시 어린이 회원이었다.

김 교무는 "앞으로 교도가 더 늘어나면 청운단과 서원단을 특성화하여 그들을 위한 눈높이 법회를 봄으로써 교당과 교단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원로단 교도들은 매주 법문봉독과 법문사경 정진 재미에 행복하다.

화합이 교화의 힘

교당 대각전에는 '기도와 마음공부로 화합하는 교당'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를 증명하듯 동순천은 교무와 교도간의 신뢰가 깊다. 이성권 교도는 "예전에 교당에 사실 때 연료비를 아낄려고 냉수로 머리를 감았다는 얘기를 듣고 죄송한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교도들은 교역자들의 한결같은 노력을 잘 알기 때문에 교무와 교도 간 화합하는 것이 교당이 전통이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원정 교도는 "지난해 광주전남교구 일반교화 대상을 받고 '우리가 이 상을 받을만한가' 무거운 생각도 들었지만 마음속에는 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었다"며 그 이유를 교무와 교도 사이의 따뜻한 믿음과 사랑임을 강조했다. 그는 "교당 일을 진행할 때 생각이 모두 일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교도들은 교무와 함께 화합하여 정진하자는 것에마음이 하나이다"며 환한 미소를 띠었다.

기자는 이번 교당 취재를 인연으로 동순천교당 밴드에 가입하게 됐다. 교당 건립이 오래돼서인지 '지하실에 물이 고여 하루 종일 물을 퍼내고 있다'는 김 교무의 글에 교도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참 따뜻하고 훈훈한 현장이었다.

교단정책에 맥을 대고

김 교무는 "화합하는 교당이 됨과 동시에 원칙이 세워진 교당운영을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교정정책과 교구와 지구의 운영방침을 세밀하게 살펴보고 재가교역자들과 우선 협의해 교화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이러한 노력은 100년성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은 물론 지난해에는 전교도가 교화단훈련을 이수했고, 단장들을 집중훈련하여 교화단지침서 그대로 단활동을 운영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또한 순천지구의 '9911 프로젝트', '원기99년에는 한 사람이 한명을 연원함과 동시에 법회출석까지 책임지자'는 목표를 단회를 통해 구체화하고 밴드와 SNS에서 서로 확인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법잔치로 행복해

역시나 법회의 마지막 피날레는 구호였다. 100년성업 결의구호와 함께 '마음은 넉넉하게, 생각은 깊이있게, 덕행은 남모르게'의 법문 구호와 또 다시 한바탕 크게 웃는 동순천교당 교도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법회 후 점심공양은 10조로 나눠 60여명을 편성, 공양단은 매주 운영된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담백한 산채나물이 올려진 비빔밥을 공양 받고 몸과 마음이 금세 건강해짐을 느꼈다.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법회가 꼬박 진행되고, 식사와 차공양까지 마치면 제법 긴 시간 교당에 머물게 된다. 결석자에게 원불교신문과 회보를 보내고, 차량봉사와 교당청소 뒷마무리까지, 그럼에도 교도들은 교당을 나설 때는 아쉽다고 한다.

동순천교당은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 단전주선 공부방과 목요일 교리공부법회가 있다. 단전주선 공부방은 원광대학교 명예교수인 김성훈 교무가 8주간 선방을 개설한 뒤로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몸이 좋아졌다는 사람들로 인기가 있다. 목요법회는 결석한 교도들을 위해 마련됐다. 또한 교무가 한사람인 관계로 순천에 연고가 있는 이도광 예비교무(원불교대학원대학교 2년)가 어린이 학생법회를 전담해서 맡고 있다.

과제가 있어 단단해져

김 교무과 교도들의 비전은 선명했다. 100년성업 이후 교당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것과 전 교도 일원가정 만들기, 그리고 30~40대 교도들의 법회를 개설하는 것이다.

특히 순천지역은 매년 인구가 유입되고 있고 지난해 순천정원박람회를 통해 생태도시로도 각광을 받고 있어 지역사회에 교당의 존재를 알리는 것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교도들의 역할과 훈련이 절대적이기에 동순천교당 교도들의 같은 꿈과 비전을 공유하고 실천하고 있다.

비빔밥처럼 열정 가득한 교역자와 신심 장한 교도들로 잘 어우러진 동순천교당. 크게 웃고 박수치며 화합하는 행복한 교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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